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Q. 연맹 차원에서 유소녀 농구 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캠프 등을 다양하게 진행했는데 올해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실지 궁금합니다. 

A. 처음 연맹에 부임했을 때 농구하는 어린 선수들이 없어 선수 수급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소녀부터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유소녀 육성에 연맹 행정력을 쏟고 있는데 시즌 중에는 50% 정도이고, 비시즌에는 6~70%를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된 상황이지만 상태가 호전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WKBL 선수 출신들이 방과 후 교사로 각 지역에서 일반 여학생들에게 농구의 재미를 알려주고 은퇴 선수들의 진로도 넓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 같은데 뭔가 다른 복안을 갖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A. 지난해에 경기도 교육청과 협약을 맺었고 올해 1,2월에 인천시, 서울시 교육청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에 협약을 맺었는데, 이러면서 방과 후 교사를 파견할 학교가 훨씬 늘었습니다. 

경기도가 100개교 정도에 서울시는 신청을 받고 있는데 50개교 정도가 될 것 같고, 인천시는 20개교라고 하더군요. 또 WKBL과 각 구단이 연고지와 연계해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농구교실을 더하면 대략 300개 정도 됩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지도자 교육을 이수한 WKBL 은퇴선수로 커버가 되지만 내년부터는 여자대학에서 농구를 했던 선수나 여자실업선수들까지 합세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규모가 커지는 셈이죠. 

물론 이 부분도 지금은 올 스톱된 상태지만 각 교육청과는 의사소통을 계속 하면서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할 것인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논의 중입니다. 

Q. 시즌을 떠나서 연맹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A. 총재님이 저를 부르셔서 판에 박힌 방식으로는 리그를 흥행시키기 어렵다고 하시면서 “다큐멘터리 PD 시절처럼 뭔가 다른 독특한 발상으로 리그 흥행을 좀 시켜봐라”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다큐멘터리 PD입니다. 사실관계, 팩트,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판타지같은 비현실적인 꿈을 꾸기보다는 기본부터 다져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 전략과 여자농구의 저변 확대를 고민했습니다.

중계방송은 KBS N 스포츠만이 아닌 IB SPORTS와 MBC 스포츠플러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라이브로 내보내는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재방송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이외에 어린 선수들의 다큐멘터리 등 TV 노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가게끔 했죠. 예컨대 여자농구라는 상품을 사람들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진열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저변 확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에 했던 유소녀 캠프와 방과 후 농구교실 수업 외에도 장신자 캠프 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 많은 어린 친구들이 농구를 하고 그 친구들이 프로선수가 돼서 WKBL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Q. WKBL 사무총장 부임 후 햇수로 2년이 됐습니다. 시즌 중 부임했고 지난 시즌에는 코로나19 사태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를 돌아보신다면.

A. 2년까지는 아니고 4월이 지나면 만 15개월밖에 안 됩니다.(웃음) 첫 시즌에는 업무 파악하고 익히느라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결정할 게 많았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결정을 내렸고 다행히 틀린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사무총장으로 오기 전까지 WKBL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사람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도 구성원 중의 한 명이니 지금보다 더 나은 리그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최소한 5명 중에 한 명은 봐야 프로스포츠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목표까지 가려면 미친 사람처럼 일을 해야 하는데 총재님이나 직원들에게 시킬 수는 없고, 제가 그 역할을 하면서 가려고 합니다.(웃음)

Q. 처음 부임하시고 새로운 시각으로 여자농구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 제일 부족하고 필요하다고 보셨는지요. 

A. 방송과 농구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PD 생활을 오래하면서 터득한 것이 나이나 연차, 직위에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왕이고, 나쁜 지시나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연맹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연맹 직원들에게 시험 삼아 비상식적인 지시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팀장들이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무 저항이나 비판을 안 해서 오히려 나무랐습니다. ‘아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라고 하면서요. 그 이후로는 연맹 직원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있습니다. 

스포츠 쪽이 흔히 말하는 선배의 뜻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는데 우리 직원들도 그런 모습이 없지 않아 있더군요. 그런 점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Q. <루키 더 바스켓>에게 부탁하시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농구 전문지로서 정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비전을 던져주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거나 이해 관계 때문에 고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해주는 매체가 됐으면 합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연맹이나 루더바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자농구를 위해 많은 기사는 물론이고 여러 조언도 해주신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여자농구를 위해 관심 가져주시고 현장에서의 좋은 기사도 기대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여자농구 팬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올해는 시즌이 본의 아니게 조기 종료가 되서 여자농구 팬들에게도 죄송하고 저희도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이런 서운함과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비시즌에 다양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볼 테니 관심 가져주시고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자농구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Profile
김용두 WKBL 사무총장은 KBS 공채 14기 PD출신으로, KBS의 대표적 인기프로그램인 ’인간극장‘을 론칭하여 8년 반 동안 제작한 프로듀서다. 입사 후 주로 교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편성기획팀장, 콘텐츠 사업부장, 협력제작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2월 WKBL 사무총장으로 선임되면서 KBS 정년퇴직을 15개월 앞두고 WKBL로 옮겼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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