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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앤드원] 샐캡 사전: 피펜의 노예 계약, 지금은 왜 불가능할까

[루키=이동환 기자] NBA는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샐러리캡 제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규정이 까다롭다. 일반 팬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일명 ‘샐캡 사전’. 이 코너를 통해 NBA 팬들이 샐러리캡 규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스카티 피펜의 노예 계약과 NBA의 최대 계약 기간 제도다.

 

지난 5월 17일 종영된 ESPN-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에서 큰 화제를 모은 주제가 있었다. 바로 스카티 피펜이 시카고 불스와 맺은 ‘노예 계약’이었다.

계약 내용을 보면 그 심각성이 곧바로 보인다. 피펜은 1991년 파이널 기간 중 시카고와 7년 계약에 합의하는데 그 총액이 1,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계약 당시만 해도 피펜이 받은 연봉은 결코 나쁜 수준이 아니었다. 1990-1991시즌 NBA의 샐러리캡은 1,190만 달러에 불과했다. 피펜의 새 계약 연평균 금액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팀 샐러리캡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괜찮은 계약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계약이 이행되는 7년 동안 NBA의 샐러리캡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피펜의 파트너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고공 행진으로 90년대 들어 NBA 전체 인기가 몰라보게 상승했다. 1990년에 약 1,720만 명이었던 NBA 파이널 평균 시청자 수는 1998년에2,900만 명까지 증가했다.

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리그에 들어오는 돈은 많아졌으며, 그에 따라 샐러리캡도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1997-1998시즌 NBA의 샐러리캡은 2,690만 달러로 7년 전(1,190만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피펜의 7년 계약을 둘러싼 상황도 완전히 달라졌다.

계약 첫 해였던 1991-1992시즌 피펜의 연봉 277만 달러는 리그 전체 16위에 해당하는 높은 연봉이었다. 하지만 계약 마지막 해였던 1997-1998시즌 피펜의 연봉 277만 5천 달러는 <더 라스트 댄스>에 따르면 시카고 불스 내에서 6위, 리그 전체로는 122위에 불과했다.

때문에 피펜이 1997-1998시즌을 앞두고 연봉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계약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비즈니스적으로 당연한 태도였다. 하지만 제리 레인스도프 구단주와 제리 크라우즈 단장이 재협상을 완강히 거절하면서 피펜과 시카고 구단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한다. 이로 인해 피펜은 1997-1998시즌을 앞두고 미루던 발목 수술을 갑자기 받고 팀에 트레이드까지 요청하며 시카고의 두 번째 리그 3연패 도전을 더 힘겹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피펜은 도대체 왜 성급한 7년 노예 계약을 맺은 걸까?

<더 라스트 댄스>는 피펜의 ‘성급한’ 계약 태도에 포커스를 맞춰 그 이유를 설명했다. 11명의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피펜이 하루 빨리 장기 계약을 맺어 금전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7년’이라는 계약 기간에 포커스를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해보려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요즘 NBA에는 7년짜리 계약이 없다. 계약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5년이고 그 5년도 마지막 해에 FA를 선언할 수 있는 플레이어 옵션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펜의 계약 기간과 요즘 NBA의 계약 기간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이유는 샐러리캡 제도가 그만큼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이 부분을 살펴볼 계획이다.

 

1991년: 누구도 보호되지 못했던 초창기 샐러리캡 제도

스카티 피펜은 1987년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된 후 곧바로 시카고로 트레이드되며 NBA에 입성했다. 시카고는 드래프트 전날 밤 시애틀과 적극적인 트레이드 협상을 벌여 시애틀의 5순위 지명권을 얻어오는 데 성공했고, 그 지명권으로 피펜을 호명하며 6회 우승의 기틀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피펜이 데뷔한 1987년의 NBA 샐러리캡 제도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NBA에 현대적인 샐러리캡 제도가 등장한 것은 ‘버드 권한(Bird Rights)’이 생긴 1983년. 이후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NBA는 노사 협약을 새로 맺을 때마다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며 지금의 안정된 샐러리캡 제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987년만 해도 NBA 샐러리캡 제도에는 존재하지 않은 규정이 너무 많았다. 최대, 최소 계약 기간에 대한 조항은 물론이고 맥시멈 계약(1999년 도입) 역시 없었다. 신인들의 연봉과 계약 기간을 정해둔 루키 스케일(1995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계약이 맺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카고에 지명된 후 피펜은 시카고와 6년 계약을 맺었다. 현재 NBA는 1라운더 신인들의 계약이 2+1+1 형태로 맺어지지만, 당시만 해도 그와 관련된 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인들의 계약 기간과 연봉 모두 선수와 구단의 협의를 통해 ‘알아서’ 정해지곤 했다. 피펜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고, 결국 피펜은 협상을 통해 6년에 달하는 상당힌 긴 신인 계약을 맺었다.

(루키 스케일 조항의 부재로 인해 등장한 NBA 역사상 가장 독특한 신인 계약이 하나 있다. 바로 199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크리스 웨버가 골든스테이트와 맺은 계약이다.

당시 웨버는 골든스테이트와 무려 15년 7,440만 달러에 달하는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 재밌는 것은 계약 첫 해가 지나면 바로 옵트아웃을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웨버는 데뷔 시즌을 치르자마자 옵트아웃 조항을 이용해 1년 만에 FA 자격을 얻었고,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워싱턴으로 이적했다. 웨버의 15년 루키 계약과 1년 만의 FA 선언은 앞으로 NBA 역사에 절대 벌어지지 않을 희대의 사건임이 분명하다.)

 

 

1990년에 생애 첫 올스타에 선발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올라선 피펜은 이내 구단에 연장 계약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유는 <더 라스트 댄스>에서 설명된 대로 그의 독특한 가정 상황 때문이었다.

문제는 피펜의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었다는 점. 결국 1991년 파이널 기간 중 시카고는 남은 계약 기간 2년에 5년을 더해 총 7년 동안 1,8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연장 계약을 제시한다. 제리 레인스도프 구단주와 제리 크라우스 단장이 제대로 덫을 놓은 셈이었다.

제리 레인스도프 구단주는 “피펜에게 그 계약을 받아들이지 말고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권유했다”라며 <더 라스트 댄스>에서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피펜의 공동 에이전트였던 지미 섹스턴과 카일 로트도 실제로 사인을 극구 말렸다고 한다. 인기가 꾸준히 올라가던 당시 NBA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훗날 큰 후회를 할 게 분명한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레인스도프 구단주가 내민 7년 계약서에는 옵트아웃 조항도 없었다. 즉 피펜은 그 계약서에 사인하면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권리 없이 무려 7년을 기다려야 했다.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되는 유혹이었지만 피펜은 끝내 혹하고 말았다. NBA 역대 최악의 노예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지속된 피펜의 연봉에 대한 불만은 결국 스스로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단에 화살을 돌려 분노를 표출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에이전트 2명이 나서서 말렸음에도 기어코 계약서에 사인한 사람은 피펜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노예 계약이 맺어지는 이유가 구단의 영민함과 간사함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2020년: 모든 것이 제한되는 복잡한 샐러리캡 제도

만약 피펜이 1987년이 아닌 2016년에 데뷔한 5순위 유망주였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일단 피펜이 시카고와 맺은 루키 계약은 기간이 6년이 아닌 4년(2+1+1)일 것이다. 1라운드 지명 신인들에게 적용되는 루키 스케일 조항 때문이다.

그리고 4년의 루키 계약이 끝나기 1년 전인 2019년에 구단과 맥시멈 연장계약에 합의하거나, 2020년에 제한적 FA가 되어서 4년 계약을 맺을 것이다. 1991년과 달리 지금은 계약 방식에 따른 최대 계약 기간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노사협약을 통해 현재 적용되고 있는 NBA의 최대 계약 기간 제한 규정이다.

 

기존에 3년 이상 함께 하고 있던 구단과 선수가 재계약을 맺는 버드 익셉션 계약은 5년, 2년 이상 함께 한 구단과 선수가 재계약을 맺는 얼리 버드 익셉션 계약은 4년으로 최대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버드 권한은 트레이드 시에 선수와 함께 이양된다.)

반면 선수가 버드 권한이 전혀 없는 팀과 계약하는, 즉 선수가 FA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는 최대 계약 기간이 4년이다. 2018년 여름 르브론이 레이커스와 4년 계약을 맺은 것은 이 때문이다.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긴 팀이 쓸 수 있는 예외 계약인 미드레벨 익셉션 계약(해당 팀의 샐러리캡 규모에 따라 논-텍스페이어, 텍스페이어로 구분)은 4년, 3년으로 최대 계약 기간이 제한되며 2년마다 한 번씩 사용 가능한 바이-애뉴얼 계약은 최대 계약 기간이 2년이다.

사인 앤 트레이드로 이적하는 경우는 최대 계약 기간이 4년으로 제한된다. 원래는 최대 6년까지 가능했으나 2010년 FA 시장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크리스 보쉬가 마이애미와 사인 앤 트레이드로 6년 계약을 맺은 이후 슈퍼 팀 탄생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그 기간이 다소 줄었다.

이 밖에 미니멈 계약과 투-웨이 계약은 2년으로 최대 기간이 정해져 있다.

미니멈 계약이 일반적으로 1년 혹은 2년으로 맺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투-웨이 계약의 최대 기간은 KBL에서 NBA로 직행한 오클라호마시티 디온테 버튼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NBA 서머리그에서 맹활약한 버튼은 오클라호마시티와 2년 짜리 투-웨이 계약을 맺었지만, 1년 후인 2019년에 팀과 정식으로 다른 계약을 맺으면서 2019-2020시즌부터 계약 내용이 달라진 바 있다.

한편 계약 기간뿐만 아니라 매년 연봉 상승률도 계약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는 5%를 기준으로 삼는다. 앞서 언급된 2018년 르브론 제임스가 그래서 매년 5%씩 연봉이 상승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스테픈 커리나 데미안 릴라드처럼 자신의 원소속 팀과 재계약하거나 연장계약을 맺는 버드 익셉션 계약은 매년 최대 8%의 연봉이 상승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때문에 지난해 포틀랜드와 4년 1억 9,600만 달러의 슈퍼맥스 연장계약을 맺은 데미안 릴라드는 계약이 적용되는 첫 시즌인 2021-2022시즌에는 4,370만 달러의 연봉을 받지만 1년 후인 2022-2023시즌에는 8%가 더 많은 4,725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쓴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현대적인 샐러리캡 제도는 1983년에 만들어졌다.
2. 피펜이 데뷔한 1987년과 노예 계약을 맺은 1991년에는 샐러리캡 제도가 미완성된 상태였다. 계약 기간과 세부 조항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펜의 노예 계약은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크다. 피펜은 2명의 에이전트가 모두 만류했음에도 7년 계약에 사인했다.
4. 현재 NBA의 샐러리캡 제도는 계약 상황과 방식에 따라 최대 계약 기간과 최대 연봉상승률을 제한하고 있다. 7년 계약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스카티 피펜이 2020년의 선수였다면 어땠을까? 제아무리 조급한 마음으로 계약을 맺었더라도 7년이나 연봉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피펜의 사례는 NBA의 샐러리캡 제도가 지난 수십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이동환 기자  ldh2305@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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