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서울 SK 나이츠의 최성원 만큼 ‘위기는 기회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라는 말이 맞는 선수는 없을 것 같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로 SK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1군 출전기회를 잡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절치부심 이를 갈며 개인 훈련을 했고 이번 비시즌부터 식스맨으로 역할을 하더니 형들이 부상으로 빠진 현재는 어엿한 팀의 주전가드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자신에게 언제 주어질지 모르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노력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최성원을 만났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죠”

SK의 문경은 감독은 2017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박형철(KGC)을 울산 현대모비스로 보내는 대신 2라운드 지명권 순위(17순위↔13순위)를 맞바꿨다. 예상 지명 순위가 2라운드 초반이었던 최성원을 뽑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13순위(2라운드 3순위)로 최성원을 뽑았다. 

문경은 감독은 최원혁(상무)과 이현석이 입대한 뒤 최성원에게 두 선수가 맡았던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최원혁과 이현석은 2018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최성원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최성원은 2018-2019시즌까지 제대로 출전기회를 받지 못했다. 2018-2019시즌이 끝난 뒤 최원혁과 이현석이 입대하자 최성원에게 기회가 왔다. 

“이번 시즌 전까지 경기를 제대로 못 뛰었어요. 그럴 때 (최)준용이 형이 많이 도와줬죠. 준용이 형하고 같이 연습했고 비시즌 때 (김)선형이 형과 준용이 형이 대표팀 차출로 없을 때 연습경기에서 기회를 잡아서 마카오도 다녀왔어요. 마카오에서 수비수로 인정받아 시즌 때 조금씩 뛸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좋게 기회를 잡아서 이렇게까지 왔다고 봐요. 또 지금 형들이나 팀한테는 위기지만 저한테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주축 선수들이 없을 때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잘 된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주신 문경은 감독님께도 감사드려요.” 

요즘 최성원은 한 마디로 잘 나가고 있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식스맨으로 조금씩 존재감들 드러내더니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주전가드가 됐다. 포인트가드 김선형이 오른쪽 손등 골절 부상으로 3~4주, 그리고 최준용은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8주 이상 결장 판정이 나 위기지만 최성원에게는 팀의 위기가 기회로 다가왔다. 

“저는 항상 언젠가 한번은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으로 운동했어요.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제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시간을 안 가리고 했어요. D리그 팀은 1군 원정 때 숙소에 남는데 야간에 혼자 나와서 운동하고 TV에서 형들 운동하는 거 보고 어떻게 해야할 지를 생각하고 했어요.”

처음 SK의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2라운드로 지명됐지만 ‘바로 경기는 못 뛰더라도 최소한 1군 엔트리에 들어 벤치에는 앉겠지’하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SK는 허남영 육성총괄코치를 따로 두며 2군 선수들의 육성에 힘을 쏟는 구단이다. 당장 입단 동기 뿐 아니라 그가 넘어야 할 선배들이 2군에도 즐비했다. 

“SK에 입단하고 막상 현실에 부딪쳐보니 벤치에 앉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자존감이 낮아졌고 지난 시즌에는 바닥까지 쳤다고 생각했죠. 입단 동기인 (우)동현이가 저보다 먼저 1군 경기를 뛰었을 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관두고 싶은 마음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부모님 생각에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을 했어요. 보통 한 시즌을 끝내면 두 달 정도 휴가를 받는데 처음 1주일만 쉬고 계속 나와서 운동하고 재활 센터에서 몸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그 덕을 조금은 보는 것 같아요.”

최성원의 이런 노력은 아래 기록으로도 잘 드러난다. 지난 시즌은 단 한 경기 출전에 그것도 1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불과했고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못 올렸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40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5분 43초 출전에 4.0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표1. 최성원 최근 2년간 경기 기록
2019-2020시즌 40경기 15분 43초 4.0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18-2019시즌 1경기 1분 19초 0.0점 0.0리바운드 0.0어시스트

“항상 매 경기가 저한테는 기회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경기에 투입되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최소한 에너지나 투지는 보여주자.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뛰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슛도 들어가고 운좋게 골도 들어가고 그러면서 조금씩 경험이 쌓인 것 같아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경기 중간에 투입되면 몸이 굳은 상태여서 안 된다는 것도 핑계라 생각했어요. 경기에 투입되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준용이 형이 아직은 만족하지 못한대요”

김선형과 최준용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빠지면서 문경은 감독은 SK 선수들에게 “투지로 해보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보자’”라는 말을 했다. 여기에 최성원에게는 “네가 김선형, 최준용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는 특별 부탁까지 했다. 포지션상 당연한 이야기긴 했지만 올 시즌 들어 실전 경험이 쌓기 시작한 최성원에게는 사실 큰 부담이었다. 

“처음에는 부담이 컸어요. 형들의 빈자리를 내가 어떻게 메울까라는 고민이 컸죠. 특히 KCC 전에서 준용이 형이 다친 걸 보고 멘붕이 왔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LG 전을 준비하면서 부담이 더욱더 커졌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보자’라는 생각으로 LG 전을 준비하고 나갔는데 마침 저희 선수들 모두가 잘해서 이기게 돼 너무 좋았죠.”

“형들이 없는 가운데 경기를 치르면서 팀이 뭔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선형이 형이나 준용이 형이 다 해주겠지 하는 생각이 컸는데 이제는 서로 모자란 걸 하나둘씩 채워주고 하면서 더 잘 맞은 것 같아요. 저 역시 전에는 선형이 형이 워낙 공격이 좋으니까 나는 수비만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좀 더 공격적으로 해서 다른 선수들을 살려줘야겠다라는 책임감이 생겼죠.” 

이러면서 그에게도 전에는 없던 상대팀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그를 버려두고 수비를 해서 오픈 찬스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에게 쉽게 슛을 주지 않는 타이트한 수비를 펼치고 있다. 상대팀들이 견제해야할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수비를 최근에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그는 이런 견제를 이겨내기 위해 플로터 등 몇 가지를 연습 중이라고 했다. 그 결과는 남은 정규리그 혹은 플레이오프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렇게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 김선형과 최준용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최준용의 말이 재밌다.

“LG 전이 끝나고 준용이 형한테 카톡이 왔어요. 칭찬을 하기보다는 ‘(제 플레이에) 아직 자기는 만족 못한다고. 더 해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준용이 형이 츤데레 타입이에요. 제가 잘했을 때는 뭐라 그러고 플레이가 안 되거나 못한 날은 오히려 격려를 해주죠. 준용이 형이 골을 넣으면 본인처럼 세리머니를 하래서 2달러 날리는 세리머니를 몇 번 했는데 바로 ‘쟤도 이제 최준용 따라하네’라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준용이 형을 위해서 계속 하려고 해요.”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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