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인터뷰에 앞서 잡지 프로필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KBS N 신입 아나운서 김가현입니다! 나이는 1997년생이고, 입사한 지는...” 영락없는 대학교 OT 첫날 새내기의 자기소개.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오, 저랑 동갑이네요?” 기자는 1991년생으로 만 29세다. 그런데 이 사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곧바로 받아친다. “어! 나는 빠른 97!...2월 13일! 내가 누난데?” 입사 3개월 차 새내기 친구, 말 잘하고 예쁜 줄만 알았더니만, 당돌하기도 하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그 유명한 ‘허예은’ 아나운서

김가현 아나운서가 농구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된 날은 지난 1월 9일이었다. 인천 청라에 있는 하나은행의 연습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추첨자로 나선 그녀는 4.8%의 확률을 뚫고 청주 KB스타즈에게 1순위 순번을 선물하는 사고(?)를 친 것.

“전날까지도 전혀 몰랐어요. 팀장님이나 선배님이 이날에 대해 ‘어떤 자리다’ 혹은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 이런 말씀도 안 해주시고 그냥 ‘사진이 찍힐 수도 있으니 메이크업을 받든지~ 말든지~’ 정도로 말씀하셨거든요.(웃음) 일부러 자연스러운 모습을 내게 하려고 안 알려주고 가신 거죠. 저는 정말 참관 정도인 줄 알았어요.”

“도착하고 나서야 제가 추첨한다는 걸 알고 부랴부랴 연습하는데, 기자 분들도 굉장히 많고 선수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있으니 저도 같이 떨리더라고요. 그러다가...”

 

 

드래프트가 시작되고 김가현 아나운서가 21개 구슬 중 단 1개뿐이었던 KB의 초록색 구슬을 뽑자 KB 테이블은 물론 모든 테이블이 웅성거렸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 박지현에 이어 2년 연속 4.8% 확률로 정규리그 1위 팀이 1순위 지명권을 가졌기 때문.

“구슬을 뽑고 감독님이 ‘왁!’하고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해서 어리둥절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뽑은 구슬이 4.8%짜리 구슬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KB가 엄청 (허)예은이를 뽑고 싶어 했다고 들었어요. 저도 뿌듯하더라고요.”

더 높은 확률을 갖고도 1순위 순번을 놓친 나머지 5개 구단에 절망감을 선사했음에도 해맑게 ‘뿌듯했다’라고 말하는 그녀. 역시 보통 멘탈이 아니다.

“덕분에 (허)예은이랑은 좀 친해졌어요. 그날 끝나고 인터뷰도 하고, 또 최근에 제가 현장에 간 경기에서 예은이가 수훈선수가 됐거든요. 저도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인터뷰가 서툴고, 예은이도 서툴러서 인터뷰 내내 버벅거렸어요. 그래도 그날 인터뷰하면서 좀 더 친해지고 같이 밥도 먹기로 했어요. 저희가 또 같은 마산 출신이거든요!”

 

이 구역의 인터뷰 초보

“배구는 1월 21일, 농구는 2월 17일이었어요. 제 첫 인터뷰요. 전부터 (오)효주 선배님이랑 (조)은지 선배님이랑 참관하러 현장에 몇 번 나가 교육을 받긴 했는데, 인터뷰는 저 때가 처음이었죠. 그런데 막상 첫 인터뷰는 생각보다 안 떨렸어요. 실전에 강한 타입인가 봐요.”(웃음)

이날 본지와 인터뷰 날짜가 3월 11일이었으니, 농구장에서 첫 인터뷰가 한 달이 채 안 된 그야말로 진짜 프레쉬맨, 새내기.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역시 앞서 말한 ‘동기’ 허예은과 인터뷰였다고.

“얼마 전 KB와 신한은행의 경기였는데, 그날 예은이가 많이 뛰었어요. 저랑 아무래도 나이 차도 많이 안 나고, 드래프트에서 인연도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되고, 또 끝나고 인터뷰도 하고 싶고 그런 거예요. 그런데 마침 그날 예은이가 커리어하이 득점을 기록하면서 진짜 인터뷰를 하게 된 거죠. 단상에 서서 축하한다고 말하니까 예은이가 ‘아나운서님이 오셔서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귀여웠죠.”

그러나 이들의 인터뷰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날 김가현 아나운서는 멋진 노룩 패스를 성공한 허예은에게 “노룩 패스가 인상 깊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라고 물었는데, 그 장면이 기억나지 않은 허예은이 “언제 했죠...?”라고 눈을 흘기며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라고 답한 것. 둘 사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제가 맨 처음 농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서 김기웅 선배님이 ‘기록이나 농구 용어를 인터뷰 때 좀 더 섞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래서 이날 경기에서는 피드백대로 농구 용어를 좀 섞어야겠다 싶어서 ‘노룩 패스, 노룩 패스’ 생각하면서 인터뷰에 들어갔던 거죠. 그런데 묻고 보니 예은이가 그걸 기억을 못 하는 거예요! 다행히 예은이가 저도 인터뷰가 서툰 것을 아니까 알아서 잘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고마웠죠.”

아직 경험이 많진 않지만, 가장 좋은 인터뷰이는 우리은행의 박혜진이라고.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자랑하는 선수인 만큼, 수훈선수 인터뷰 역시 경험이 많은 베테랑 박혜진은 오히려 인터뷰어를 편하게 해주는 선수라고 말한다.

“박혜진 선수와 벌써 인터뷰를 두 번이나 했거든요. 박혜진 선수 같은 경우는 워낙 경험도 많고 인터뷰도 잘하는 선수다 보니, 제가 서툴게 질문해도 척하고 답을 해주시더라고요.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죠.”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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