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농구를 좋아한다면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현실판 강백호’라 불리는 김현민은 고등학교 1학년, 늦다면 꽤 늦은 나이에 농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남다른 피지컬로 코트를 압도했다. 한국 농구선수 중 보기 드문 신체조건과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으며 학창시절을 탄탄대로를 구가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A 이후 부상까지 당하며 농구인생 가장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재활기간 그는 힘들게 벌크 업을 감행, 다음시즌 훨씬 더 좋은 몸 상태와 경기력으로 서동철 KT 감독의 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된 김현민은 매일을 고민하고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었다. 스스로도 ‘강백호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실사판 KBL의 강백호! 김현민 선수와의 데이트를 공개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비시즌 근황 

박지영(이하 ‘지영’):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김현민(이하 ‘현민’): 비시즌도 이제 3주차네요. 열심히 몸 만들고, 운동하고 있죠.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데 가지 말고 숙소에 와서 운동 하라고 해서, 저도 많으면 3번, 적으면 2번 씩 매주 운동을 했고, 다른 선수들도 집이 근처라 열심히 운동중입니다.  

지영: 비시즌 훈련이 시즌보다 힘들다고들 하던데, KT의 비시즌 훈련량은 어때요?
현민: 할 만 해요. 서동철 감독님께서 옛날분이 아니세요. 별명이 ‘소통철’이니까요!(웃음) 예전처럼 막 뛰기만 하는 구닥다리 훈련 스타일이 아니라 딱! 할거하고, 뛸 만큼 뛰고... 선수들도 그 훈련 포인트를 잘 알고 있어요. 감독님의 훈련방식이 저는 너무 좋아요. 자율적이거든요. 대신 그 ‘자율’이라는 게 가장 무서운 거라는 걸 선수들이 깨달아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해야 하나? 만약 여기서 노력을 안 하고, 도태되어 버리면 경기에 뛸 기회를 안 주시니까요. 스스로 느끼도록, ‘운동할 땐 운동하고, 그 외 시간은 너희가 알아서!’ 그러니까 선수들이 비시즌인데도 열심히 해요!

지영: 개인적으로는 이번 비시즌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운동하고 있어요?
현민: 농구를 하고 가장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우선은 몸싸움, 그리고 피지컬이 얇다는 생각이었는데... 제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고 난 이후 몸을 키웠어요. 98kg에서 120kg까지 찌웠죠. 작년 시작하기 전에 110kg 맞춰서 시작했는데 몸이 너무 좋았거든요. 이렇게 유지하면 되겠다 싶었죠. 감독님이 뽑은 당시 외국인 선수들과 합이 잘 맞기도 했고요. 외국인 선수들이 외곽 플레이를 할 때, 안에서 국내 선수가 버텨야 하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그때 몸싸움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장신 외국인 선수를 뽑는다고 하셔서 힘보다는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다이어트도 하고,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서 주짓수나, 격투기 복싱도 배우고요. 그런 부분을 준비중입니다. 

지영: 재활하면서 벌크 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현민: 하루 종일 PT샵에 살았어요. 다친 날부터 절뚝이며 찾아갔죠. 계속하다보니 두~세달 지나고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KT의 새로운 캡틴

지영: 김영환 선수의 주장 자리를 이어받게 됐네요. 주장을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현민: 기대도 되고... 무서운 것도, 두려운 것도 있었어요. ‘(김)영환이 형이 잘 해 왔는데, 내가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고... 반면에, 제가 어린선수들이랑 소통을 잘하는 편이어서, ‘팀 분위기랑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고요. 반반이에요!

지영: 실제로도 김영환 선수보다 어린 선수들과 더 가깝게 지내나요?
현민: 아무래도 영환이 형한테는 어린 친구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저는 제가 먼저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거든요. 감독님께서 작년에도 부주장을 시키면서 원하셨던 부분이 ‘어린 친구들과 같이 소통하고, 내년 주장을 대비해서 많이 배워보라’고 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도움된 것 같아요.

지영: 준비된 주장이었군요! 김영환 선수가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현민: 여러 가지 많이 말해줬어요. 주장이 외로운 자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없고,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되어야 하니 흠을 잡혀서도 안 된다고도 하고요.

지영: 흠을 잡히면 안 되는데, 저랑 민속촌 갔다가 겁이 많은 게 들통 나서 힘드셨겠네요... 김영환 선수는 어떤 형이었나요?
현민: 자기관리 철저하고, 후배들 잘 이끌 줄 알고, 팀 중심 잘 잡아주는 형이죠.

지영: 주장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현민: 지금은 체력운동 위주로 하고 있어서 후배들에게 지적할 부분은 딱히 없어요. 후배들이 조금 (기분이) 업 되어있거나 다운 되어있을 때 중심을 잘 잡으면 될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하면 이것저것 신경 써야 될 것들이 많아지겠죠?

지영: 누가 유독 업 되어있나요?
현민: 뭐...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허훈, 양홍석이라고…(웃음) 둘 다 만만치 않죠. 

지영: 허훈 선수는 본인이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더라고요?
현민: 해야죠! KT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남아서, 그렇게 해 줘야죠!

지영: 허훈, 양홍석 선수처럼 젊고, 분위기를 타는 선수들을 컨트롤 하는 노하우 같은 게 있을까요? 
현민: 그 친구들은 잔소리 많이 하는 걸 싫어해요. 저는 사탕을 주는 스타일로 잘 달랬는데, 주장이 되고나니까 걔들한테만 사탕을 줄 수는 없잖아요. 다른 선수들도 같은 잣대로 놓고 다 같이 가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힘들어요. 영환이 형보다 힘든 것 같아요.(웃음) 말은 잘 듣는데, 자기 의견 표출을 너무 잘 해! 우리 때는 형들한테 말 한마디 할 때도 여러 번 생각하고 조심하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하고 싶은 말 다해요. 감정표현이 좀 세다고 해야 하나?
 
지영: 음.. 뭔가 ‘꼰대’처럼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하 
현민: 약간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영: 예... 뭐 사실, 저도 요즘 제가 그런 것 같아서 좀 힘들더라고요.(웃음) 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리려는 노력은 주로 어떻게 하세요?
현민: 같이 술이나 커피 마시면서 한명씩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요. 어떤 부분이 힘든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얘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허)훈이랑 약속 잡기가 너무 힘드네요. 워낙 바빠서….

지영: 이번시즌 KT가 어떤 분위기의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민: 저희 팀원들이 엄청 어려요. 어린친구들이 많은데, 영환이 형한테 못했던 얘기를 저한테는 다 하거든요.(웃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올 시즌 저희 팀의 콘셉트는 ‘소통’입니다. ‘감독님 코치님들부터 시작해서, 어린 선수들까지 서로 얘기를 잘할 수 있도록’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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