[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①편에 이어..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멘탈갑’ 김현민의 부상극복
지영: 지난 해 이맘때 쯤 ‘3점슛을 장착 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몇 점 정도 주고 싶어요? 
현민: 잘했다고 생각해요. 선수라면  매년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발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예전 농구는 감독님께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하고 싶은걸 얘기하기도 해요. “저도 3점슛 연습해서 감독님께서 인정하실 때 쏘겠습니다”라고 했죠. 감독님이 허락하셨고, 첫 경기부터 3점슛을 쐈는데 2개가 들어간 거예요! 이후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했죠.

지영: ‘3점슛을 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계기가 있을까요?
현민: 재작년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였는데... 3점 라인에서 제 슛을 그냥 놔주더라고요. 당시에도 사실 연습을 많이 했었고, 감독님께 “플레이오프 때 3점슛 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감독님께서 “내년에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시즌 끝나자마자 찾아가서 다시 말씀 드리고, 그때부터 엄청 열심히 연습했죠! 일부러 감독님이 보시는 앞에서 더 넣고요.

지영: 이제 3점슛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나요?
현민: 그럼요! 이제 허훈도 저한텐 안돼요.(웃음) 저희 둘이 슛 내기를 매번하는데 제가 항상 이겨요.

지영: 올해는 어떤 부분을 보충하고 싶은지요?
현민: 일단 드라이빙이 위주고요, 골밑 플레이를 해보려고 하는데, 골밑에서 특별한 기술을 연마해보려고 해요. 

지영: 연구를 많이 하는 선수네요.
현민: 오래하고 싶어서요. 사람들이 피지컬만 좋은 선수는 오래 못 간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거든요. 피지컬은 언젠가는 퇴보하게 되어있고, 그럴 때일수록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이것저것 해보는 거죠 뭐. 거기서 얻어 걸리면 더 좋은 거고요. 하하!

지영: FA 첫해, 아킬레스건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했었죠?
현민: 청천벽력 같았어요. 한 경기 만에 그렇게 됐고, 팀 성적은 바닥이고... 경기를 못 보겠더라고요. 수술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쇼파에 누워있었는데 경기 보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경기를 안보고 그냥 운동했어요.

지영: FA 직후여서 각오도 남달랐을텐데요.
현민: 당연하죠. ‘이제 더 잘해보자’, ‘쭉쭉 올라가보자’. 각오를 엄청 했었는데 시작도 전에 끝나버리니까 너무 허무하고... 아, 정말 말로 설명을 못하겠어요. ‘이대로 농구인생이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너무 괴로웠어요. 

지영: 그래도 그런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뭔가요? 
현민: 그렇게 무너지기 싫었어요. ‘이제 아킬레스건 끊어졌으니 김현민은 끝이다. 은퇴다.’ 뭐 그런 악플들이 난무했었죠. ‘난 당신들 생각만큼 약하지 않아!’라는 걸 증명해 보고 싶었어요. 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악플러들?(웃음)

난 천재니까, ‘실사판 강백호!’
지영: 워낙 타고난 피지컬이 좋아서, ‘김현민은 흑인수준의 탄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타고난 조건이 그렇게 좋으면 오히려 놓치거나 방심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현민: 음... 방심하지는 않았는데, 발전하려는 노력도 안 했던 것 같아요. 3점슛, 드라이빙, 스핀무브 등 여러 기술을 익혔어야할 시간에 ‘나는 몸이 좋으니까 이런 것만 해도 충분하겠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죠. 늦게나마 부상을 당하면서 큰 위기가 한번 오니까 깨닫게 되더라고요. 부상이 제 농구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그리고 다치고 나서 만난 분이 서동철 감독님이었잖아요. 만약 감독님을 못 만났다면 전 은퇴했을 거예요. 서 감독님이 처음 오셔서 “난 너를 이번 시즌에 무조건 쓰고 싶으니, 몸을  만들어라”라고 하셨거든요. 다른 감독님 같았으면 그냥 재활하라고 하셨을 텐데, 서 감독님은 저를 계속 믿어주셨죠. 제 은인이세요. 저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미담제조기잖아요. (웃음) 워낙 성격도 좋으시고요.

지영: 별명이 강백호예요. 맘에 들어요?
현민: 네. 너무 맘에 들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강백호’때문이었죠. 우연히 그 만화보고 시작한 거예요. 고1때 시작했거든요. 

지영: 늦게 시작했네요. 피지컬이 좋았는데 그전엔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나요?
현민: 엄청 왔죠. 초등학교 때는 야구도 했고, 골키퍼 하라고 축구 스카우트도 왔었고. 배구는 3년 내내 집에 찾아오셔서 설득하셨어요. 신진식, 김세진 선수가 나온 학교였거든요. 아... 배구를 했어야 하나?(웃음)

지영: 왜 안했어요?
현민: 당시엔 배구가 프로팀도 없었고요. 전 배구를 어떻게 하는지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거든요. 농구가 학생들에겐 인기가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거절만 하다가 농구 시켜달라고 고1때 밥도 안 먹고 떼를 썼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운동선수 출신이셔서(아버지-태권도, 어머니-수영) 오히려 반대를 많이 하셨거든요. 힘든 것도, 선수 시작이 늦다는 것도 너무 잘 아시니까요.

지영: 그래서 물려받은 피지컬이 좋았던 거군요?
현민: 아버지도 키가 188cm, 어머니는 175cm입니다!

지영: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반대하시다가 농구는 왜 허락을 하셨을까요?
현민: ‘조금만 하면 연고대 보내 주겠다’는 말에 혹하셨던 것 같아요. 하하하

지영: 신체조건이 워낙 좋으니까, 늦게 시작해도 웬만큼은 했겠네요?
현민: 아뇨! 전혀요! 아무것도 안하고 기본기만 1년 했어요. 그런데 당시엔 대학을 가기 위한 성적을 내려고, 기본기보다 보여주기 식의 농구를 많이 했어요. 덩크슛을 한다거나... 빨리 뛰는 걸 보여준다거나... 그래서 대학교는 잘 갔는데 그 이후 한계가 느껴졌어요. 프로에 와서는 그 한계가 더 크게 느껴졌고요.   

지영: 대학시절에는 대학리그 리바운드 1위도 하고,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도 선발 되고... 농구가 재밌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현민: 그때 저한테 허세가 들어간 것 같아요.(웃음)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사실, 너무 재미있었어요. 뭐만하면 다 됐으니까요. 큰 어려움 없이 농구를 했었죠. 하지만 그만큼 프로에 와서 더 힘들었어요. 대학 때는 3점슛도 던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행복농구를 했다면, 프로에 와서는 리바운드 셔틀, 파울 셔틀...  고등학교 때 했던 것만 시키니까 ‘내 한계가 이 정도였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팀이 같은 포지션에 (서)장훈이형 데리고 오지, 장재석을 1라운드 1순위로 뽑지... 많이 힘들고 짜증도 났죠.(웃음) 군대로 도망가 버렸어요!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
지영: 다가오는 시즌은 주장으로서 맞이하게 되겠네요. 각오는 어떤가요?
현민: 전보다 조금 나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안주하기 싫어요. 넋 놓고 있으면 언제든지 다른 선수들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저 역시 그 친구들과 함께 노력을 해야 제 포지션도 유지 할 수 있고, 팀도 같이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팀 전체가 더 발전 할 수 있도록.  

지영: 앞으로 KBL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현민: 지금 이미지 그대로요.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요. ‘KBL 현실판 강백호’로 남고 싶어요. 
지영: KT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현민: 관중 없이 뛰어보니, 팬들에 대한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어요.. 흥이 안 나더라고요. 경기력도 많이 떨어지게 되고요. 팬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게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시즌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모습으로, 작년에 보여드리지 못한 것까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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