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맞습니다. 숀 롱이 오면서 다들 외국선수를 보는 눈 자체가 높아졌어요. 자밀 워니, 오누아쿠, 케디 라렌, 숀 롱과 매치업하려면 애매한 선수로는 안 되죠. 숀 롱이 현대모비스에 온 것이 외국선수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맞아요.”(A관계자)

“현대모비스가 진짜 외국선수를 잘 구성했다고 봐요. 특히 숀 롱은 예전부터 KBL 구단들이 다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고 많이들 탐냈던 선수입니다. 숀 롱이 뛰는 호주리그는 수준이 무척 높습니다. 스피드, 기술, 피지컬이 모두 레벨이 달라요. 거기서도 숀 롱은 손에 꼽히는 빅맨이었습니다.”(B관계자)

2020-2021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에서 뛸 숀 롱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대치가 남다른 선수다.

206cm의 신장에 216cm의 윙스팬을 가진 롱은 2017년 NBA 필라델피아에서 잠시 뛴 뒤 중국, 호주리그에서 활약하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호주 멜버른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에는 평균 18.18점 9.43리바운드 1.21블록슛 야투율 53%를 기록하며 호주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서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멜버른 유나이티드의 딘 비커맨 감독은 지난해 ESPN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높은 수준의 빅맨들이 호주리그에 몇 명 있지만 그 중에서도 숀 롱은 다른 엘리트 빅맨들과는 다른 수준의 스킬셋을 가진 빅맨이다”라며 숀 롱을 크게 호평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 구단은 숀 롱과의 계약 소식을 전하며 “득점력과 블록슛 타이밍이 좋고 2대2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라며 롱의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숀 롱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을 가진 선수이고, 그 장점이 현대모비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휘될지 미리 알아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지난 시즌 호주리그에서 활약한 숀 롱의 경기 장면을 살펴보며 그의 장점과 특징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스크리너로서 높은 활용도

지난 시즌 멜버른 유나이티드는 2명의 드리블러인 멜로 트림블과 크리스 골딩이 공격의 핵심을 이룬 팀이었다.

멜버른은 2대2 게임을 활용하는 빈도를 상당히 높게 가져갔으며, 이런 시스템 속에서 숀 롱은 스크리너로서 2명의 드리블러와 호흡을 맞추곤 했다.

흥미로운 것은 숀 롱이 2대2 게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빠른 발과 부지런한 움직임, 3점슛까지 던질 수 있는 슈팅 레인지를 가진 숀 롱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가드들의 2대2 파트너로 무척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2대2 게임을 펼치는 과정에서 핸드오프 패스(hand-off pass, 가까운 거리에서 건네주듯 내주는 패스), 리스크린(rescreen, 2번의 스크린을 연달아 걸 때 두 번째 스크린을 의미)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드래그 스크린(drag screen, 공수 전환 상황에서 트레일러로 하프라인을 넘어온 빅맨이 얼리 오펜스 전개를 위해 빠르게 거는 스크린)을 통해 팀의 빠른 득점을 돕는 모습도 보여줬다.

공수 전환 상황이다. 21번의 숀 롱이 트레일러로 드리블러의 속도에 맞춰 하프라인을 넘어오고 있다.

볼을 몰던 가드가 3점슛 라인 안으로 진입하는 숀 롱에게 갑자기 패스를 한다. 숀 롱은 그 자리에서 정지. 그리고 곧바로 다시 가드에게 볼을 건네는 핸드오프 패스를 시도한다.

찰나의 순간에 가드가 숀롱에게, 이어서 숀롱이 가드에게 빠르게 2번의 패스가 오갔다. 이어서 숀 롱은 가드에게 탑 지역을 바라보며 가드를 위해 스크린을 건다. 빠른 2대2 공격이다.

이때 가드의 움직임을 주목하자. 45도로 달려가던 속도를 살려서 숀 롱의 스크린을 곧바로 활용하지 않고 볼을 받자마자 급히 정지한다. 그런데 수비수는 계속 45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비수의 역동작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스크리너 숀 롱의 기가 막힌 센스가 발휘된다. 동료 가드가 수비수의 역동작을 활용해 왼쪽으로 돌파하려는 것을 간파한 숀 롱은 곧바로 각도를 바꿔 두 번째 스크린을 시도한다. 사이드라인을 바라보며 거는 리스크린이다.

숀 롱이 가드에게 핸드오프 패스와 동시에 첫 스크린을 걸고, 곧바로 리스크린을 거는 데까지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남짓. 실제 영상에서도 이 동작은 정말 눈깜짝할 새에 이뤄졌다. 수비수가 대응하기 힘든 속도였다.

핸드오프 패스에 이은 숀 롱의 2번의 스크린이 효과를 발휘하며 가드가 돌파 성공한다. 숀 롱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으로 공격을 마무리했다. 숀 롱이 얼마나 민첩하고 영리한 스크리너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숀 롱의 핸드오프 패스와 스크린이 가미된 공격 장면을 하나 더 살펴보자.

왼쪽 사이드에서 공격 작업이 수월하게 전개되지 못했고, 탑에 있던 롱이 볼을 받은 상황. 이제 2번째 옵션으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약속된 공격이 이뤄진다. 오른쪽 코너의 43번이 롱이 있는 탑까지 달려와 핸드오프 패스를 받을 예정. 숀 롱과 윙에 위치한 1번은 43번을 위해 잇따라 스크린을 걸어줄 예정이다.

이처럼 2명의 선수가 같은 타이밍에 종으로 서서 스크린을 걸어주는 것을 스태거 스크린(stagger screen)이라고 부른다.

NBA에서는 휴스턴, 밀워키를 비롯한 무척 많은 팀들이 쓰는 스크린이고 KBL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에 탑에 위치한 숀 롱의 핸드오프 패스까지 가미된 공격 작업이기 때문에, 이 작전을 크게 아울러서 '스태거 앤드 핸드오프'라고 칭하기도 한다. 공격에 참여하는 3명의 움직임과 호흡이 무척 중요한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43번이 탑으로 올라오고 있다. 1번은 이미 스크린을 걸었고, 숀 롱은 드리블을 가볍게 치다가 43번이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게 핸드오프 패스를 주면서 두 번째 스크린을 걸 예정이다.

43번이 숀 롱에게서 볼을 받았고 왼쪽으로 치고 들어간다. 여기서 숀 롱의 움직임이 좋다. 볼을 건넨 후 곧바로 림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페인트존으로 달려간다. 핸드오프→스크린→림 대쉬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빠르다.

앞서 살펴본 장면에서도 확인됐지만 핸드오프 패스나 스크린 이후의 민첩하고 날랜 움직임은 숀 롱의 최대 장점이다. 이런 숀 롱의 플레이는 현대모비스에서 김민구, 서명진 등과 2대2 게임을 시도할 때도 매우 위력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술적으로 그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현대모비스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스태거 스크린의 영향으로 43번의 본래 마크맨은 43번을 뒤에서 쫓아오게 됐다. 때문에 롱의 마크맨이었던 검정 21번은 일시적으로 탑에 있는 43번을 체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때 수비 입장에서는 전술적으로 코너에 있던 1번의 마크맨이 하는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보라색 원)

이런 상황에서 1번의 마크맨은 페인트존으로 돌진하는 숀 롱의 골밑 진입을 도움수비로 잠시 막아주며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때 1번의 마크맨이 해야 하는 도움수비를 태깅(tagging)이라고, 1번의 마크맨을 전술적으로는 태거(tagger)라고 부른다. 태깅은 2대2를 막는 팀 수비의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1번의 움직임이다. 1번은 자신의 마크맨이 롱에게 태깅을 가기 어렵도록 만들기 위해, 롱이 림으로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코너에서 45도로 이동한다. 이 같은 1번의 움직임을 전술적으로 쉐이킹(shaking)이라고 칭한다.

1번의 적절한 쉐이킹으로 인해 1번의 마크맨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롱을 태깅하지 않으면 롱이 어떠한 저항없이 골밑에서 쉬운 득점을 올리게 된다. 반면 롱에게 태깅을 하면 자신이 막고 있던 1번이 45도에서 오픈 찬스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1번이 마크맨은 숀 롱에게 도움 수비를 가는 대신에 자신의 마크맨을 따라가는 것을 택했다. 드리블러의 패스를 받은 롱은 가볍게 골밑 득점 마무리.

결과적으로 보면 코너에서 45도로 이동한 1번의 작은 움직임으로 인해 상대 수비가 더 허무하게 무너진 셈이 됐다.

만약 1번이 코너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1번의 마크맨에게 놓인 두 가지 선택의 동선(코너와 골밑)이 45도와 골밑보다는 더 짧아졌을 것이고, 1번은 보다 좋은 타이밍에 효과적으로 골밑에 도움 수비를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도자들이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나온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볼 없는 선수들이 어떤 공간으로,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움직여주느냐에 따라 상대 수비의 붕괴 정도가 달라진다.

물론 그와 별개로 위에 소개한 2가지 장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핸드오프 패스와 스크린 이후 골밑으로 민첩하게 달려가는 숀 롱의 스피드다. 숀 롱이 스크린 이후 몸을 돌리는 동작이 둔하거나 골밑으로 달려가는 속도가 느린 선수였다면 멜버른의 공격 자체가 제대로 전개되지 못하거나 수비에 큰 위협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첫 장면의 리스크린 동작에서도 드러났듯 롱은 드리블러의 의도와 수비의 움직임을 읽고 플레이하는 능력도 좋다. 농구 IQ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숀 롱이 갖춘 2대2 옵션이 이뿐만 아니라는 점. 숀 롱은 림으로 달려가지 않고 스크린 후에 3점슛 라인에 그대로 머물러 픽앤팝 공격까지 할 수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호주리그에서 숀 롱은 경기당 0.53개의 3점슛을 31%의 확률로 성공했다. 개수가 많거나 성공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3점도 던질 수 있는 선수였다. 실제로 지난 시즌 시드니 킹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발이 느린 앤드류 보거트의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픽앤팝 공격으로 하는 모습도 보여주곤 했었다. 3점슛 혹은 미드레인지 점프슛이 얼마든지 공격 옵션이 될 수 있는 선수인 셈이다.

KBL에서도 숀 롱의 이 장점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2대2 게임에서 빠른 림 대쉬와 팝 아웃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숀 롱은 수비에 상당한 고민을 안겨줄 수 있는 빅맨이다. 오는 현대모비스는 숀 롱과 국내 가드의 2대2 게임만으로도 공격에서 다양한 장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트레이드 이후 외국선수의 득점력 부재가 고민거리였던 팀이다. 올해 숀 롱을 영입하며 그 고민을 단번에 해결했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캡쳐 화면 = 호주리그(NBL)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