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방송부 소녀
지금은 아나운서 직함을 달고 코트를 누비고 있지만, 사실 학창시절 그녀의 꿈은 아나운서가 아니었다.
“원래 PD를 꿈꿨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방송부를 했는데, 친구들도 ‘아, 쟤는 PD 될 애야’라고 할 정도로 중학교 때부터 PD에 대한 꿈이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제가 사범대 전공이긴 한데 PD가 되고 싶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도 전공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런 미디어 커리큘럼을 수강하면서 영상을 만드는데, 제가 소질이 너무 없는 거예요. 정말 재능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아, PD는 나의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꿈은 접었죠.”
“그렇게 PD의 꿈은 접고, 그런데 그때 또 제가 학교 홍보대사를 하고 있었어요. 홍보대사는 몇백명 앞에서 하는 행사 진행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찍거든요. 그걸 해보니까 적성에 맞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PD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 때문이었는데, 아나운서도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나운서로 진로를 바꾸게 됐답니다.”

루키 더 바스켓 : 결국 아나운서가 되어 어쨌든 방송국에 입사하게 됐는데, 또 방송국에서 PD님들을 많이 보잖아요? 어때요? ‘아, PD가 돼야 하는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가현 : 아... 그렇진 않아요.(웃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느끼고 있는데, 저는 생각보다 ‘관종’이더라고요. PD님들은 아무래도 뒤에서 서포트해주시는 게 많고, 아나운서는 화면에 나오는 게 많잖아요? 저는 아무래도 후자가 더 적성에 맞아요. PD님들도 멋있고 존경스럽지만, 그래도 아나운서가 되길 잘한 것 같아요.
되게 남의 일처럼 쉽게 쉽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23살 어린 나이에 초고속으로 아나운서가 된 ‘로얄 로더’다. 21살 때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뒤 아카데미와 스터디를 통해 실력을 쌓아 22살 때 시험을 보러 다니기 시작, 23살에 합격해 앞날이 창창한 아나운서, 농구로 치면 고졸 얼리 드래프티랄까?


“효주 선배님도 23살에 입사하셨다고 들었어요. 또 저희 KBS N에 효주 선배와 은지 선배가 제 롤모델이거든요.”
갑자기요? 준비해 온 티가 다분히 드러나는 영 타이밍에 안 맞는 멘트, 그래도 어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먼저 은지 선배님은 사람을 되게 편하게 만들어 주세요. 은지 선배를 따라가서 보면 현장에서도 선수, 감독님, PD님, 스태프 분들을 다 편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어가시거든요. 그런 부분을 정말 닮고 싶어요.”
“효주 선배님은 제가 한 번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농구장을 처음 참관하고 올라가던 길이었어요. 선배님한테 제가 ‘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현장에 나가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니까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인터뷰 전에는 시청자들도, 너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내가 대신 물어봐줄게!‘라는 태도로 하라고. 그래야 편한 인터뷰가 나온다고. 그때 이 말씀이 너무 와닿아서, 지금도 항상 현장에 나가면 이 말씀을 떠올리고 있어요.”
효주 선배가 좀 더 기네요. 은지 선배 좀 더 분발하셔야겠어요.

아나운서 김가현
한때 PD를 꿈꾸던 방송부 소녀는 아나운서야말로 자기한테 꼭 맞는 핏의 옷이라고 말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 가장 좋은 것은 시간 같아요. 저는 아침보다 보통 밤에 깨어 있는 올빼미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경기들은 대부분 저녁에 있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현장 때문에 밤에 늦게 끝나면, 다음날 늦게 출근하는 시스템이에요. 그게 좋더라고요. 또 좋은 건 아까 얘기한 것처럼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 선수나 감독님을 만나는 것도 좋은데 또 제가 그분들한테 직접 질문을 만들어서 묻잖아요. 제가 궁금한 이야기들을 제가 직접 말한다는 것도 이 일의 큰 매력이죠.”
현장의 매력에 푹 빠진 김가현 아나운서의 최근 관심사는 선수들과 친해지는 것이라고.
“더 열심히 다니면서 선수들과 좀 친해지고 싶어요. 지금도 몇 번 갔다고 먼저 인사를 해주는 선수들이 있는데, 한 번 볼 때와 두 번 볼 때가 다르고 또 친할 때와 안 친할 때 얘기하는 게 다르잖아요? 선수들과 하루빨리 친해져서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인터뷰를 전하고 싶어요. 열심히 해야죠.”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면서,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무관중 조치에 이어 결국 2주간 리그를 중단했다. 이제 막 일터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미생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 김가현 아나운서의 심정은 어땠을까?
"여자농구가 무관중을 제일 먼저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그 무관중 조치가 내려진 날, 그날 마침 제가 현장에 있었어요. (최초의 무관중 경기 리포팅 아나운서였네요?) 그렇긴 하죠. 그날 그라운드 리포팅을 하는데... 정말 아쉽더라고요. 저도 현장에 많이 간 건 아니지만, 정말 프로스포츠에서 관중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느꼈어요. 분위기도 처지지만, 무엇보다도 인터뷰하는 선수들도 처지더라고요.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잊지 못할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나올 때마다 기대되는 아나운서. 매일 똑같은 리포팅이 아니라, 시청자 분들이 봤을 때 ‘오늘은 어떻게 할까?’, ‘오늘은 무슨 질문을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보는 재미가 있는 아나운서 있잖아요. 열심히 할게요. 예쁘게 봐주세요~(웃음)”
드래프트 데이에 혜성처럼 등장해 여자농구 팬들의 시선을 강탈한 그녀, 이제 막 코트에 발을 디딘 ‘고품격 루키’ 김가현 아나운서의 활약을 지켜보자.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