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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의 뷰파인더] 하반기의 재미 요소, 투 가드 시스템

[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고 있지만 하반기로 접어든 WKBL의 순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정규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를 위한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WKBL은 올림픽 예선으로 두 번의 휴식기를 가졌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만족을 나타냈지만, 마지막 휴식기를 마친 후 나타나는 각 팀들의 양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몇 팀이 보여주는 투 가드 시스템은 상당히 흥미롭다.

[KB스타즈] 심성영-허예은 : 두 배로 커진 심장
지난 1월 9일 열린 신입선수선발회에서 KB는 ‘4.8%의 기적’을 재연하며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선택은 허예은이었다. 

상주여고 출신의 가드 허예은은 일찌감치 1순위 후보로 주목받았다. 정통 가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WKBL에서 거의 모든 팀들이 탐냈던 유망주다. 많은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165cm의 단신이라는 점과 웨이트의 단점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고, KB 역시 허예은을 바로 경기에 투입했지만 심성영의 백업으로 간간히 출전시켰다.

하지만 지난 22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강아정의 부상 결장과 염윤아의 5반칙 퇴장이 허예은에게는 기회가 됐다. 심성영과 함께 코트를 밟으며, 22분 8초 동안 9점 5어시스트로 프로무대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박지수와의 2대2 플레이, 심성영과 코트를 분담하며 보여주는 어시스트가 인상적이었고, 이런 플레이를 펼치며 자신의 기회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득점을 올렸다.

허예은이 이전 보다 프로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자 심성영의 플레이도 더 살아났다. 심성영은 허예은과 함께 뛰며, 조금 더 쉽게 3점슛 찬스나 자신의 공격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심성영 역시 16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심성영은 KB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이며 기다린 가드 자원이다. 데뷔 초반에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백업을 거쳐 지난 시즌에는 KB 첫 우승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오랫동안 백업 선수로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슛 거리를 늘리면서 자신의 강점을 키웠고, 지금은 3점슛과 2대2 해결, 돌파 능력까지 갖춘 가드로 성장했다.

여기에 허예은의 가세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 룩 패스에 대한 질문에 “언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패스 능력과 시야는 의도 없이 자연적으로 나오는 타고난 센스와 타이밍을 보여준다. 심성영이 주로 했던 박지수와의 투 맨 게임을 허예은이 분담하며, 심성영은 반대편에서 조금 더 쉽게 자신의 찬스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슛 찬스를 놓치면 심성영도 투 맨 게임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상대 수비의 혼란은 더 커 질 수 있다. 

심성영과 허예은 모두 리그에서 최단신에 속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수비에서는 미스매치에 의한 약점이 우려됐다. 하지만 적절한 파울 사용과 박지수, 카일라 쏜튼의 도움 수비로 이 문제로 해결해가고 있다. 적응력과 경험이 높아질수록 약점보다는 강점이 더 커질 것 같다.

[하나은행] 신지현-강계리 : 냉정과 열정사이
하나은행의 강계리는 FA로 팀을 떠난 김이슬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에서 이적 후 하나은행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에서 100경기 이상을 출전했던 강계리는 이번 시즌, 과거와 비교해서 출전 시간이나 기록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쓰임새를 봤을 때는 과거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나은행은 빠른 농구를 중심으로 한다. 현재의 팀 컬러는 스피드와 젊음, 그리고 패기다. 강계리가 본인의 장점을 드러내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이다. 보상선수로 팀을 옮겼지만, 강계리에게 하나은행으로의 이적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은행의 1번 자리를 원래 지키고 있던 것은 신지현이다. 몇 년 전까지 많은 가드 자원을 보유하고 있던 하나은행은 이적 등을 통해 선수단을 재편했고, 신지현이 팀의 주전 가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번 시즌에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큰 부상으로 인한 긴 공백에 잔부상도 많았던 여파가 있는 것인지, 새로운 팀 컬러에 적응해가는 과정인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1번 자리에서 보여주는 파급력이 강계리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신지현은 체격은 물론 체력에도 단점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농구를 대하는 태도나 센스, 그리고 영리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온도차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본인의 성격도 코트 위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긴 재활로 공백이 있었지만 이 시간을 극복한 신지현에게는 이 때의 역경도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주목을 받으며 데뷔하고, 신인상까지 수상했지만 여러 부침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고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인 것도 사실이다.

하나은행은 시즌 초반에는 강계리가, 중반에는 신지현이 백업이 되는 형태였는데 최근에는 이들이 함께 코트를 누비기도 한다.

공격력에 장점이 있으면서도 냉정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신지현과 허슬플레이, 수비에서의 열정을 보여주는 강계리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하나은행은 올 시즌 가장 재밌는 경기를 하는 팀으로 손에 꼽힌다. 빠른 농구를 표방하는 하나은행은 속공에서 다른 팀들과 압도적 차이를 보인다. WKBL 최고의 슈터로 자리 잡은 강이슬의 득점력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코트를 자신들의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하지만 포스트의 약점을 완벽하게 극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농구에서 높이의 약점은 결국 안정감의 문제로 이어진다. 기복이 없을 수 없다. 

아직까지는 3위 싸움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하나은행인데, 결국 이런 약점을 최대한 감추고 자신들의 색깔로 경기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서는 두 가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다른 팀에 비해 투 맨 게임으로 쉽게 득점을 할 수 없는 하나은행의 단점을 영리하게 극복해야 한다.

[BNK 썸] 안혜지-이소희 : 가속도가 붙다
시즌 초부터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전력에 차질이 생겼던 BNK는 때마다 찾아오는 올림픽 예선 휴식기가 가장 고마웠던 팀이다. 개막 후 연패에 빠졌던 BNK는 지난 11월 휴식기를 통해 팀을 재정비하고 진안의 부상 복귀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휴식기를 마치면서는 이소희가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왔다. 이소희까지 가세하면서 비시즌 내내 준비했던 스피드가 다시 살아났고, 점점 멀어지던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

이소희는 지난 시즌에도 투지와 활동량을 앞세워 팀에 활력을 넣어줬다. 팀에서 그를 ‘비타민’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소희가 달리면서 기존 주전인 노현지와 구슬의 스피드도 함께 올려주고 있다. 또한, BNK의 올 시즌 가장 큰 고민이었던 안혜지의 너무 긴 볼 소유시간의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안혜지는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 선수다. 최고의 어시스트 능력에 이제는 3점슛 성공률도 높이면서 이제는 WKBL의 대표적인 가드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볼 점유율이 길다는 점은 팀 경기력에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안혜지의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주전 선수들의 활동량이나 스피드가 떨어졌다. BNK는 김시온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공백이 있었던 김시온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특히 김시온은 안혜지와는 달리, 템포 조절을 하면서 볼을 오래 소유하는 습관이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안혜지와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팀 컬러인 스피드를 다시 살렸고, 안혜지-다미리스 단타스의 콤비 플레이가 더욱 효율적으로 타이밍을 잡아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소희의 복귀 후 BNK는 패턴의 다양성을 가져가고 있다. 수비에서는 김진영이 팀에 잘 녹아들었고, 이에 구슬 또한 본인의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휴식기 이후 상승세를 탄 BNK는 단독 최하위로 떨어졌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시 플레이오프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 농구는 ‘토탈 바스켓’을 보여 주면서 특정 포지션을 뛰어 넘는 전천후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팀의 살림꾼은 가드들이다. 신장은 작지만 각 팀의 가드들이 보여주는 재능과 영리함은 농구의 빠질 수 없는 묘미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한국 여자농구는 남자농구보다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농구를 선호했고, 이를 바탕으로 했다. 경기를 조율하고 조합하는 가드의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스타전 휴식기까지 총 3번의 숨고르기를 마친 WKBL 정규리그는 이제 막판 스퍼트에 돌입한다.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시즌의 결정적인 열쇠는 어쩌면 각 팀의 가드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최고의 가드가 버티고 있는 팀, 노련한 가드가 버티고 있는 팀, 그리고 가드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팀들의 경쟁이 흥미롭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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