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호주버전 석주일?"
2014-15시즌 NBA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애틀랜타 호크스를 4-0으로 제압하고 대망의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클리블랜드는 8년 만에 결승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이 시리즈의 '숨은 MVP'로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벤치 가드, 매튜 델라베도바(24, 193cm)를 꼽고 싶다. 부상으로 고생 중인 카이리 어빙을 대신해 팀을 잘 이끌며 캐벌리어스의 결승 진출에 크게 일조했다.
무엇보다도 델라베도바의 열정과 투지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호주 태생의 델라베도바는 사실 NBA 드래프트조차 되지 않았던 선수다. NBA 기준으로 장점이 하나도 없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델라베도바가 이렇게 활약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한 델라베도바는 지난 시즌 평균 4.7점, 이번 시즌 4.8점 3.0에 그쳤다. 어느 팀에나 있는 그런 흔한 특색 없는 포인트가드였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평균 9.5점 3.3리바운드 2.5어시스트 3점슛 1.8개를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따금 터지는 3점슛 또한 꿀맛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수비력이 빛났다. 여리여리한 겉모습과는 달리 대단히 터프하고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애틀랜타의 제프 티그는 델라베도바를 우습게 보고 포스트업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때로는 거칠고 위험한 수비를 보이기도 했다. 2차전에서는 몸싸움 도중 카일 코버의 발목을 아작냈으며, 3차전 도중에는 알 호포드에게 무릎부상을 입힐 뻔했다. 이에 격분한 호포드가 팔꿈치로 델라베도바를 내리 찍으면서 플래그런트2 파울을 선언 받고 퇴장당한 바 있다.
4차전에서도 경기 내내 티그의 신경을 살살 긁는 수비를 펼쳤다. 일부러 몸을 부딪히는가 하면, 탁월한 수비력으로 슛 기회를 차단하기도 했다. 델라베도바의 신경전에 말린 티그가 공격자 반칙을 저지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델라베도바 특유의 거친 농구는 2라운드 시카고 불스와의 시리즈 중에서도 잘 드러났다. 5차전 4쿼터, 델라베도바는 타지 깁슨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넘어진 델라베도바는 깁슨의 다리를 감고 놔주지 않았고, 깁슨은 여기에 발길질을 했다가 플래그런트2 파울과 함께 퇴장당했다.
이 플레이 덕분이었을까. 델라베도바는 그 다음 경기였던 6차전부터 큰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어빙이 무릎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나자 델라베도바가 등장해 무려 19점을 폭발시키며 팀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주도했다. 또, 수비에서도 데릭 로즈를 꽁꽁 묶으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델라베도바는 상대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선수다. 그러나 같은 편이라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매 경기 혼을 불사르는 브루스 보웬, 패트릭 베벌리 등과 비슷한 유형이다. 때로는 과도한 열정 때문에 상대를 부상시키기도 한다.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악착같이 경기를 한다. 그러한 절박함과 절실함이 현재의 델라베도바를 만들었다.
한편, 일부 농구 팬들은 KBL 석주일 해설위원의 현역시절과 비슷하다며 '석도바'라는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처럼 델라베도바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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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