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정규리그 1위를 사실상 가늠하는 승부.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자리잡은 우리은행과 KB의 정상전쟁에서 우리은행이 이겼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경기에서 54-51로 ‘디팬딩 챔피언’ KB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순위는 바뀌었다. 4경기를 남겨둔 우리은행이 20승 6패로 1위, 3경기를 남겨둔 KB가 20승 7패로 2위다. 여전히 박빙의 차이지만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의 구부능선을 넘었다. 

우리은행은 KB와의 맞대결에서 이번 시즌 4승 2패로 우위에 섰다. 

2017-18시즌 이후 두 시즌 연속 상대전적 열세를 기록했던 KB에 앞선 우리은행은 동률일 경우에도 KB를 밀어내게 된다. KB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우리은행이 4경기에서 2패 이상을 해야 역전이 된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희박하다. 

치열했던 두 팀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되짚어 보자. 

 

기본기, 스피드, 집중력, 체력에서 앞선 우리은행
KB로서는 더없이 아쉬운 결과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리드를 지킨 경기였다. 7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11점차 리드로 뒤집었음에도 결국 재역전을 당했다.

결과는 기본기와 스피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본다. 

우리은행은 상대가 볼을 잡기 전부터 강한 압박과 디나이 디펜스롤 통해 KB를 괴롭혔다. 상대의 어시스트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볼을 잡고 있는 선수의 시야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우리은행 특유의 몸싸움과 박스아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KB 역시 적극적인 수비로 맞섰지만, 기본적인 수비는 어느 정도 내려 서 있었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박혜진에게도 꾸준히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스피드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을 허락했다.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전체적으로 스피드 싸움에서는 KB가 우리은행을 따라가지 못했던 경기였다.

집중력과 체력에서도 우리은행이 앞섰다. 

우리은행은 2월 말, 6일간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 경기력이 떨어지고 김정은의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승리를 챙기면서 결과적인 성공을 거뒀고, 4일간의 휴식과 재정비 시간을 확보했다.

반면, KB는 연승을 달리고는 있었지만, 경기 내용이 안 좋았다. 꾸준히 턴오버가 많았고,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승부를 마지막까지 접전으로 몰고 갔다. 지난 하나은행과의 경기도 결국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몰렸다. 

우리은행보다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반 밖에 없었고, 주요 선수들의 부상과 피로 누적 문제가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높아진 피로도와 체력의 열세는 승부처에서 한 발 더 뛸 수 있는 힘의 차이를 만들었던 것 같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야투율
우선 기록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슛이 정말 안 들어간 경기였다. KB의 야투율은 28%, 우리은행의 야투율은 26%였다. 특히 3점슛 찬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곽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가 분명 높았음에도 부담감이 상당했던 경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 초반 KB는 적극적인 공격리바운드를 통해 오픈 3점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그런데 강아정과 심성영이 이 기회를 모두 놓쳤다. 타이밍과 밸런스, 볼의 궤적 등을 봤을 때는 들어갔다고 보였는데, 림은 KB의 슛을 외면했다.

KB는 경기 막판 51-52로 역전 당한 상황에서 심성영이 회심의 3점슛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하지만 이 슛도 심성영의 손끝을 떠나는 순간 ‘잘 던졌다’는 생각이 들만큼 괜찮았다.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아마도 아주 미세한 차이로 뒤쪽 림에 걸린 것 같다.

3점슛의 어려움을 겪은 것은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내내 팀을 이끈 ‘인터네셔널 또치’ 박혜진도 3점슛 10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다. 박혜진이 공식경기에서 3점슛 10개를 시도해 단 한 개도 넣지 못했던 적이 선수생활을 통틀어 한 번은 있었을까? 

인터뷰를 보니 본인은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안 들어가서 더 힘들었다”고 했다는데, 사실 박혜진의 슛 밸런스는 KB 선수들에 비해 좋지 않았다. 폼과 밸런스가 틀어진 슛이 많았다. 림을 중심으로 영점이 흔들린 슛도 많았다. 

박혜진으로서는 슛이 왜 안 들어가는지를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을 만큼 경기 자체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3점슛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경기가 잘 풀리고 있었고, WKBL의 큰 경기에서 자신이 좋은 활약을 보였던 만큼 슛에 대한 자신감 자체는 충분했던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과 그 대안
우리은행은 아킬레스 부상으로 한 달 정도를 쉬었던 김정은의 회복이 관건이었고, KB는 박지수의 허리 통증과 강아정의 고질적인 발목 상태가 고민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는 김정은과 강아정의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은행은 올림픽 최종 예선으로 인한 휴식기 이후, 김정은을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넣었다. 아무래도 김정은 없이는 상대의 카일라 쏜튼을 제대로 제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한 쏜튼에게도 김정은이 있고 없는 것이 주는 무게감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상태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18분 30초를 뛰면서 슛 시도도 적었고, 무득점에 그쳤다. 자유투도 모두 놓쳤다.

우리은행의 경기 흐름도 김정은이 뛰지 않을 때가 더 나았다.

김정은은 볼을 어느 정도 끌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김정은의 정체된 움직임 속에 다른 선수들도 김정은만 찾으니까 우리은행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정상적인 컨디션일때는 김정은이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플레이가 살아날 수 있지만, 어제의 김정은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김정은이 없을 때, 5명의 움직임이 더 유기적이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김정은이 파울 트러블에 걸린 후 교체를 했는데, 파울 관리 측면보다는 김정은의 상태가 팀 플레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KB는 강아정의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3점슛 11개를 던져 1개밖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추후의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 오히려 슛 타이밍과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기본적인 움직임과 수비에서의 역할에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강아정은 34분 가까이를 뛰었다. KB는 강아정을 대신하는 선수들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주축 선수를 벤치로 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결과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

 

김정은이 없는 시간, 성장을 보인 우리은행
우리은행에서 김정은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중요한 상황에서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선수 한 명이 더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믿음을 주는 선수다. 경험도 많고 폭발력도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공백은 우리은행에게 상당히 치명적인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결장 혹은 정상적으로 뛰지 못했던 시간 동안, KB에게 한 번 패했을 뿐, 다른 경기는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사실, 우리은행이 온전히 잘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도 어긋나는 모습이 많았지만, 상대가 상상 이상으로 자멸해버리는 경기가 몇 차례 있었다. 운도 따랐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 시간 동안 상당한 수확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승수를 쌓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박혜진은 김정은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경기에 나서면서도 안정감을 보여줬고, 포지션상 김정은의 역할을 대신한 김소니아는 물론, 우리은행의 차세대 중심인 박지현도 확실한 성장을 보여줬다.

이들의 활약은 5일, KB전에도 나타났다. 

김소니아는 김정은을 대신해 쏜튼과 매치업 되면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줬다. 기록만 보더라도 결승 득점을 비롯해 10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14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한 쏜튼과 대등한 승부를 해줬다. 파울 트러블에 걸렸지만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박지현은 개인적으로 이 경기의 MVP라고 생각한다. 패턴 플레이에 의해 정말 중요한 득점을 성공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공격리바운드 5개를 포함해 9개의 리바운드를 건져냈던 것이 정말 큰 역할이었다. 

김정은이 정상적이지 않았음에도 우리은행은 KB보다 7개의 리바운드를 더 잡았다. 공격리바운드는 무려 6개가 더 많았다. 그 한 축을 박지현이 담당했다.

 

고군분투했던 박지수
35분 38초를 뛰며 19점 15리바운드 2어시스트. 

박지수의 기록이다. 허리가 좋지 않아 매 경기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분명 위력적인 기록이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 박지수의 존재감은 확실히 절대적이다.

다만 박지수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조금 더 기록으로 가져올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지수는 198cm의 신장에 비해 슛 거리가 상당하다. 그리고 당연히 타점도 높다. 상대가 막기 힘들다. 하지만 골밑에서 스텝을 빼서 던지는 언더슛이나 훅슛 같은 다양한 득점 기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실 이는 박지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KB는 염윤아를 제외하고는 스텝을 이용해 언더슛을 시도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 속공이나 돌파에서 올라가는 레이업을 제외하면, KB의 언더슛은 경기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쏜튼도 그렇다. 정직하게 올려놓는 슛 밖에 없다. 갖고 있는 기본적인 조건의 우위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공격 무기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은 수비하는 쪽에서 어느 정도 포인트를 잡고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는 KB가 높이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페인트존 득점 자체가 그렇게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또 하나는 판정 기준의 문제다. 

여전히 일부 팬들은 박지수가 골밑에서 잘 버티지 못한다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하고, 항의가 많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또한 판정에서 이익을 가져간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현행 WKBL의 판정은 박지수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박지수의 높이를 활용해 KB가 고공플레이를 할 때, 수비수가 박지수의 공격 실린더를 방해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심판은 이에 대해 “수비자가 팔만 들고 있었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울을 불지 않는 것이다. 

박지수는 이번 우리은행 전에서 6개의 자유투를 시도했다. 다른 리그, 혹은 국제대회에서 같은 상황이 있었다면 박지수의 자유투 개수는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 우리은행으로서는 그런 수비에 대해 심판이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을 한다면 당연히 그 수비를 계속하는 게 맞다.

슛만의 문제가 아니다. 볼을 잡기 전부터 박지수에게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휘슬은 상당히 관대하다. 

2쿼터, 상대 코트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이동하는 박지수에게 최은실이 시도했던 범핑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지나쳤지만, 심판은 그 다음 상황에서야 파울을 불었다. 

반대로 체격이 크다보니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경우도 많다. 4쿼터, 그레이를 막는 과정에서 박지수가 범한 4번째 파울은 확실한 정심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나왔던 박지수의 공격자 파울과 김정은의 슛을 저지하다가 범한 파울이 정확한 판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비디오를 돌려보면 해당 판정을 한 심판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다.

심판이 고의로 박지수에게 불이익을 주었을 리는 없다. 그리고 경기에서 억울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일어난다. 하지만 박지수에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판정은 박지수가 확실한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기록면에서 더 높은 숫자를 만들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 박지수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투지와 몸싸움이 뒤섞여 경기가 거칠어지고 치열해지는 상황을 제대로 정리해줄 수 있는 판정과 운영 능력의 필요성은 번외로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지난해보다 위력이 떨어진 쏜튼
27경기 평균 29분 9초 출전. 19.5점 10.9리바운드.

카일라 쏜튼은 분명 좋은 선수고 위력적인 선수다. 난관에 부딪혔던 KB의 플레이를 쏜튼이 살려낸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박지수가 없었던 6경기에서 KB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쏜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쏜튼은 과연 이번 시즌, KB가 원하는 농구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시즌, 쏜튼은 KB의 달리는 농구를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박지수를 중심으로 세트 오펜스를 펼치는 KB의 정적인 농구는 쏜튼으로 인해 활기를 찾았다. 

KB는 지난 시즌 경기당 4.63개로 팀 속공 1위였다. 쏜튼 역시 경기당 2.3개로 가장 많은 속공을 기록한 선수였다. 높이의 장점과 확률 높은 외곽슛을 갖춘 KB가 어떤 상황에서는 빠르게 달려 나와 얼리 오펜스로 득점을 마무리 하니 상대로서는 어려움이 더욱 컸다.

그런데 이번 시즌, KB는 경기당 2.44개로 팀 속공 최하위다. 쏜튼 역시 경기당 1.0개로 속공 수가 줄었다. 달리지 않는 쏜튼의 활용법은 더욱 단순해 졌다. 

박지수가 하이로 올라오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모습인데 여전히 포스트 플레이에 어색함이 있고, 골밑에서는 다양한 공격 기술을 보여주지 못한다. 박지수가 안으로 볼을 넣어주면 쏜튼이 다시 외곽에 찬스가 난 선수에게 볼을 내주는데, 이 슛이 안 들어가면 KB 플레이에 심한 정체가 오기 시작한다. 박지수가 하이에 있을 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머무는 모습도 있다. 

5일 우리은행 전에서 KB는 3쿼터에 박지수가 르샨다 그레이를 확실히 밖으로 끌어냈고, 우리은행의 안쪽 공간이 넓어지자 쏜튼이 그 틈을 타고 들어가 득점을 올렸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과의 차이를 점점 벌릴 수 있었고 승기를 잡았다.

그런데 4쿼터, 파울트러블에 걸린 박지수가 벤치로 들어갔음에도 쏜튼은 골밑이 아닌 외곽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박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골밑을 지켜야 하는 선수가 누구인지가 분명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움직임이다. 

자신의 마크맨이었던 김정은과 김소니아가 모두 파울트러블에 걸렸지만, 누구 하나 파울 아웃으로 내보내지도 못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후,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데다가 에너지까지 넘치는 쏜튼은 KB와 오래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됐다. KB를 제외한 거의 모든 팀들이 높이의 문제로 센터 플레이가 가능한 외국인 선수를 찾기 때문에 쏜튼을 선택할 수 있는 팀도 KB외에는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과 같은 모습이라면 KB가 굳이 쏜튼과 장기적인 동거를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KB가 이번 시즌 가져가고 있는 플레이와 쏜튼은 그렇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승부처에서의 명암
첫 번째 승부처는 4쿼터 초반이었다. 49-38로 도망갔던 KB는 박지수가 4번째 파울을 범했다. 결과적으로 차라리 그냥 2점을 주는 게 나았을 상황이 됐다. 정상적이었다면 박지수가 그레이의 공격을 저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수와 그레이 사이에 심성영이 있어서 박지수가 정확하게 자기 수비 동선을 가져가지 못한 것 같다.

여기서 KB는 박지수를 빼고 김민정을 넣었고, 이 결정이 점수차가 줄어드는 시작이 됐다. 박지수가 없자 우리은행은 그레이를 활용해 연이어 페인트존 공략을 했고, 점수차가 5점차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박지수의 교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파울트러블이 아니었어도 박지수의 체력 부분, 특히 허리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그 시점에서 교체를 해주는 게 현명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시점에서 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안덕수 KB 감독의 결단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KB도 분명 기회가 있었다. 박지수가 없는 KB를 상대로 우리은행도 제대로 된 매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수비에서는 고민이 발생했다. 김민정에게 완벽한 2개의 3점슛 오픈 찬스를 그레이가 내줬다. 

김민정을 확실한 슈터라고 할 수도 없고, 3점슛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동료들보다 확률이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오픈 찬스에서 3점슛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선수다. 결과적으로 박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오픈 찬스에서 KB가 한 번만 기회를 살렸어도 경기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KB로서는 박지수를 뺀 것의 문제보다는 추격은 당하되 경기 흐름까지 내줘서는 안됐는데, 그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 승부처는 경기 종료 1분 전. 우리은행이 기가 막힌 패턴 플레이를 박지현이 마무리 해 1점차로 추격한 후의 상황이었다.

KB는 상대 진영 베이스라인에서 공격 기회를 얻었는데 첫 패스에서 턴오버를 범했고, 이것이 우리은행의 속공으로 이어져 역전을 당했다. 

결과적으로 KB에게 불운했고, 우리은행에게 행운이었다.

상대 베이스라인에서 공격자가 서로 위치를 바뀌며 바로 림을 노리는 패턴은 KB가 종종 사용하면서 성공 확률도 높은 방법이다. 이번에도 패스가 연결됐다면, 강아정에게 완벽한 찬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패스를 주는 염윤아의 위치에서 림을 중심으로 반대쪽이 아닌 바로 앞쪽은 수비에 막혀서 패스 각을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쏜튼이나 박지수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위쪽으로 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박지현의 스틸로 기록이 되었는데, 염윤아의 패스를 김소니아가 손으로 쳤고, 이 볼이 박지현에게 날아들었던 상황이다. 김소니아의 좋은 수비였다. 염윤아의 패스를 보고 정확히 손을 뻗었다기보다는 패스 길을 막기 위해 흔들던 손에 걸렸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다음 동작에서 우리은행이 기민했다. 김소니아는 바로 속공을 위해 달려 나갔고, 박지현은 김소니아에게 볼을 연결했다. 

반면 KB는 수비로의 전환이 늦었다. 몸이 좋지 않은 강아정은 김소니아를 놓쳤고,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빠르게 내려선 박지수도 정상적이었다면 박지현의 패스를 끊거나 김소니아의 레이업을 블록할 수 있었겠지만, 바로 앞으로 달려들어온 그레이로 인해 박지현이 김소니아에게 볼을 주는 것을 볼 수 없었고, 김소니아의 슛을 막으러 가는 타이밍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4쿼터, 두 번의 승부처에서 모두 우리은행이 성과를 거뒀고, 이는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정상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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