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한국시간으로 오는 7월 31일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2019-2020 NBA 정규시즌이 재개된다.

지난 6월 27일 22개 팀이 치를 정규시즌 마지막 8경기 일정이 공개된 가운데, 일부 팬들 사이에서 황당한 논란이 하나 일고 있다. NBA 사무국이 자이언 윌리엄슨과 그의 소속 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플레이오프에 가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 보스턴 셀틱스 선수이자 현 ESPN 패널인 켄드릭 퍼킨스가 직접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퍼킨스는 지난 27일 이런 이야기를 트위터에 남겼다.

“(발표된 새 스케쥴을 보니) NBA 사무국이 자이언과 뉴올리언스가 8위로 플레이오프에 가길 바란다는 걸 바로 알겠군!(I see the NBA wants Zion and the Pelicans in that 8th spot!)”

 

퍼킨스를 비롯한 일부 팬들이 제기하는 사무국의 ‘자이언 밀어주기’ 의혹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에서 서부 8번 시드를 차지하는 팀은 1라운드에서 LA 레이커스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레이커스가 2위 클리퍼스에 5.5경기 차로 여유 있게 앞선 채 1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8경기에서 비정상적인 부진을 보이지 않는 이상 레이커스는 1번 시드를 가져갈 것이다. 관건은 어떤 팀이 8번 시드를 차지할 지다.

이런 가운데 6월 27일 발표된 정규시즌 잔여 8경기 스케쥴에서 특이한 점이 하나 발견됐다. 뉴올리언스가 22개 팀 중 가장 쉬운 일정을 치르게 된 것이다. 

레이커스가 1위 자리를 지켜내는 가운데 뉴올리언스가 쉬운 스케쥴을 등에 업고 8위를 차지할 경우(혹은 8위와 4경기 차 이내로 뒤진 9위를 차지한 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 승리할 경우) 르브론 제임스와 자이언 윌리엄슨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이 성사된다. 이는 NBA 입장에서 ‘초대박’ 흥행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퍼킨스와 일부 팬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사무국이 뉴올리언스에 무척 쉬운 스케쥴을 배정함으로써 르브론과 윌리엄슨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언뜻 보면 무척 그럴싸한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NBA가 올랜도에서 치를 잔여 8경기 스케쥴을 어떤 식으로 짰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콧방귀조차 뀌지 않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퍼킨스를 비롯한 일부 팬들이 제기하고 있는 ‘자이언 밀어주기’ 의혹은 팩트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지난 6월 27일 올랜도에서 치를 정규시즌 잔여 8경기 스케쥴을 발표하면서 NB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각 팀의 8경기 스케쥴을 어떤 방식으로 짰는지 직접 설명했다. 사무국이 스케쥴을 새롭게 만들면서 거친 프로세스를 정리하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리그 중단일을 기점으로 22개 팀의 기존 잔여 스케쥴(15-19경기)을 기반으로 삼는다.
② 올랜도에 초대받지 못한 동부 6개, 서부 2개 팀과 맞붙는 일정은 삭제한다.
③ 같은 팀과 2번 이상 맞붙는 일정은 스케쥴 균형과 현실성을 위해 최소화한다.
④ 위 과정을 통해 8경기 일정이 만들어지면 이후 일정은 삭제한다.

뉴올리언스의 기존 일정과 새로운 8경기 일정을 살펴보며 이 프로세스를 다시 확인해보자. 먼저 기존에 남아 있었던 남은 18경기 일정은 아래와 같다.

 

②의 내용에 따라 위 일정 중 애틀랜타, 뉴욕, 샬럿과 치를 예정이었던 4경기 일정은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새크라멘토, 유타, 클리퍼스, 샌안토니오, 멤피스, 새크라멘토, 멤피스, 올랜도, 워싱턴, 샌안토니오, 피닉스, 필라델피아, 워싱턴, 샌안토니오로 남은 일정이 구성된다.

그리고 이 중 첫 8경기는 새크라멘토, 유타, 클리퍼스, 샌안토니오, 멤피스, 새크라멘토, 멤피스, 올랜도와 맞붙는 경기가 된다.

그리고 실제 발표된 뉴올리언스의 새로운 8경기 일정은 다음과 같다.

 

유타-클리퍼스-멤피스-새크라멘토-워싱턴-샌안토니오-새크라멘토-올랜도로 구성됐다. 위에 언급한 8경기와 직접 비교하면 순서만 조금 다를 뿐 차이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멤피스와 2번 맞붙는 일정이 멤피스와 1번, 워싱턴과 1번 맞붙는 일정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멤피스전 1경기는 왜 워싱턴전 1경기로 바뀐 걸까? 여기에는 멤피스의 새로운 일정 구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멤피스는 포틀랜드, 유타, 샌안토니오, 오클라호마시티, 밀워키, 뉴올리언스(2번)와 8경기를 치르게 돼 있었는데, 같은 팀과 2번 맞붙는 일정을 최소화한다는 ③의 내용 때문에 뉴올리언스와의 맞대결 1번이 기존 잔여 일정의 9번째 상대였던 토론토전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뉴올리언스도 기존 잔여 일정의 9번째 상대인 워싱턴과 경기를 치르게 됐다.

더불어 뉴올리언스와 새크라멘토와 2번 맞붙는 일정만 그대로 유지된 것은, 새크라멘토의 기존 잔여 일정이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상대 팀들의 일정과 스케쥴 균형상 뉴올리언스와의 매치업은 그대로 유지돼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확인했다시피 이 2번의 매치업도 리그 중단 전의 기존 일정에 모두 포함됐던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이유가 전혀 없다.

뉴올리언스와 플레이오프 티켓 경쟁을 벌일 멤피스, 포틀랜드, 새크라멘토, 샌안토니오, 피닉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팀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8경기 스케쥴이 구성됐다. 올랜도 재개 시즌 스케쥴을 짜면서 사무국이 없는 스케쥴을 만들어내거나 반드시 남겨야 하는 스케쥴을 특정 팀을 위해 임의로 삭제한 적은 없다.

물론 뉴올리언스의 8경기 일정이 유난히 쉬워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뉴올리언스는 올랜도에 오는 22개 팀 중 유일하게 8경기의 상대 팀 합계 승률이 5할이 안 되는 팀이다.

하지만 뉴올리언스가 좋은 스케쥴을 받은 것은 기존 잔여 일정 자체가 워낙 쉬웠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리그 중단 이전에도 뉴올리언스는 상대적으로 쉬운 잔여 일정 때문에 시즌 막판 8위 등극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왔던 팀이다.

 

의혹을 꺼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의혹을 꺼내는 쪽은 충분한 근거와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확인했듯 사무국이 발표한 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보여준 것은 형편없는 무지뿐이었다.

일부 팬들이 제기하는 ‘자이언 밀어주기’ 의혹은 재개 시즌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애쓰는 NBA 사무국의 노력을 멋대로 폄하하고 무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전 NBA 선수이자 ESPN이라는 거대 방송사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는 켄드릭 퍼킨스까지 이런 허무맹랑한 의혹에 힘을 실은 것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퍼킨스의 황당한 글 때문에 ESPN 역시 신뢰성에 타격을 받게 됐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캡쳐 = ESPN, CBS스포츠 홈페이지, 켄트릭 퍼킨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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