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승부는 사실상 1쿼터에 갈렸다.

26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4-15시즌 NBA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 휴스턴 로케츠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28-115로 물리쳤다. 시리즈 첫 세 경기를 내주며 탈락 직전까지 몰린 휴스턴은 이날 승리와 함께 기사회생했다. 시리즈 전적은 3승 1패로, 골든스테이트가 여전히 앞서고 있다.

경기 초반, 휴스턴은 경기 페이스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1쿼터 초반 조쉬 스미스가 내외곽을 넘나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또, 얼리 오펜스를 적극활용하며 19-3으로 크게 앞서갔다. 또, 드와이트 하워드가 페인트존을 장악하자 골든스테이트는 골밑 진입에 애를 먹었다.

믿기지 않는 슛 감각 또한 한몫했다. 휴스턴은 1쿼터에 던진 22개의 야투 중 17개나 성공시켰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중 3점슛이 8개(9개 시도)였다는 것이다. 로케츠는 1쿼터에 무려 45점을 퍼부으며 23점 차 리드를 안았다. 1쿼터 45점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고 기록 타이였다.

골든스테이트는 남은 세 쿼터 내내 따라가는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때 7점차까지 좁히기는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후반 내내 10점 내외의 점수 차가 유지됐다. 결국 로케츠는 1쿼터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힘입어 4차전을 따냈다.

이날 경기는 휴스턴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릴 모리 단장이 몇 년 전부터 추진한 로케츠 특유의 농구가 그대로 실현된 경기였다. 휴스턴은 '골밑 혹은 3점슛'이라는 극단적인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골밑슛 혹은 돌파를 통해 많은 자유투를 얻어내고, 수비가 안쪽으로 몰리면 3점슛을 폭발시킨다.

중거리슛은 잘 시도하지 않는다. '세금납세형 롱 2'로 유명했던 조쉬 스미스조차 로케츠 이적 후에는 장거리 2점슛 비중을 줄였다(대신 그만큼 3점슛을 던지기는 하지만). 이는 4차전 1쿼터만 봐도 잘 드러난다. 휴스턴이 1쿼터에 던진 22개의 야투 중 중거리슛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휴스턴의 경이로운 1쿼터 슛차트. 중거리슛 대신 골밑과 3점슛으로만 다득점을 뽑아냈음을 알 수 있다 = ⓒ ESPN.com

실제로 휴스턴은 D-리그를 통해 이러한 전략을 수년간 실험해왔다. 로케츠의 산하 구단 리오그란데 바이퍼스는 농구의 틀을 다 박살내버린 팀이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바이퍼스는 지난 몇 년 동안 경기 내내 3점슛만 던져 왔다.

2013-14시즌 바이퍼스는 경기당 평균 45.4개(오타가 아니다)의 3점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30승 20패(60.0%)를 기록, D-리그 17개 구단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승률을 올렸다. 휴스턴의 모리 단장은 바이퍼스를 보면서 3점슛 위주의 경기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잠시 기록 얘기를 해보자. 휴스턴은 2013-14시즌 경기당 평균 26.6개의 3점슛을 던졌다. 2014-15시즌에는 무려 32.7개를 시도하며 역대 3점슛 시도 부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동시에 3년 연속 리그 3점슛 시도 부문을 리드하기도 했다.

자유투 또한 마찬가지다. 로케츠는 2013-14시즌 평균 31.1개의 자유투 획득으로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는 26.0개로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2위에 해당한다. 또, 3점슛 시도가 비약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돌파에 이은 자유투 시도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자유투 시도가 더 늘어 평균 36.3개를 기록 중이다.

이날 열린 4차전은 휴스턴의 그러한 전략이 잘 반영된 경기였다. 로케츠는 32개의 3점슛 중 17개를 터뜨리며 53.1%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또, 무려 43개의 자유투를 시도하며 13개에 그친 골든스테이트를 압도했다.

 

'로케츠 전술의 핵', 제임스 하든은 4차전 후반전 내내 중거리슛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 ESPN.com

이러한 팀 공격전술을 가장 잘 이행하는 선수가 바로 제임스 하든이다. 하든은 돌파와 3점슛, 이지선다 공격법을 활용해 리그 최고의 공격병기로 거듭났다. 돌파 이후 얻어내는 자유투와 스텝-백 3점슛은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는 하든만의 필살기다.

하든은 4차전에서 40분을 소화하며 45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 2블록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에만 33점을 폭발시키며 워리어스의 추격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압권이었다. 또, 11개의 3점슛 중 7개를 적중시켰고, 13개의 자유투를 획득해 12개를 집어넣었다. 골든스테이트는 내외곽을 넘나드는 하든의 공격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편,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시리즈 전적 3-0이 발생했던 경우는 116번. 그 중 시리즈를 뒤집고 승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5차전은 목요일 오전 10시, 골든스테이트의 오라클 아레나로 자리를 옮겨 펼쳐진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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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사진 캡처 = ESP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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