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배승열 기자] 부산 BNK 썸은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으로부터 1년간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 ‘WKBL 위탁운영팀’으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새로운 인수 구단을 기다렸다. 그 결과 BNK가 손을 내밀었고 부산을 연고로 한 여자농구팀이 새롭게 창단됐다. 든든한 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선수단은 한결 편안한 상태로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BNK는 WKBL 최초로 부산을 연고로 하는 팀일 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여성으로만 감독과 코치진을 구성한 팀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영주 감독을 필두로 최윤아, 양지희 코치가 합류하며 본격적인 시즌을 준비했다. 선수들은 새로운 곳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고 기본적인 체력 훈련부터 차근히 소화했다. 그 결과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매 쿼터 코트 위를 뛰어다니는 ‘육상부 농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딛는 발걸음마다 최초라는 이유로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 받은 BNK. 그들의 첫 시즌을 돌아본다.

 

기대와 달랐던 1라운드 전패

BNK의 어린 선수들은 시즌 쇼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박신자컵 대회에서 비시즌 자신들이 준비한 모습을 100% 쏟아냈다. 매 경기 코트 위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며 상대를 압박했다. 비록 결승에서 하나은행에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준우승을 거두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박신자컵의 아쉬움을 뒤로한 BNK는 창단 첫 승리를 위해 개막전에 온 힘을 집중했다. BNK의 첫 상대는 박신자컵 결승 상대였던 하나은행. 선수단 또한 박신자컵의 아쉬움을 설욕할 기회에 이를 갈았다. 

하지만 부천 하나은행 홈 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BNK는 상대의 무차별 3점슛을 막지 못하며 78-82로 고개 숙였다. 당시 BNK가 성공한 3점슛 개수는 3개. 이에 반해 하나은행은 13개의 3점슛을 넣었고 그중 강이슬이 6개를 넣으며 상대의 부푼 꿈을 잠재웠다.

BNK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홈 개막전에서는 우승후보 청주 KB스타즈에 64-77로 패하며 개막 2연패에 빠졌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시작되며 창단 첫 승리의 꿈은 멀어져갔다. 결국 1라운드 전패라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남기며 3주간의 국가대표 휴식기를 맞이했다.

당시 유영주 감독은 “휴식기가 우리에게는 약이 될 것이다. 1라운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휴식기 이후 달라질 모습을 약속했다. 그 결과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삼성생명과의 용인 원정 경기에서 BNK는 83-72로 창단 이후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당시 외국인 선수 다미리스 단타스가 20점으로 팀을 이끌었고 총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매 쿼터 리드를 지켜냈다. 특히 부상으로 이탈했던 파워포워드 진안의 복귀로 리바운드와 스피드에서 살아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홈 경기 승리. 하지만 그 상대가 리그 우승후보인 아산 우리은행 위비였기에 많은 이들은 어려움을 예상했다. 그런 예상과 달리 BNK는 경기 내내 근소한 리드를 유지하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결국 마지막까지 상대 추격을 이겨낸 BNK가 홈에서 75-70으로 우리은행을 누르며 홈 첫 승리 신고까지 마쳤다. 창단 이후 첫 승리와 홈 경기 첫 승리로 답답했던 혈을 뚫은 선수단은 이후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바탕으로 부산에 농구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른 시즌 종료로 아쉬움이 남은 BNK였다. BNK는 시즌 최종 10승 17패, 리그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3위 하나은행과는 1경기 차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혹은 4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그동안 일정상 갖지 못했던 홈경기가 정규리그 막판에 몰려 있었고,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치르긴 했지만 2연승을 거두는 등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 시즌 종료였다. 

유영주 감독 역시 “모처럼 홈에서 선수들이 힘을 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이것을 부산 팬분들 앞에서 보여주지 못한 게 제일 아쉽고, 이런 상승세의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일찍 끝낸다는 것도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시즌은 아쉽게 끝이 났지만 BNK 선수단이 적어도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코트 위에서도 볼 수 있던 한 해였다.

 

젊음의 힘, 썸이 시작되다

안혜지는 BNK의 주전 가드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프로 6년 차 가드로 지난 시즌 MIP(기량 발전상)를 수상했다. 특히 지난 시즌 평균 6.4개의 어시스트로 1위에 올랐으며 올 시즌에도 평균 7.7어시스트로 2년 연속 어시스트 1위에 성공했다. 그동안의 약점이었던 슛도 보완했다.

안혜지는 지난 2년간 평균 두 자릿수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차츰 입지를 넓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안혜지의 3점슛 성공률은 11.1%, 26.2%로 상대 수비가 의도적으로 안혜지의 점프슛을 막지 않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올 시즌 초반에도 그런 모습이 적지 않게 목격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안혜지는 오픈 찬스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료를 살리는 패스 외에도 외곽슛 찬스 상황에서 자신 있게 슛을 던지는 달라진 플레이를 펼쳤다. 그 결과 안혜지는 올 시즌 3점 성공률 36.2%까지 끌어올리며 슛이 약하다는 자신의 평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유영주 감독은 이런 안혜지의 백코트 파트너로 이소희를 낙점했다. 이소희는 지난 시즌 프로에 입단한 신인으로 특유의 스피드와 과감한 플레이로 팬들의 눈까지 사로잡은 선수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치며 긴 시간 재활에 집중해야 했다. 이후 1월 퓨처스리그를 통해 복귀했고 다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쪽 어깨를 다쳤던 이소희는 재활 기간 동안 왼손으로 슛을 던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원래 양손잡이였던 그는 슈팅 핸드를 왼손으로 바꾸는 노력을 보였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오른쪽 어깨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왼손으로 슛하는 장점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처음 실전에서 그가 시도한 왼손 슈팅은 스텝과 밸런스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본인 또한 이러한 부분을 인정했으나 이후에도 꾸준한 훈련과 경기 감각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결국 이 변화는 이소희가 양손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KB스타즈에서 합류한 김진영의 합류도 후반기 BNK의 큰 힘이 됐다. 김진영은 김소담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했다. KB스타즈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진영은 BNK에서 경기당 평균 24분 52초를 뛰며 4.8득점 2.8리바운드로 포워드 라인에 스피드를 더해줬다. 또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공격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김진영의 활약에 BNK는 구슬의 체력 안배와 안혜지-이소희-진안과 함께 더욱 스피드한 농구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구슬은 BNK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올 시즌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슬은 올 시즌 평균 10.8득점으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평균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보다 2점 성공률과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졌지만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올렸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스피드와 수비도 올 시즌에는 한결 나아지기도 했다. 

 

외곽슛 그리고 리바운드!

시즌 내내 유영주 감독이 선수단에 강조한 부분이다. 찬스에서는 자신 있게 슛을 던지라고 강조했다. 슛이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는 던져봐야 알기에 머뭇거리지 말고 던지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리바운드 또한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했다. 리바운드는 물론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경기 집중력과 투지와 연결된 기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유 감독은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리바운드에서 앞서면 선수단에게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리바운드에서 밀리면 다음 날 선수들을 오전부터 불러 모아 훈련을 시작한다고 했다. 기술은 지더라도 투지만큼은 질 수 없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BNK는 하나은행과 개막전에서 25개의 3점슛을 시도해 3개(성공률 12.0%)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상대 하나은행이 22개를 던져 13개를 성공한 것과 비교가 된다. 이때만 해도 3점슛의 문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언젠간 터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BNK가 1라운드에 전패하는 동안 3점슛 성공률은 20.9%로 KB스타즈(20.6%) 다음으로 저조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KB스타즈에 3점슛은 보너스에 불과했다.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을 중심으로 페인트존에서 우위를 점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BNK는 단타스를 돕기 위해 3점슛이 필요가 아닌 필수인 팀이었다. 심지어 1라운드에서 BNK는 평균 26.8개의 3점슛을 시도하며 가장 많은 3점슛을 던진 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성공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1라운드 종료 후 휴식기 동안 BNK 선수들은 3점슛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 결과 2라운드에서는 3점슛 성공률 34.2%로 한결 높아진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후 3라운드에서는 39.3%로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좋은 외곽슛 감각을 유지했다. 

리바운드에서도 초반 BNK는 상대에게 힘쓰지 못했다. 물론 진안의 부상 공백, 정선화의 이탈, 김소담의 부진 등 센터진의 붕괴로 외국인 선수 단타스 홀로 골밑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1라운드 BNK는 평균 30.4리바운드로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진안이 복귀했고 김소담을 대신해 김진영이 복귀한 시점부터 BNK는 리바운드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갔다.

하지만 BNK는 결국 유영주 감독의 바람대로 리바운드에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BNK의 시즌 평균 리바운드는 31.3개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골밑 높이가 단점으로 지적되던 하나은행(31.9개)에도 밀리는 수치였다.

감독으로서 처음 나선 이번 시즌은 유영주 감독에게 너무도 험난한 데뷔 시즌이었다. 하지만 초보감독인 그나 어린 선수들 모두 이번 시즌은 좋은 경험이자 공부가 됐다. 성적에서도 1승을 거두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우리은행과 KB스타즈 등 강팀들도 잇달아 잡아내는 저력을 보였다. 순위도 5위로 꼴찌는 면했으니 첫 시즌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제 이런 첫 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더 도약할 일만 남았다. 그리고 유영주 감독의 시선 역시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향해 있다. 

 

팀 MVP / 다미리스 단타스

단타스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BNK에 지명되며 이전 시즌에 함께 했던 선수들과 다시 한 번 손발을 맞추게 됐다. 기대대로 그는 올 시즌에도 꾸준한 득점력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었다. 시즌 평균 20.2득점 9.3리바운드로 팀 골밑을 지켰다. 안혜지와의 투맨 게임 호흡도 좋았다. 국내선수들의 지원이 아쉬운 상황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팀 RISING STAR / 이소희

지난 시즌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이소희는 올 시즌 초반에는 어깨 부상 여파로 코트에서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재활 기간 동안 부단한 노력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이소희는 슈팅 핸드까지 바꾸며 코트로 돌아왔다. 시즌 마지막 9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다시 한 번 미래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표 디자인 = 서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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