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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더 미쉐린] 원주 DB 프로미 숙소를 찾다

[루키=배승열 기자] 이번에 <루키 더 바스켓>이 찾은 곳은 원주 DB 프로미 구단의 숙소 식당이다. 선수단 숙소 2층에 있는 DB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공개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부자(父子)를 먹여 키운 22년 스웩(Swag)

사실 DB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이면 구단에서 늘 식사도 함께 권유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식사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앞서 가진 경험 덕분일까.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하는 설렘과 긴장보다는 정말 밥 한 끼 먹으러 간다는 생각이 강했다. 30여분 거리를 천천히 걸어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에 도착했다.

아직은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선수들은 오후 훈련을 소화하며 코트 위에서 땀 흘리고 있었다.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에서 선수들의 허기를 책임지는 22년 경력의 주순녀 실장을 만날 수 있었다.

주 실장은 선수단 식단을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인터뷰도 베테랑이었다. 그는 “엊그제도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갔다”며 “여기서 일하는 동안 이렇게 기사 인터뷰는 물론이고 방송 인터뷰도 몇 번 해봤다”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적극적인 인터뷰이(interviewee)를 만나면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

주 실장은 “여기 숙소가 생기기 전부터 선수들의 밥을 책임졌다. 예전에는 원주 행구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선수들이 생활했다. 그곳에서도 방을 하나 따로 만들어 식당으로 사용했고 선수들이 끼니가 되면 찾아와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은 연예인이 다 된 허재 선수와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은 물론이고 당시 이 팀 감독이었던 KCC 전창진 감독도 모두 내가 한 밥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허재 전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때 선수들이 다 숙소 생활을 하는데 (허)웅이와 (허)훈이도 놀러 와서 먹고 자고 그랬다”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주 실장은 “그랬던 두 아이가 지금은 멋진 선수로 잘 자라서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 그리고 웅이가 원주에 왔을 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웅이가 유독 예쁘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지금 있는 선수들 모두 다 착하고 예쁘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어린 시절 허웅이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주 실장은 “어릴 때도 혼자 갈치도 잘 발라먹으며 뭐든 잘 먹었다”며 “지금도 큰 불평 없이 다 잘 먹는다”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모두가 허웅 같을 수는 없는 법. 선수마다 입맛이 다르고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선수들은 음식에 대해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런 선수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돌아온 주 실장의 대답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 실장은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 코치 모두가 큰 불평이나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원하는 음식을 다 맞춰주기 위해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외국선수들도 대체로 한식을 다 잘 먹었다. 과거에는 외국선수들의 입맛이 제각각이라 닭다리 카레를 만들어 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 실장에 따르면 외국선수 칼렙 그린과 치나누 오누아쿠도 한식 적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그린은 시즌 중에는 육류를 먹지 않는다고. 팀 전체가 고기를 구워 먹는 날에는 ‘개별 행동’이 나온다. 주 실장에 따르면 그런 경우 그린은 따로 연어와 야채를 준비해서 직접 조리해 먹는다고 한다.

DB 식당에서 준비해준 메인 메뉴는 소고기였다. ‘루키 더 미쉐린’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 소고기 시식이다.

주순녀 실장은 “메뉴 선정부터 식자재 발주까지 모두 직접 한다. 한 끼에 35인분을 기준으로 만들며 고기를 구워 먹는 날에는 15~17근 정도 준비한다”라고 설명했다. DB 선수들이 먹는 소고기는 그 유명한 횡성 소고기다. 주 실장은 “가까운 횡성에서 한우를 직접 받아온다”라고 귀띔했다.

고기를 구워 먹지 않는 날의 평소 식단은 어떨까. 주 실장은 “한식과 고기반찬을 기본으로 상차림으로 나간다. 장어, 간장게장, 도가니탕 등 메인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방문한 KT, LG 식당에서는 선수들이 뷔페식으로 마음껏 밥을 먹었다. 그러나 DB는 상차림으로 테이블마다 음식이 나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주 실장의 대답을 듣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는 “아파트에 있을 때부터 상차림을 고수했다. 뷔페식으로 하면 선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며 시간이 걸리는 모습을 봤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주고 싶어 상차림으로 했다. 비록 내가 더 힘이 들지만 선수들이 빨리 먹고 쉴 수 있어 좋다”라고 뷔페식이 아닌 이유를 설명했다.

선수들과 겸상하다

DB의 식사 시간은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점심은 11시 반부터, 저녁은 5시 반부터 시작된다. 저녁 시간이 되자 하나둘 선수들이 식당 테이블을 채웠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DB는 식단 메뉴 표가 없어 선수들이 점심이든 저녁이든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 모르고 식당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칼렙 그린이 식탁에 앉았다. 그는 홀로 준비된 연어와 채소를 불판에 올리며 자신만의 비법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어 소란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경희대 3인방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우와 소고기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모든 선수가 식당에 들어왔고 이상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필자 또한 빈자리를 찾아 앉았고 팀 막내 이윤수와 함께 소고기를 구웠다. 어색한 침묵을 깬 그의 첫 마디는 “제가 고기를 크게 먹는다”며 고기를 잘랐다. 필자 기준으로는 3점 정도는 나오는 크기가 이윤수에게는 한 점이었다.

이어 이윤수는 “대학생 때 프로구단과 연습 경기를 하면 각 구단의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제가 DB에 와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때에도 DB에서 먹은 밥이 제일 맛있었다”라며 배고팠던 대학 시절을 이야기해 줬다. 팀 내 가장 식성이 좋은 선배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김)종규 형이요”라고 대답했다.

김종규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그는 “아무래도 숙소 밥이 맛있다 보니 평소보다 더 먹는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허웅에게 행구동 아파트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허웅은 “물론 그때도 실장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잘 챙겨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실장님을 편하게 엄마라고도 부른다. 그린도 실장님한테 코리안 마더(Korean Mother)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모든 선수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떠났다. 다른 이들에 비해 식사를 늦게 시작한 이상범 감독은 “이곳 밥을 먹은 지 세 시즌 째다. 그런데 한 번도 입맛에 맞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항상 맛있고 감사하게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필자에게 된장찌개를 한 국자 떠주었다. 이상범 감독이 직접 건네주셨기 때문일까? 그날따라 유난히 된장찌개가 밥도둑이었다.

주 실장은 선수단의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본인의 식사를 준비했다. 일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했다.

주 실장은 “팀이 통합 우승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구단에서 많이 챙겨주셨고 호텔에서 하는 뒤풀이도 초대받아 모든 사람이 가족처럼 편하게 먹고 즐기고 왔었다. 올 시즌도 DB가 부상자 없이 잘 마무리해서 올해도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팀을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일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나도 힘들지만 선수단이 늘 맛있게 먹고 배려해주고 감사한 마음을 보여주니 그 힘으로 버틴다”며 “기자님도 언제든 배고플 때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말했다.

배는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절로 든든해줬다. 감사함과 따뜻함을 함께 느끼며 DB 숙소 식당을 빠져나왔다.

사진 = 배승열 기자

배승열 기자  baebae05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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