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2017-2018시즌 데뷔한 전자랜드의 김낙현은 매 시즌을 거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첫 시즌에 평균 5.0점을 기록하며 리그 적응을 마친 김낙현은 지난 시즌 54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7.6점 2.5어시스트의 기록으로 ‘식스맨상’을 거머쥐며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이번 시즌은 더욱 특별하다. 현재까지 38경기에 출전한 김낙현은 평균 12.2점 3.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커리어 첫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장기인 3점슛 역시 경기 당 2.2개를 성공시키며 더욱 날카로워졌다. 매 시즌을 거치며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김낙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약속의 3년차

농구계에는 ‘약속의 3년차’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잠재력을 품고 리그에 입성한 선수들이 2시즌여 동안 리그 적응기를 거친 후 3년차가 된 시즌부터 폭발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생긴 표현이다.

김낙현 역시 이러한 ‘약속의 3년차’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선수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전자랜드의 부름을 받은 김낙현은 매 시즌 착실한 성장을 거쳐 3년차가 된 이번 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냈다. 

“작년에는 저 말고도 키 큰 형들도 많았고 득점 루트가 다양했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상규형, (정)효근이형이 나가면서 감독님도 앞선이 해줘야 된다고 많이 말씀을 하셨거든요. 비시즌부터 가드들이 주로 공을 많이 가지면서 공격하는 것들을 연습했는데 그때부터 제가 공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대학 3,4학년 때 했던 것처럼 공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그게 지난 시즌과의 차이인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에는 감독님이 하라는 하시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컸다면 이번 시즌에는 가드로써 코트 위에서 말도 많이 하고 해결사 역할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마인드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워낙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그렇지 지난 시즌의 모습 역시 나쁘지 않았던 김낙현이다. 박찬희의 백업 역할을 수행하며 경기 당 평균 19분 10초를 소화한 김낙현은 7.6점 2.5어시스트의 기록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시상식에서 ‘식스맨상’을 거머쥐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식스맨으로 (박)찬희형 백업으로 뛰면서 경기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게임을 많이 뛴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만큼의 성적이 나왔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챔프전을 경험한 것 역시 김낙현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35승 19패의 성적으로 현대모비스(43승 11패)에 이은 2위에 올랐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LG를 3승 무패로 가볍게 무찌른 뒤 창단 첫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챔프전은 정말 매 공격마다 엄청나게 큰 집중력이 필요했어요. 지금도 제가 했던 플레이 장면들이 기억나냐고 누가 물어보면 모두 기억이 난다고 할 정도로 기억에 선한 경험이었어요.”

그런 김낙현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4차전에서 자신이 범했던 치명적인 실수. 당시 상황은 이렇다. 

4쿼터 막판까지 펼쳐진 치열한 승부. 88-89로 뒤지던 전자랜드는 종료 29초를 남기고 투 할로웨이가 역전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승리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어진 수비에 성공하면 사실상 승리는 전자랜드의 몫. 

그러나 다음 수비 장면에서 김낙현의 치명적인 실수가 벌어졌다. 골밑에서 라건아와 미스매치가 된 김낙현은 슛을 시도하는 라건아를 향해 팔을 뻗었고 이 장면이 파울로 지적된 것. 라건아가 슛을 성공하며 3점 플레이를 완성해 전자랜드는 역전을 내주고 만다. 결국 4차전 91-92 패배. 4차전을 내주며 1승 3패 열세에 놓인 전자랜드는 5차전까지 아쉽게 헌납하며 창단 첫 우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지금 생각해도 그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하나하나 기억이 다 날 정도로 선명해요. 저 뿐만 아니라 운동 선수라면 그런 장면들은 너무 후회가 되고 생각이 나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또 그 전에 제가 패스미스를 한 것도 생각나고 그래요. 못했던 장면만 생각나죠.”

비록 첫 챔프전은 아쉬움으로 남게 됐지만 큰 무대에서의 경험은 이번 시즌 김낙현의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아쉬움에 그치지 않고 더욱 자신을 갈고 닦은 김낙현은 이번 시즌 더욱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와 당당히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큰 경기에 뛰어봤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도움이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냉정해졌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운동을 어떻게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는 것들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비시즌에 준비를 많이 했고 그런 부분들이 이번 시즌에 잘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허훈과의 라이벌리

라이벌.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 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스포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허재와 이충희, NBA의 레이커스와 보스턴 등 농구계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라이벌 구도는 언제나 많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흥미를 유발한다.

김낙현에게도 라이벌의 존재가 있다. 그 상대는 다름 아닌 KT의 허훈. 고려대의 김낙현과 연세대의 허훈으로 대두된 둘의 라이벌 구도는 프로에 와서도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허)훈이랑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주시더라고요. 대학교 때는 학교끼리의 경쟁도 있으니 더욱 그런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사실 프로에서도 라이벌로 엮어주시니까 의아한 부분도 있어요(웃음). 누가 봐도 훈이가 저보다 농구를 잘하는 것은 다들 아시잖아요.”

사실 김낙현의 이야기대로 이번 시즌 들어 둘의 격차는 다소 벌어져있다. 이는 김낙현이 못해서가 아니라 허훈이 워낙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어서다. 평균 14.9점으로 국내 선수 득점 2위에 올라 있는 허훈은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7.2개로 압도적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래도 지난 시즌까지는 제가 훈이보다 슛은 확실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 훈이가 슛도 너무 잘 들어가더라고요. 다음 시즌에는 뭐 하나라도 훈이보다 앞설 수 있게끔 더 많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은 훈이가 워낙 MVP급 성적을 내고 있어서 제가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네요(웃음).”

이처럼 허훈의 실력을 쿨하게 인정한 김낙현. 그러나 그 역시도 허훈에 뒤쳐지기 않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라이벌이라는 존재가 김낙현의 성장에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훈이는 대학교 때부터 정말 멘탈이 좋고 항상 발전하는 선수였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저도 뒤쳐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노력을 했죠. 훈이는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멘토의 역할도 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그 친구를 보고 많이 배우면서 농구를 했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라이벌 구도가 저에게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훈이한테 자신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계속 붙여주시니까 어떻게 한 번이라도 이겨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된 셈이죠.”

그러한 김낙현의 노력의 결정체가 바로 슛이다. 데뷔 시즌 37.7%의 3점슛 성공률을 보이며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던 김낙현은 지난 시즌에도 39.7%의 성공률로 남다른 슈팅 능력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성공률은 37.0%로 소폭 하락했지만 데뷔 후 최다인 경기 당 2.2개를 꽂아 넣으며 전자랜드의 외곽을 책임지고 있다. 김낙현 역시 자신의 슈팅 능력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슛에 대해서는 자신 있어요. 물론 저 말고도 슛이 좋은 선수들은 많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저는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힌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슛의 경우 ‘재능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낙현 역시 주어진 재능과 더불어 남다른 노력을 통해 슛을 자신의 가장 큰 무기로 발전시켰다. 

“대학교 때 정말 연습을 안해도 경기만 나가면 4,5개를 넣는 형이 있었어요. 그 형을 보면서 슛은 재능이라고 생각했죠. 저도 약간은 재능이 뒷받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력도 많이 했어요. 특히 저는 하체 운동을 많이 했어요. 하체가 잘 잡혀있어야 슛을 올라갈 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올라갈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수비자가 앞에 있어도 한 템포 빠르게 올라갈 수 있고 스크린을 받고 돌아 나와서 스텝을 밟고 바로 올라갈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리딩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안고 있는 김낙현이다. 유도훈 감독 역시 김낙현의 리딩 능력에 대해서는 종종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감독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리딩은 많이 부족하고 A패스를 뿌리는 것도 (박)찬희형하고 비교하면 너무 떨어져요. 제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최근 경기들에서 가드들의 리딩이 부족해서 진 경기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팀 승리도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 리딩에 관해서는 팀 선배인 박찬희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그러나 김낙현은 “보고 배우는데도 정말 따라하기가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찬희 형이 많이 가르쳐주시는데도 제가 따라가질 못해요. 정말 어려워요. 찬희 형이 말하는 대로 센터들이 움직이면 항상 찬스가 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찬스가 잘 나질 않아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끼죠. 그만큼 찬희 형도 엄청난 노력이 있었던거죠. 제가 조금 보고 들으면서 하는 정도로는 따라가기가 힘든 것 같아요.”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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