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혁명(Revolution), 실험(Experiment), 보기 드문(unusual).

최근 휴스턴 로케츠와 관련한 현지 기사에는 위와 같은 표현들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휴스턴이 주전 센터 클린트 카펠라를 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5일이었다. 휴스턴이 애틀랜타, 미네소타, 덴버와 12명의 선수가 오가는 4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트레이드에서 휴스턴은 클린트 카펠라, 제럴드 그린, 네네,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1장을 포기했다. 반대 급부로 받아온 것은 단 두 가지. 미네소타 선수였던 로버트 코빙턴과 2024년 2라운드 지명권이었다.

미네소타에서 빅맨 조던 벨을 함께 받아왔지만 굳이 안고 가지 않았다. 벨은 다음날 곧바로 멤피스로 트레이드됐고, 휴스턴은 그 대가로 포워드 브루노 카보클로를 받아왔다.

2020 NBA 트레이드 데드라인 휴스턴 In&Out
In: 로버트 코빙턴, 브루노 카보클로, 2024년 2라운드 지명권(from 애틀랜타)
Out: 클린트 카펠라, 제럴드 그린, 네네, 2020년 1라운드 지명권, 2023년 2라운드 지명권 교환 권리

이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 로스터의 색깔은 더욱 명확해졌다. ‘No 센터, No 빅맨’이다.

이제 휴스턴 로스터에서 빅맨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선수는 2명뿐이다. 평소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노장 타이슨 챈들러와 아이재아 하텐슈타인이다. 나머지 13명은 모두 볼 핸들러 혹은 윙 자원이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15년 전 피닉스 선즈에서 ‘7 seconds or less(7초 이내 공격)’를 모토로 삼는 극단적인 런앤건 농구로 리그를 충격에 빠뜨렸던 바 있다. 그리고 지금 댄토니 감독은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휴스턴 로케츠의, 대릴 모리의, 마이크 댄토니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왜 이런 실험을 시도하는 걸까.

 

골든스테이트와 휴스턴의 스몰 라인업

“지난 5년 동안 NBA에서 가장 강력한 라인업이 뭐였는지 아세요?”

카펠라 트레이드가 일어나기 이틀 전,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현지 취재진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내 그는 흥미로운 대답을 스스로 내놓았다.

“골든스테이트의 데스 라인업이었어요. 6피트 6인치(198cm)의 드레이먼드 그린이 센터로 뛰었던 그 라인업이요.”

골든스테이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파이널 무대를 밟았고 세 차례의 우승을 일궈냈다. 2010년대 최고의 왕조였다.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앤드류 보것, 케빈 루니 등을 주전 센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코트를 누비는 시간은 아주 길지 않았다. 안드레 이궈달라가 벤치에서 투입되면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이 스몰라인업의 센터는 맨발 신장이 2미터가 되지 않는 드레이먼드 그린이었다.

신장은 작지만 놀랄 만큼 강력했다. 리그 최고급 수비수인 드레이먼드 그린이 환상적인 위치 선정과 허슬, 박스아웃을 통해 팀 수비를 진두지휘했다. 여기에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안드레 이궈달라, 해리슨 반즈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압도적인 스피드와 공수 활동량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스플래시 브라더스’의 슛이 함께 터지는 날은 자비 없는 대승을 챙겼다.

현지 미디어와 팬들은 이 라인업이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필살의 힘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데스 라인업(Death Lineu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6년 여름 케빈 듀란트까지 합류하면서 골든스테이트의 센터 없는 데스 라인업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극강의 힘을 얻었다. 골든스테이트가 농구 역사에 남긴 발자취였다.

댄토니 감독은 골든스테이트의 데스 라인업을 언급하며 휴스턴의 실험을 정당화했다. 골든스테이트가 스몰 라인업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리그를 지배했으니, 자신들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의 데스 라인업 운영과 휴스턴의 스몰 라인업 운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백한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골든스테이트는 선발 라인업을 스몰라인업으로 구성하지는 않았다. 라인업 싸움과 전략 싸움이 극한으로 치닫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안드레 이궈달라가 선발 출전해 스몰라인업으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대부분 208cm 혹은 211cm 이상의 건실한 센터가 주전으로 기용됐다. 데스 라인업이 활용되다가도 높이에 문제가 생기면 센터들이 코트를 밟았다. 센터를 48분 내내 배제한 농구를 하지는 않았다.

휴스턴은 다르다.

카펠라 트레이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2월 1일 댈러스전부터 휴스턴은 센터 없는 라인업으로 48분을 모두 소화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상대 빅맨이 위협적이어도, 설사 상대가 트윈타워를 들고 나와도 센터가 코트를 밟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간 큰 농구’다.

가뜩이나 빅맨이 코트에 없는데 뛰는 선수들의 전체적인 신장도 작다. 가드로 분류되는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 에릭 고든이 함께 선발로 출전한다. 뒷선은 슈터 대뉴얼 하우스 주니어와 P.J. 터커가 맡는다.

벤치에서는 오스턴 리버스, 벤 맥클레모어, 타보 세폴로샤가 출격한다. 모두 190cm에서 200cm 안팎의 가드와 포워드들이다. 7일 레이커스전부터는 201cm 로버트 코빙턴도 센터 없는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향후 경기에서 부상 변수와 경기 상황에 따라 빅맨 아이재아 하텐슈타인, 타이슨 챈들러가 코트를 밟는 상황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휴스턴의 48분은 대부분 가드와 포워드들에게 분배될 전망이다.

7일 레이커스전에서 승리를 챙긴 후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이 같은 ‘슈퍼 스몰라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다면 선수들이 그걸 믿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부터 ‘이건 안 되는 걸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 상대는 그걸 알아채고 더 우리를 코너로 밀어붙일 겁니다. 사실 오늘 경기는 정규시즌의 한 경기에 불과해요. 하지만 승리를 통해 스몰라인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점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제임스 하든 역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작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키만 놓고 보면 작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심장은 더 큽니다. 우리 팀의 모든 선수들은 큰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싸울 자신이 있어요.”

 

하든에 대한 트랩 수비와 웨스트브룩의 림 어택

조금 더 분석적으로 살펴보자. 센터 없이 48분을 치르는 극단적인 스몰 볼을 통해 휴스턴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올 시즌 휴스턴 경기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두 가지다. 제임스 하든에 대한 상대의 적극적인 트랩 수비,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러셀 웨스트브룩의 오픈 코트 1대1 공격이다.

제임스 하든이 시즌 초반 믿기 힘든 득점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후 휴스턴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하든에 대한 트랩 수비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

하든이 볼을 쥔 채 하프라인을 넘으면 2명의 수비수가 곧바로 하든에게 달라붙는다. 하든이 볼을 가지고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않더라도, 45도나 코너에서 볼을 잡으면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 하든에게 발생하는 공격 기회를 애초에 봉쇄하려는 것이다.

물론 팀별로 디테일한 수비 약속은 달랐다.

토론토는 하든의 마크맨을 제외한 4명의 선수가 다이어몬드 형태로 3점슛 라인 안쪽에 대형을 만드는 ‘다이아몬드 앤드 원(Diamond and One)’ 수비와 노골적인 트랩 수비를 섞어 사용해 화제를 모았다. 상당수의 팀들은 일반적인 맨투맨을 기반으로 하든에 대한 트랩 수비를 시도했다. 하든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는 시점에는 일반적인 수비를 하고, 하든이 탑에서 다시 볼을 잡으면 트랩 수비를 하는 식으로 변칙을 섞는 팀도 있었다. 트랩 수비 이후 휴스턴의 볼 움직임에 따른 로테이션 수비의 방식도 팀마다 조금씩 달렸다.

기록에서도 하든에 대한 트랩 수비 빈도 증가는 확실히 드러난다.

하든은 올 시즌 49경기에서 아이솔레이션 공격 혹은 픽앤롤 공격을 펼칠 때 2명 이상의 수비수가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을 총 667번 겪었다. 경기당 평균 13.6회였다. 지난 시즌은 78경기에서 931번이었다. 평균 10.6회. 평균으로만 따지면 경기당 3번이 늘었다.

공을 잡은 직후에 수비수가 달려오는 트랩 수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까지 합산하면 전체 격차는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들어 하든에 대한 도움 수비와 트랩 수비는 휴스턴을 상대하는 팀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오는 수비 옵션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휴스턴의 무기가 되어준 선수가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휴스턴은 하든에 대한 트랩 수비로 인해 발생하는 나머지 선수들 간의 4대3 아웃넘버 상황을 웨스트브룩을 활용해 무너뜨리려 했다.

하프라인을 넘어오자마자 상대가 트랩수비를 시도하면 하든은 옆에 서 있는 웨스트브룩에게 빠르게 볼을 넘겼다. 이때 나오는 4대3 아웃넘버 상황을 웨스트브룩이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한결 넓어져 있는 코트에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시도했다. 적극적으로 림으로 돌진해 직접 돌파 득점을 올리는가 하면, 수비수를 페인트존으로 유인한 후 코너와 45도로 킥아웃 패스를 뿌렸다.

실제로 지난 시즌 전체 공격의 18.0%을 아이솔레이션 공격으로 시도했던 웨스트브룩은 휴스턴에 온 이후 오히려 이 빈도가 늘어났다. 무려 25.3%다.

하든이 트랩 수비를 자주 상대하고 웨스트브룩이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픽앤롤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무기였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웨스트브룩의 픽앤롤 드리블러 공격 시도 빈도는 24.7%에서 13.0%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휴스턴 전체의 픽앤롤 공격 빈도(드리블러, 롤맨 포함)는 21.0%에서 15.4%로 내려갔다.

*휴스턴 이적 후 러셀 웨스트브룩의 공격 빈도 변화*
아이솔레이션 공격: 18.0% → 25.3%
픽앤롤 드리블러 공격: 24.7% → 13.0%

 

하든은 트랩 수비를 당하고 있고, 웨스트브룩은 그로 인해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훨씬 많이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휴스턴의 픽앤롤 공격 빈도는 감소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렇다. 공격에서 클린트 카펠라의 쓰임새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2017-2018시즌 클린트 카펠라는 휴스턴의 페인트존 득점 생산을 이끈 중요한 존재였다. 특히 2대2 게임에서 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을 돕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카펠라의 2대2 공격 빈도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17-2018시즌 32.1%에 달했던 카펠라의 픽앤롤 롤맨 공격 빈도는 2018-2019시즌에 26.7%로 줄었고, 올 시즌은 17.0%까지 하락했다. 두 시즌 만에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심지어 올 시즌 휴스턴은 가드와 가드의 픽앤롤, 가드와 포워드의 픽앤롤 비중이 더 늘어나고 있다.

상대가 스위치 수비를 시도하는 것을 공략하기 위해 가드와 가드가 2대2 게임을 전개하고 스크리너가 슬립 동작(스크린을 정확히 걸지 않고 미끄러지듯 바로 빠져버리는 것)으로 3점슛 라인 밖으로 달려나가 캐치앤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볼을 가진 웨스트브룩에게 오스틴 리버스나 대뉴얼 하우스 주니어가 스크린을 갔다가 3점슛 라인 밖으로 빠져나가 캐치앤슛으로 3점을 던지는 장면을 여러분도 올 시즌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픽앤롤 외에 카펠라가 공격에 기여하는 방법은 ‘덩커 스팟(dunker spot)’에 서 있다가 앨리웁 패스를 간결하게 마무리하거나 공격 리바운드 생산 후 풋백 득점을 올리는 것이었다.

흔히 숏 코너(short corner)라고도 불리는 ‘덩커 스팟’은 페인트존의 세로 라인과 베이스라인이 만나는 90도 지점이다. 사실 카펠라뿐만 아니라 슈팅력이 떨어지고 핸드오프 같은 연계 플레이 능력이 떨어지는 빅맨들은 대부분 덩커 스팟을 자신의 활동 구역으로 삼는다. LA 레이커스의 드와이트 하워드, 브루클린의 자렛 앨런과 디안드레 조던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카펠라가 덩커 스팟에 자리 잡고 있으면, 웨스트브룩이 자신의 최대 장점인 돌파 후 림 공략을 전개하기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카펠라가 덩커 스팟에 있을 때 그를 막는 빅맨 수비수는 수비자 3초 룰을 사실상 무시한 채 페인트존에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이때 웨스트브룩이 돌파해 림으로 달려든다면? 림 바로 앞에서 웨스트브룩의 득점을 견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돌파 속도를 잘 줄이지 못하는 웨스트브룩을 상대로 공격자 파울을 유도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올 시즌 휴스턴에서 웨스트브룩과 카펠라는 세트오펜스에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든 콤비였다.

카펠라를 덩커 스팟이 아닌 다른 곳에 자리잡게 한다면 어떨까?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카펠라의 수비수는 새깅 수비를 통해 페인트존 바로 앞에 위치할 것이고, 이로 인해 웨스트브룩이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진다.

웨스트브룩이 크리스 폴처럼 3점슛 라인 안팎에서 점프슛을 안정적으로 꽂거나, 직선적인 림 돌진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드리블 동선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였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온 이상 휴스턴 입장에서도 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휴스턴은 웨스트브룩의 최대 장점인 림 공략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술과 선수 로테이션의 방향도 조금씩 바꾸었다. 해답은 48분 스몰라인업이었다. 그 결과 카펠라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돌격대장과 궁수들, 그리고 로버트 코빙턴

7일 레이커스전에서는 카펠라 없는 휴스턴 농구의 실체가 확실히 드러났다.

휴스턴이 올린 40점의 페인트존 득점 중 절반이 넘는 24점을 웨스트브룩이 혼자 책임졌다. 나머지 8명의 선수는 4점 혹은 2점의 페인트존 득점을 기록했다.

3점슛 라인 밖에서는 반대였다. 이날 휴스턴은 총 42개의 3점슛을 던졌는데 그 중 40개가 웨스트브룩이 아닌 선수들의 손에서 시도됐다. 1명의 돌격대장과 8명의 궁수들로 휴스턴은 이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향후 휴스턴이 가져갈 공격 콘셉트는 이제 확실해졌다. 웨스트브룩이 마치 빅맨처럼 페인트존을 공략해 득점을 쌓고, 다른 선수들은 3점슛 라인 밖에서 점프슛을 쏘며 지원 사격을 하는 것이다. 놀라운 포지션 파괴이자 발상의 전환이다.

휴스턴의 스몰라인업에서 센터로 뛰는 P.J. 터커는 페인트존과 3점슛 라인 밖을 오가며 수비를 흔든다. 로버트 코빙턴과 대뉴얼 하우스 주니어 역시 터커와 함께 스크리너와 슈터의 역할을 소화할 전망이다. 벤 맥클레모어, 타보 세폴로샤도 다르지 않다.

이 와중에 가드인 제임스 하든, 에릭 고든, 오스틴 리버스의 역할은 조금 다르긴 하다. 이들은 스크리너, 슈터의 역할도 하면서 볼 핸들러 역할까지 함께 겸한다. 다른 궁수들에 비해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통해 휴스턴이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더 견고한 스위치 수비다.

댄토니의 부임 이 휴스턴은 리그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스위치 수비를 하는 팀이었다. 스위치 수비는 미스매치 발생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마크맨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수비법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콘셉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 휴스턴처럼 매 시즌마다 롤 플레이어가 자주 바뀌는 팀에서는 더 유용하다. 수비 조직력을 진득하게 다져야 하는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위치를 통해 빅맨인 카펠라가 가드나 포워드를 막는 상황이 경기 중에 벌어질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펠라는 휴스턴의 치명적인 수비 구멍이었다. 차라리 상대 빅맨이 신장이 작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 P.J. 터커 등을 상대로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하면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휴스턴 가드들과 포워드에 힘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 데다, 실점을 하더라도 2점이었기 때문이다.

카펠라가 가드나 포워드를 막기 위해 3점슛 라인 밖으로 끌려 나가면 휴스턴은 팀 수비 전체가 흔들렸다. 볼을 가진 상대 공격수가 카펠라 위로 풀업 3점슛을 꽂는가하면 돌파 후에 킥아웃 패스를 뿌려 휴스턴 수비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리바운드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제 휴스턴 수비수 중 스위치 수비 후에 상대 드리블러를 발로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선수는 없다. 모두 발이 빠른 가드나 포워드이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결국 림 앞에서 벌어질 상황이다.

7일 레이커스전에서 휴스턴은 –22점, 8일 피닉스전에서는 –14점의 페인트존 득실 마진을 기록했다.

페인트존에서 공격은 웨스트브룩이 선봉에 선다고 해도, 수비는 휴스턴 선수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앞선에서 1차적으로 수비가 뚫렸을 때 세로 수비로 골밑을 지켜줄 자원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의 도움 수비가 필요하다. 앞선에서 수비가 안 뚫리는 게 물론 최고다.

수비 리바운드는 모두가 박스아웃을 적극적으로 하는 가운데, 웨스트브룩을 비롯해 수비 리바운드 생산력이 좋은 선수들이 직접 볼을 잡거나 탭 아웃을 통해 동료들의 볼 획득을 도와줘야 한다.

 

한편 휴스턴이 카펠라를 트레이드해 다른 선수가 아닌 로버트 코빙턴을 데려온 것은 48분 스몰라인업에서 발생할 수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코빙턴은 뛰어난 1대1 수비수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크맨에게 손쉽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는다. 즉 동료들이 골밑으로 도움 수비를 와야 하는 상황 자체를 최소화한다. 스몰라인업의 최대 약점인 림 보호 문제를 감춰주는 것이다.

게다가 현지 표현을 빌리면 코빙턴은 ‘부지런한 손(active hands)’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손이 쉬는 법이 없다. 심지어 윙스팬이 219cm로 신장(201cm) 대비 팔까지 무척 길다.

때문에 코빙턴은 손으로 공격수가 가진 공을 긁어내거나 패스 루트에 손을 뻗어 볼을 건드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제로 올시즌 코빙턴은 경기당 3.3개의 디플렉션 횟수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전체 8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은 올해의 수비수 후보였던 폴 조지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였다.

 

 

카펠라를 내보내면서 높이가 약해진 휴스턴 입장에서는 앞선에서 돌파를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긴 팔과 부지런한 손으로 코트 곳곳을 오가며 공을 건드릴 수 있는 코빙턴의 존재가 수비에서 특히 든든할 수밖에 없다. 코빙턴의 디플렉션은 러셀 웨스트브룩의 트랜지션 공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스몰라인업의 핵심 수비수로 이만한 포워드가 없다. 휴스턴이 지난 시즌부터 코빙턴에 눈독을 들여왔던 이유다.

한편 코빙턴은 2014-2015시즌부터 시즌 평균 3점슛 개수가 2.0개가 넘는 뛰어난 슈터이기도 하다. 자신의 슛을 막기 위해 달려오는 수비수의 역동작을 이용해 돌파한 다음 플로터 유형의 슛으로 득점을 마무리하는 능력도 좋다. 올 시즌 코빙턴의 러너(runner) 유형의 슈팅 공격 효율은 1회당 1.294점으로 리그 상위 3%에 해당한다. 수비수의 적극적인 견제에 캐치앤슛을 던질 수 없을 때 이후의 2차 공격 전개도 훌륭하다는 의미다.

트레이드 이후 치른 2경기에서 휴스턴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에서 리그 최고의 빅맨 앤써니 데이비스가 버티는 서부 1위 레이커스를 원정에서 격파했다. 레이커스전을 앞두고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공부를 제대로 못한 채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승리였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결장한 다음날 피닉스전에서는 36점 차의 대패를 당했다. 웨스트브룩의 결장 변수, 백투백 일정으로 인한 체력 문제 등이 발목을 잡은 점을 고려해도 내용적으로 상당히 아쉬웠다.

10일에는 유타를 만나야 한다. ‘에펠탑’ 루디 고베어가 버티는 서부의 강호다. 앞으로 휴스턴에게는 모든 경기가 부담이자 실험이다.

하지만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희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우리 팀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댄토니의 말이다.

휴스턴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농구 역사를 바꿀 위대한 실험이 휴스턴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기록 참고 = NBA.com, 바스켓볼-레퍼런스, 시너지스포츠, 클리닝더글래스, PBP스태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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