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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하의 스텝백] 이제는 올림픽이다

[루키=변연하 칼럼니스트] 60-100. 일방적인 대패였다.

영국전 이후 칼럼을 통해 중국에게 ‘기록적인 대패를 당해도 뭐라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그런 경기를 직접 경험하는 대표팀은 나보다 더했을 것이다.

패인 분석은 큰 의미가 없는 중국전
체력적인 문제가 심각했다. 전날 경기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내세웠고, 고아라와 강아정의 3점슛이 터지는 등 초반에는 선전하는 듯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는 발걸음에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중국도 전날 스페인과 접전을 펼쳤고, 우리보다 2시간 여유가 더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중국은 스페인전에서도 빅맨들은 20분 안팎으로 출전 시간을 조율했고, 다른 포지션에서도 30분 이상을 뛴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우리는 3명이 풀타임을 소화했고, 중국의 빅맨들이 높이에서 자신들보다 낮은 스페인을 상대로 돌아가며 플레이 한 것과 달리 박지수는 37분 동안 혼자서 190cm가 넘는 영국의 빅맨들을 상대했다. 피로도의 차이는 단순한 2시간의 차이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 경기의 패인을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최고의 전략과 전술을 준비한다 해도 코트에서 선수들이 움직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팀 디펜스를 펼칠 때도 상대의 패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볼이 지나간 다음에 따라가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승리를 위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전반이 끝났을 때, 승패가 결정됐다고 할 만큼, 경기 내용과 흐름이 넘어가 버렸다. 득실차가 의미 없는 중국전이었기에 이기지 못한다면,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대패였다는 것 자체로 너무 몰입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같은 패배라도 수확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수확 없었던 패배, 내용은 아쉬워
국제대회에서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팀을 상대하면서 이길 때도, 혹은 질 때도 있다. 기적과 같은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때로는 허망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질 때도 잘 져야 한다는 것이다. 패배 속에서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중국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하루 전 영국과의 경기에서 선수 교체가 지나치게 없었던 것과 달리, 중국전에서는 초반부터 활발하게 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교체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농구를 잘 모르고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중국전에서의 교체는 당황스러운 장면이 많았다.

현대 농구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주 포지션이 있다. 교체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그런 포지션을 감안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중국전에서 우리 대표팀의 교체는 특별히 그런 원칙이 없는 것 같았다. 선수들이 정상적인 코트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플레이를 펼치기가 힘들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오랫동안 함께하며 손발을 맞춘 선수들도 팀워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선수 몇몇은 어색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손발이 안 맞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형태로는 경기를 뛴다 해도 크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맞춰 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각각의 포지션에서 주력이 되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그 선수들이 빠진 자리를 유기적으로 채우는 준비 자체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WKBL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보다는 내용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선수 구성이 달라진 상황에서, 주전들이 뛸 때와 다른 형태의 플레이를 가져가지 않은 부분도 아쉽다. 박지수가 없는 시간에 대한 보완책은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지적되지만,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느낌을 준적은 없다.

박지수가 대체 불가의 절대 자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40분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각 팀의 에이스들이 모두 모이는 대표팀에서 박지수에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단 5분의 시간을 허락하지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박지수의 절대성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과연 언제부터 능력 있는 센터 한명에게만 의존하는 농구를 했었는지를 반문해봐야 한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해 아시아컵에서 3-2 지역방어를 통해 뉴질랜드를 괴롭혔다. 그런데 11월, 올림픽 2차 예선에서 다시 만난 뉴질랜드에게 똑같이 3-2 지역방어를 고집하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당시 중국에게는 2-3 지역방어를 바탕으로 좋은 승부를 펼쳤다. 선수 개개인의 활약이 승리를 이끈 원인이었지만, 존 디펜스에서 성과를 거둔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 대표팀은 이 수비를 기본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상대가 한 번 당했던 작전에 또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뉴질랜드와 중국이 당시 우리와의 패배를 통해 무언가를 얻었던 것과 달리, 우리는 스페인, 중국과의 대패에서 어떤 것을 얻었을지 의문이다.

목표달성 12년만의 올림픽.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올림픽 본선 티켓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그 결과를 이뤘다. 1승 2패로 조 3위를 기록하면서도 득실차가 -70이라는 당혹스런 결과가 나왔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부분은 분명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고생하고 노력한 선수단 모두에게 축하를 건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제 올림픽 본선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대표팀을 두고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더 많은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가는 본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비판적인 여론이 전에 없이 압도적이었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 진출에 농구팬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그 대상이 오직 선수들에게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표팀 및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한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팀 운영에도 장기적인 계획과 단기적인 계획으로 구분하여 발전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대회의 진행 방식 등이 바뀌면서 시즌 중에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이런 일정을 치르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손발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대표 선수들은 코트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최선을 다해 120%의 역량을 보여줬다. 향후 몇 년 간 대표팀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일정, 유럽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얻은 경험과 자신감은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3위권이다.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정상으로 올라선 일본과의 격차는 분명하다. 중국과 아시아 정상을 다투던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압도적인 인프라를 자랑하는 중국과 일본은 여고 농구 선수가 200명도 안 되는 우리나라와는 조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선수들이 알아서 실력으로 이 간극을 좁혀야 한다며, “과거에도 선수들이 이 열세를 극복했다”고 주입해서는 안 된다. 자원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과 관심도 부족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가 어렵다. 감 나무 아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중국과 일본은 모두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여자 대표팀의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 모두가 소녀가장의 마음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은 올림픽 예선 내내 올림픽을 향한 절실함과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WKBL과 각 구단들은 이번 대회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여자농구의 토대를 이루는 이들 모두가 더 큰 무대에 나서기 위한 발전을 위해 충분히 준비가 됐음을 보여줬다. 

결국 대표팀의 운영주체는 협회다. 대표팀과 관련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 감독 선임 절차부터 시작해 선수 선발, 대표팀 운영, 훈련 소집 등이 거론됐다. 더 많은 공감대롤 형성할 수 있는 현명한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깝게는 도쿄 올림픽, 나아가서는 다른 국제대회와 다음 월드컵까지를 그려 보는 발전적인 청사진과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진 = FIBA, 대한민국 농구협회 제공

편집부  thebasket@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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