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KBL 최고의 비디오스타가 코트와 작별한다.

전주 KCC의 가드 신명호가 유니폼을 벗는다. KCC는 최근 계약 기간이 만료된 신명호와 재계약하지 않는 대신 지도자로서 새 출발한다고 알렸다.

신명호는 공격력이 약한 선수였다. 그는 2007년 데뷔해 468경기를 뛰며 12시즌을 소화했는데, 그중 평균 득점이 5점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통산 3점슛 성공률은 22.9%로, 적장들로부터 “신명호는 (막지 말고) 놔두라고”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오죽하면 12시즌 468경기 동안 넣은 득점이 지난 18-19시즌 창원 LG서 뛴 제임스 메이스의 한 시즌 득점보다 적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리그 최고의 수비 스페셜리스트 중 하나였다. 공격력이 약한 탓에 평균 출전시간이 15분 3초로 적었음에도 경기당 1.2개의 스틸을 해냈다. 타고난 감각과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상대 에이스를 전담 수비해내며 KCC 에이스들의 체력을 비축시키는 역할을 자처했다. 

덕분에 공격 부문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수비 5걸에는 세 차례나 뽑혔다. 또 하나 재밌는 기록. KBL 출범 이래 468경기를 뛴 선수는 단 45명뿐인데, 그중 신명호보다 평균 득점(2.3점)이 낮은 선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신명호의 수비력이 뛰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누구나 주연을 꿈꾸는 정글 같은 코트에서 신명호는 12년을 조연으로, 그것도 한 팀에서만 버텼다. 그간 수많은 주연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우승도 2차례나 했다. 현역 시절에는 의도치 않게 밈(meme)의 주인공이 되면서 마음고생깨나 했을 테지만, 유니폼을 벗은 지금, 신명호는 이제 수많은 조연들의 주연이 됐다.

사진 = KBL 제공
인포그래픽 = 원석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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