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배승열 기자] ‘루키 더 미쉐린’이 이번에 찾은 팀은 부산 KT 소닉붐이었다. 

기자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을 찾아 KT 서동철 감독과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당시 KT의 외국선수 바이런 멀린스와 알 쏜튼의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두 선수의 한국 음식 적응에 관한 주제가 나왔다.

그러자 서동철 감독은 “(두 선수가)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다 보니 알아서 잘 먹는다”며 “나중에 기자님도 저희 숙소를 찾아 식사 한번 하시죠. 저희 조리사님들의 음식 솜씨가 정말 좋습니다”라며 선수들이 먹는 음식에 궁금증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북수원에 위치한 KT 소닉붐의 숙소 KT 올레 빅토리움이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백코트 듀오가 부럽지 않은 조리실 듀오

시즌과 비시즌 구분없이 경기가 없는 날은 KT 선수들은 오후 훈련을 마친 오후 5시 반에서 6시 반 사이에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

한창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땀 흘리는 사이, 식당 한편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20년 차 베테랑’ 양수경 조리사와 ‘10년 차 에이스’ 이영미 조리사다.

먼저 양수경 조리사(사진 오른쪽)는 “코리아텐더부터 시작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당시 광주 나산 플라망스가 창단됐다. 하지만 나산의 부도로 골드뱅크에 매각됐고 2001년 코리아텐더로 팀명을 변경했다. 그리고 코리아텐더는 2004년 KTF로 이름을 바꿨고 2009-2010시즌부터 KTF와 KT의 합병으로 지금의 부산 KT 소닉붐이 탄생했다.

즉 양수경 조리사는 KT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양 조리사는 “20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넉넉하게 선수들의 밥상을 채워주지 못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풍족하게 선수들의 끼니를 챙겨줄 수 있어 좋다”며 과거와 현재의 식단 변화를 이야기해줬다.

이어 “30인분 기준으로 보통 11가지 이상의 반찬들을 한식 위주로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한식 위주로 나가는 식단이라면 외국선수들의 입맛에는 어려움이 없었을까? 

그는 “필요에 따라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을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KT의 두 외국선수는 한국 음식을 잘 먹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체로 그동안 다른 외국선수들도 한식을 잘 먹었지만, 찰스 로드는 유독 까다로웠다. 그래서 스파게티도 만들어주며 로드의 입맛을 맞춰줬다”고 웃으며 당시의 일화를 들려줬다.

선수들의 식단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자 두 조리사 모두 “메뉴 선정”이라고 대답했다.

어느덧 KT 식당을 지킨 지 10년이 된 이영미 조리사는 “우리는 단체 급식과 달리 정말 집밥처럼 신경을 쓴다. 육류는 2가지 이상 포함하며 매일 매일 음식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식단을 관리해주고 식자재를 구매해주는 영양사의 합류로 어려움이 해소됐다고 한다.

이 조리사는 “아무래도 영양사가 만들어준 식단과 가져다준 재료를 바탕으로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보니 맛에 더욱 신경 쓸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선수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궁금했다. 들려오는 대답은 당연히 “고기”였다. 이영미 조리사는 “매주 목요일이 ‘구이데이’다. 고기를 구워 먹는 날이다. 선수들이 소고기를 정말 좋아한다”며 “한우를 구워 먹는 날에는 15kg, 삼겹살을 먹는 날에는 10kg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한참 진행되는 사이, 선수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찾아왔다. 가장 먼저 식당에 들어온 허훈은 “이모, 오늘은 왜 평소와 달리 조촐하죠? 늘 나오던 바닷가재가 없네요”라며 마치 식당 취재 인터뷰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능청을 떨었다.

선수들의 힘, ‘집밥보다 맛있는 숙소밥’

<루키 더 바스켓>이 올레 빅토리움을 찾은 날 저녁 메뉴는 잡곡밥을 시작으로 돈육고추장찌개, 한방소꼬리찜, 치즈닭갈비, 레몬갈치구이, 해파리냉채, 새송이전, 브로컬리&돌문어, 포기김치 그리고 장어구이였다.

선수단의 식사가 끝나고 식당 마무리가 이어졌다. 두 조리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음식의 비법을 물었다. 양수경 조리사는 웃으며 “20년의 노하우다”라며 “우리 모두 조리 관련 자격증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잘할 수 있는지 노력하고 있다”고 맛의 비결을 들려줬다.

두 사람이 머무는 조리실 내부 또한 정말 깨끗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맛뿐 아니라 위생에도 철저히 신경 쓰는 듯했다.

양 조리사는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 먹고 착하다. 원정 경기를 다녀온 후 숙소에서 밥을 먹고 ‘역시 집밥이 최고다’라는 말을 들으면 고맙고 힘이 난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 = 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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