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①편에 이어...

무관중과 리그 중단 사태..그리고 조기 종료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스포츠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스포츠 리그가 무관중 혹은 리그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았으며 개막을 앞두고 있던 리그들도 계속해서 개막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이는 KBL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무관중 경기를 이어가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KBL은 지난 2월 29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리그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당시 전주에서 경기를 치른 KCC의 선수단 숙소에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곧바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리그가 중단된 이후 계속 훈련은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준비하는 기간이 많이 지루하죠. 비시즌을 새롭게 준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루빨리 사태가 안정되어서 리그가 재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복귀 후 첫 경기에서는 가득 찬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펼쳤던 전준범. 그러나 그 역시 이후 펼쳐진 대표팀 일정과 리그 경기는 무관중 경기를 치르며 팬들의 소중함을 몸소 실감했다. 

“저는 대표팀에서 무관중 경기를 처음 경험했거든요. 정말 썰렁하더라고요. 연습 때부터 썰렁한 분위기를 많이 느꼈어요. 장내 아나운서분이 말씀하시는 거나 음악 소리는 그대로인데 많이 허전했어요. 팬 분들이 계신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꼈죠. 다른 동료들도 다들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전준범 개인만 놓고 봤을 때 리그 중단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 후 달라진 팀 환경에 새롭게 적응할 기간이 부족했던 그에게 있어 중단 기간은 그러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저한테는 좋은 점이지 않나 싶어요. 제가 대표팀도 다녀오고 하면서 팀에서 함께 훈련할 시간이 많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중단 기간 동안 팀원들이랑 같이 운동을 하면서 많이 적응을 한 것 같아요.”

그러나 이처럼 리그 재개를 기다리며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던 전준범의 노력의 결과는 이번 시즌 코트에서 만나보기 어렵게 됐다. KBL이 3월 24일 이사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시즌 조기 종료 결정을 내린 탓이다. 현대모비스 동료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는 전준범의 모습은 내년 시즌이 되어서야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 원클럽맨

전준범은 부모님이 두 분 다 운동을 한 ‘운동 집안’ 출신의 선수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운동에 대한 흥미가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 그런 그는 초등학생 시절 농구공을 처음으로 잡으며 농구와 본격적인 인연을 시작했다. 

“원래 운동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두 분 다 육상을 하셨거든요.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경복고등학교에 계셨는데 한 번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농구부 선생님이 삼선초등학교를 소개해 주셔서 테스트를 받고 농구를 시작했어요. 어머님은 원래 육상을 시키려고 하셨는데 농구 테스트를 하는 것을 보고 농구가 더 맞다고 보셨는지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다른 선수들은 운동을 시작할 때 부모님이 반대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과정이 없었죠.”

다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자식을 낳게 되면 농구를 시키지 않을 것 같다고. 특히 딸이라면 더더욱 반대를 할 것 같다며 웃어 보인 전준범이다. 아무래도 운동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를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으며 깨닫게 된 부분이 크다. 

어쨌든 부모님의 별다른 반대 없이 농구를 시작한 전준범은 경복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거쳐 2013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다. 경복고 시절만 하더라도 출중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전준범이었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슬럼프를 겪으며 기대치가 많이 하락했다. 

그런 전준범을 지명한 팀은 바로 현대모비스. 전준범은 201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현대모비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후 현재까지 그는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현대모비스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저를 살려준 팀이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인정을 받았는데 대학 때 많이 침체기를 겪었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팀에 합류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발전해가는 저를 느꼈어요. 그런 점에서 저를 구해준 팀이죠.”

또한 전준범은 현대모비스를 이끌고 있는 유재학 감독과 애증의 관계를 자랑한다. 전준범은 루키 시즌을 마친 후 유재학 감독에게 도전장(?)을 받을 정도로 깊은 관심을 듬뿍 받았다. 이로 인해 이어진 혹독한 훈련은 덤. 전준범은 그런 유재학 감독을 향해 “감사한 분”이라며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프로에 오고 2년 정도는 많이 힘들었어요. 시즌을 준비하면서 쓴소리도 많이 듣고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똑같은 과정을 겪으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그렇게 하시는 게 다 저한테 관심이 있으시니까 그러시는 거잖아요. 그걸 이겨낸 덕분에 제가 이 정도 자리까지라도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감독님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어요.”

유재학 감독의 육성 프로젝트를 겪으며 성장을 거듭한 전준범은 어느덧 팀을 대표하는 슈터의 위치에 올라섰다. 슈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리그 내에서 전준범의 슈팅 능력은 분명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다소 부족한 웨이트는 그가 가지고 있는 단점 중 하나다. 

“슛은 따로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저 같은 경우는 경기를 할 때 자신감이 많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슛이 무조건 잘 들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해요. 웨이트 같은 경우는 상무에 들어가서 이병 때는 90kg까지 살이 쪘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몸이 무겁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살을 뺐어요. 웨이트적인 부분도 그 동안 많이 배워왔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 것 같아요.”

군 문제가 해결된 전준범은 1991년생으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나이대가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커리어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질문이 주어지자 전준범은 진지한 자세와 함께 ‘우승’을 언급했다. 

“이번 시즌의 경우 아직 재개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재개가 된다면 6강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역 후 활약이 없었는데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또한 남은 커리어 동안에는 제가 주축이 되어서 팀의 우승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것이 첫 번째에요. 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렇게 팀을 이끌면서 제 가치를 끌어올려 FA 시장에서 ‘대박’을 한 번쯤은 터뜨려 보고 싶네요.”(웃음)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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