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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r] 우승 못해도 코트에 있는 게 좋다는 남자, DB 윤호영 ②

[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코트 안에서만 무서운 DB의 츤데레
윤호영의 소속팀인 DB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인 센터 김종규를 데려오고 김태술과 김민구 등을 대거 영입하면서 단번에 우승후보로 올라섰다. 기존의 허웅과 윤호영 등이 있고 1월에는 두경민까지 상무에서 복귀하면 이보다 더한 선수 구성이 없다는 예상 때문이다. 외국선수 역시 치아누 오누아쿠와 칼렙 그린 등 골밑을 지켜주고 득점력을 갖춘 선수로 뽑아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DB는 시즌 개막 후 상위권에 올랐고 기사가 작성되는 1월 26일 현재에도 21승 13패로 단독 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윤호영은 이런 새로운 선수들의 대거 영입이 결정된 이후 베테랑으로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느냐가 그것이다.

“(김)종규가 오면서 우승후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런 쪽으로 부담 갖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칠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많고 또 그 선수들이 팀의 주축선수로 뛰어야 하다보니 우리끼리 융합이 돼야 했거든요. 이제까지 같이 해보지 않고 다른 색깔의 선수들이 하나가 되기 위한 것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했고 특히 종규랑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종규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팀원들이 하나가 되는 방법이 여러 개 있죠. 회식도 하나의 방법이고 실제로 하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저희는 몸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코트 안에서 같이 해서 맞춰서 되는 걸 느끼고 나서부터 잘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삐거덕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팀 실책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에요. 워낙 다들 자기 색깔이 강하고 자기가 가진 기량이 있다 보니 그런 거 같은데. 감독님도 ‘궂은일, 수비, 리바운드가 되면 경기가 쉽게 된다. 그런데 공격만 생각하고 수비를 등한시하면 팀이 끌려간다’고 하세요. 코트 안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수비와 리바운드가 되고 그런 걸 몸으로 느끼면서 선수들도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수들이 코트에서 더 하려고 하는 게 느껴지고 있죠.” 

그는 코트 안과 밖에 180도 다른 타입의 선수다. 코트 밖에 서는 웬만한 일이 아니면 절대 후배들을 터치하지 않지만 코트 안에서는 많이 달라진다. 조금 과할 정도로 지적도 많이 하고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이것을 본인의 생각만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후배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듣고 있다고. 그리고 코트 밖에서는 후배들도 쉬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자신만의 룰을 지키고 있다는 그다. 이런 그가 거의 맨투맨식으로 붙어서 이야기하는 선수가 바로 김종규다. 

“팀에서도 이야기하고 저도 다른 인터뷰에서 여러 번 말했지만 저희 팀의 기둥은 종규예요. 종규가 살면 저희도 같이 살고 종규가 힘들면 저희도 힘들어지죠. 앞선에서 화려한 공격을 해서 득점을 하면 부각되는 면이 있겠지만 막상 종규가 없으면 그런 플레이가 나올 수 없죠. 거기다 종규도 아직 젊다보니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는 면이 있어요. 제가 그런 것들 때문에라도 평소에 종규를 자주 불러서 이야기하고 또 코트에서 자주 혼내고 있어요. 그러다가도 가끔씩 ‘네가 살아나면 팀이 잘 된다. 네가 블록슛하고 수비와 리바운드 해주는 게 팀에 큰 원동력이다’ 같은 칭찬을 해주죠. 그러면서 종규를 컨트롤하고 있죠.”

시크한 츤데레 타입의 윤호영이지만 내심 김종규가 소심해서 자신이 한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나 하는 소심한 걱정을 했다. 김종규가 “네, 알겠어요. 형, 그러는 거 저는 이해해요. 괜찮아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한다는 것. 이거는 분명 가슴에 담아두고 하는 말이다. 적어도 필자의 생각에는.

우승 반지를 위해서 뛰는 게 아니다

DB는 전신을 포함해 총 5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3번의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룬 명문구단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현재 DB의 베테랑으로 뛰고 있는 윤호영에게 아직 우승 반지가 없다는 점이다. 참 희한하게도 정규리그 우승은 두 번이나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 우승을 한 번도 차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우승을 위한 챔피언결정전에 4번이나 올라갔지만 모두 미끄러지면서 플레이오프 준우승만 4번을 한 비운의 사나이다. 우승을 밥먹듯이 한 구단의 대표 선수라 당연히 한 개 정도는 있을 줄 알았던 우승 반지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뭐 농구팬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죠. 사실 챔프전에서 떨어질 때마다 신경도 쓰이고 다음 시즌 시작할 때까지 아쉬움이나 여러 가지 감정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항상 열 받아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처음 밝히는 거지만 우승을 못하고 은퇴한다고 해도 크게 아쉬움은 없어요. 물론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다면 좋은 거겠지만 거기에 목메면서 ‘우승 반지 없으면 절대 은퇴 안 해’ 같은 마인드는 없어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진짜 없어요. 다만 저는 가만히 있는데 저희 팀 후배들이 ‘호영이 형 은퇴 전에 무조건 반지 하나 선물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경기를 뛰면 뛰었지 꼭 우승 반지를 위해서 뛰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그가 남은 농구 인생에서 바라는 것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래 코트를 누비는 것이다. 허리 부상을 당해 3개월을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코트 위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 그 코트에 서기 위한 준비 과정이 지금은 너무 힘들고 또 많은 시간이 걸리며 언제 어떻게 부상을 당할지 몰라 고민돼도 농구선수로서 코트에 설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큰 수술 이후로 제가 겪어온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서인지 아내는 지금도 얘기해요. 아프고 힘들면 그냥 집으로 와도 된다고. 그런데 아이 둘이 이제 초등학생인데 제가 어떻게 관둘 수 있겠어요? 못 그만둔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죠.(웃음) 아내가 그런 말하면 제가 알아서 멘탈 잡고 하는 걸 아니까요.” 

“은퇴 이후의 삶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어요. 몸은 아프지만 그래도 더 뛸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나이도 그렇고 가끔씩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긴 해요.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은퇴 이후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저는 코트에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뛰고 싶어요.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최대한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고 싶죠. 현역 최장수 기록을 바꾸는 것은 좀 힘들겠지만 이상범 감독님하고 같이 하면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감독님 계시는 동안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져야죠.”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KBL 제공

박상혁 기자  jumper@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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