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호주의 석주일', 매튜 델라베도바(24, 193cm)가 또 한 번 해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파이널 승리를 따냈다. 8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4-15시즌 NBA 파이널 2차전에서 클리블랜드가 연장 접전 끝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95-93으로 꺾고 신승했다.

승리의 1등 공신은 르브론 제임스. 39점 16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파이널 통산 다섯 번째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이는 르브론이 플레이오프에서 팀내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세 부문을 모두 리드한 통산 35번째 경기(역대 2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의 신데렐라, 델라베도바였다. 무릎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카이리 어빙을 대신해 선발로 나선 델라베도바는 수비에서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으며 클리블랜드의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델라베도바는 이날 42분간 코트를 누비며 9점 5리바운드 3스틸 6실책을 남겼다. 기록상으로는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경기 중에서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다. 골든스테이트의 MVP 스테픈 커리를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이날 아프리카TV 파울아웃 채널을 통해 경기를 중계한 석주일 해설위원은 "이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열정과 정신력이다. 모두가 멋진 플레이를 해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델라베도바는 그런 게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팀에 크게 공헌하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팬들은 델라베도바의 플레이스타일이 석주일 위원의 현역시절과 비슷하다며 '석도바'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석 위원은 이에 대해 "나는 내가 뛸 10분에 맞춰서 경기를 준비하곤 했다. 그런데 델라베도바는 42분을 뛰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잘 준비가 된 훌륭한 선수"라고 평했다.

 

석주일 해설위원(사진 왼쪽)은 현역시절 뛰어난 전문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 = KBL

커리는 이날 23개의 야투 중 18개를 놓치는 등 19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에 그쳤다. 또, 파이널 신기록인 15개의 3점슛을 시도했으나 13개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생애 최악의 부진이었다.

이면에는 델라베도바의 끈질긴 수비가 있었다. 커리는 델레바도바를 상대로 첫 8개의 야투를 시도해 모두 놓치고 말았다. 델라베도바는 매치업에서 커리의 야투 성공률을 20.0%(2/10)으로 막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리는 이날 6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그 중 4개가 델라베도바를 상대하다 나왔다. 델라베도바는 커리의 동선을 모두 읽고 있었다. 커리는 리듬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승부처에서의 활약도 대단했다. 연장 종료 10.1초 전, 델라베도바는 천금같은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며 반칙까지 얻어냈다. 델라베도바는 두 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94-9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골든스테이트의 마지막 공격이 이어졌다. 이때도 델라베도바의 수비력이 빛났다. 연장 종료 7초 전, 델라베도바는 커리의 위닝샷 시도를 완벽에 가깝게 막아내며 기염을 토했다.

 

현역 시절 사력을 다해 수비하던 석주일 해설위원(사진 왼쪽) ⓒ = KBL

석주일 위원은 이에 대해 "마지막 공격 리바운드는 진짜 소름이 끼치더라. 델라베도바의 정신력이 만든 명장면이었다. 요즘 이 친구만큼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가 잘 없다"며 높이 평가했다.

델라베도바의 수비력은 동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에서도 빛났다. 시카고 불스의 데릭 로즈는 델라베도바를 상대로 던진 22개의 야투 중 15개를 놓쳤다. 애틀랜타 호크스의 제프 티그 역시 델라베도바의 수비 앞에서 32개의 야투 중 23개를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델라베도바에게 아쉬운 점은 없을까. 석 위원은 "공격에서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르브론이 공을 들고 있을 때, 델라베도바가 주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컷-인과 속공 등에 더 자신있게 임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나는 먹이를 설정하면 상대가 지칠 때까지 물어 뜯곤 했다. 델라베도바에게서도 그런 열정이 보이더라. 델라베도바의 연봉이 61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KBL 문태영보다도 적은 연봉을 받고 뛰는데, 못해도 까면(욕하면) 안 된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한편, 양 팀의 파이널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 동률이 됐다. 3차전은 10일 오전 10시, 클리블랜드로 장소를 옮겨 펼쳐진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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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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