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다. 르브론도 그랬다. 르브론은 망해도 3쿼터는 갔다. 망할 때까지 망한 게 아니었다.

25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퀴큰 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4-15시즌 NBA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연장 혈투 끝에 애틀랜타 호크스를 114-111로 제압하고 시리즈 3연승을 달렸다. 시리즈 전적 3-0으로 앞선 클리블랜드는 2007년 이후 첫 파이널 진출까지 단 1승이 모자른 상태다.

르브론 제임스(30, 206cm)는 과연 슈퍼스타다웠다. 자신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팀이 승리할 수 있을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르브론은 1쿼터에 9개의 야투를 모두 실패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경기 최종 성적은 무려 37점 18리바운드 13어시스트 3스틸에 달했다.

르브론은 첫 10개의 야투를 모두 놓치는 등 최악의 슛 감각을 보였다. 그러자 더 이상 외곽포를 고집하지 않았다. 페인트존에 자리를 잡고 동료들의 기회를 살폈다. 클리블랜드의 데이빗 블렛 감독은 3쿼터 내내 르브론의 포스트업 아이솔레이션을 지시했다. 이는 적중했다. 르브론은 3쿼터에만 15점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장악했다.

이날 르브론은 체력적 과부하가 걸렸다. 포인트가드와 빅맨 역할을 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때 공격에서 1번, 수비에서는 5번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4쿼터 막판 체력방전의 기미를 보였다. 승부처에서 연달아 실책을 저지르며 승리를 헌납할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레전드의 향기는 숨길 수 없었다. 109-111, 2점 뒤지고 있던 연장 종료 36초 전, 트리스탄 탐슨의 패스를 받은 르브론은 침착하게 펌프 페이크로 수비수를 속인 뒤, 코너에서 깨끗한 3점슛을 터뜨리며 경기를 역전시켰다. 장내는 홈팬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어진 공격에서 애틀랜타의 제프 티그는 재역전을 노리는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르브론의 수비에 당황한 나머지 레이업슛을 놓치고 말았다. 남은 시간은 30여 초, 클리블랜드의 마지막 선택은 다시 한 번 르브론이었다.

르브론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돌파한 후 침착하게 왼쪽에서 뱅크샷을 성공시켰다. 남은 시간은 약 13초. 114-111, 클리블랜드가 3점 차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몸이 왼쪽으로 쏠리고 있어 각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르브론은 어려운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르브론의 놀라운 집중력이 빛나는 대목.

다음은 동부 결승 3차전에서 르브론이 세운 각종 기록을 나열한 것이다.

트리플-더블의 황태자

르브론은 이날 37점 18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개인 통산 12번째 플레이오프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NBA 역사상 플레이오프에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에서 해당 숫자(37, 18, 13)를 모두 만족시킨 선수는 르브론이 최초다.

또, 1993년 찰스 바클리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35점 15리바운드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다. 르브론과 바클리 외에 해당 기록 라인을 달성했던 선수는 1988년의 제임스 워디뿐이다.

역대 플레이오프 통산 트리플-더블 순위

1. 매직 존슨           30회
2. 르브론 제임스     12회
2. 제이슨 키드        11회
4. 라존 론도           10회
4. 래리 버드           10회

플레이오프 30점-10리바운드-10어시스트 기록

1. 오스카 로버트슨    8회
2. 르브론 제임스       6회
3, 찰스 바클리          2회
3. 윌트 체임벌린       2회

득점기계

르브론은 이날 1쿼터 무득점에 그쳤으나 나머지 세 쿼터와 연장전에서 도합 37점을 올리며 바닥에 떨어진 명예를 추스렸다. 또, 클리블랜드의 114점 중 68점을 득점과 어시스트로 만들어냈으며, 3쿼터에는 팀이 기록한 33점 중 29점을 손끝으로 뽑아냈다. 또, 첫 10개의 슛을 실패한 이후에는 27개의 야투 중 14개를 넣었다.

역대 플레이오프 득점 순위

1. 마이클 조던         5,987점
2. 카림 압둘-자바     5,762점
3. 코비 브라이언트   5,640점
4. 샤킬 오닐            5,250점
5. 팀 던컨               5,113점
6. 르브론 제임스      4,782점
7. 칼 말론               4,761점

플레이오프 30점 이상 경기 순위

1. 마이클 조던        109회
2, 코비 브라이언트   88회
3. 르브론 제임스      75회
3. 카림 압둘-자바    75회
5. 제리 웨스트         74회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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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