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휴스턴 로케츠가 20일(한국시간) 열린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접전 끝에 106-110으로 패했다. 시원하게 깔 건 까는(?) '깔깔농구'에서 휴스턴의 패인을 분석해봤다.
1. 원치 않았던 스몰 라인업
휴스턴이 LA 클리퍼스와의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뒤지다 역전승할 수 있었던 것은 5차전 이후 골밑을 완벽하게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초인적인 수비력을 보여줬던 드와이트 하워드와 다재다능한 조쉬 스미스의 조합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클리퍼스를 물리칠 수 있었다.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을 보자. 두 선수의 출장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워드는 26분, 스미스는 27분여를 소화했을 뿐이었다. 페인트존 수비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로케츠는 경기 초반 인사이드를 장악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1쿼터에만 20점을 페인트존에서 뽑아내는 등 높이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렸다. 하워드와 스미스 콤비는 골밑을 사수하고 골밑 득점을 올리는 등 제 역할을 했다.
2쿼터 초반, 골든스테이트의 빅맨 앤드류 보거트가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이에 휴스턴은 지속적으로 워리어스의 골밑을 공략했고, 2쿼터 중반에는 16점차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런데 약간의 변수가 발생했다. 스미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하워드의 왼쪽 무릎과 부딪힌 것이었다. 뭔가 이상을 느낀 하워드는 벤치로 들어가 얼음찜질을 했다. 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하워드가 없는 골밑은 곧바로 골든스테이트의 놀이터가 됐다. 숀 리빙스턴은 이날 올린 18점 중 14점을 2쿼터에 집중시키며 워리어스의 얼리 오펜스를 이끌었다. 단신 빅맨 드레이먼드 그린(201cm) 또한 센터 역할을 자청하며 극단적인 스몰 볼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당황한 케빈 맥헤일 감독은 작전 시간을 요청할 타이밍을 놓쳤고, 이 사이 16점차 리드는 온데간데 없이 증발했다. 골든스테이트는 2쿼터 막판 공수 양쪽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은 해리슨 반즈(14점)의 활약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었다.
양 팀의 센터인 보거트와 하워드가 모두 빠진 사이, 워리어스의 스몰 라인업이 휴스턴의 스몰 볼을 완전히 압도했던 것이다. 휴스턴은 이때 이후 단 한 번도 리드를 되찾지 못한 채 패하고 말았다.

2. 집중력 저하
한 가지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정규리그 네 차례 맞대결에서 휴스턴은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유독 슛을 넣지 못했다. 오픈 기회에서 고작 32%, 터프샷 상황에서는 20%의 성공률에 그치며 4전 전패를 자초했다.
이러한 징크스(?)는 이번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열린 1차전에서 스미스와 제이슨 테리 등은 반드시 넣어줘야 할 쉬운 기회에서 몇 차례나 슛을 놓쳤다. 또, 경기 막판 이해할 수 없는 스미스의 독단적인 슛 셀렉션 역시 문제를 야기했다.
수비에서의 형편없는 집중력은 황당할 정도였다. 4쿼터 중반,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의 신들린 퍼포먼스를 앞세워 97-97,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페인트존에서 8점을 내주는 등 11점을 연달아 실점, 순식간에 97-108로 뒤쳐지고 말았다.
이때 로케츠는 워리어스의 컷-인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의 외곽슛을 두려워한 나머지 골밑을 비워둔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이때의 대량실점이 화근에 되어 패하고 말았다.
맥헤일 감독의 타임아웃 요청 타이밍 또한 어이가 없었다. 2쿼터 중반 이후 16점차를 날릴 때도, 4쿼터 중반 11점을 연속으로 내줄 때도 맥헤일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감독이 아니라 마치 코트 사이드에 앉은 셀레브리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3. 매치업 나이트메어
이번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모두가 커리에 대한 수비를 우려했다. 패트릭 베벌리의 부상 이탈 이후, 커리를 막을 자원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휴스턴이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었다.
휴스턴의 선택은 스위치 디펜스였다. 경기 초반, 맥헤일 감독은 적극적인 스위치 디펜스를 지시하며 커리의 움직임을 제한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때로는 하워드가, 때로는 스미스가 커리를 마크하기도 했다.
경기 초반에는 제법 효과를 봤다. 하지만 그대로 당하고 있을 스티브 커 워리어스 감독이 아니었다. 리빙스턴과 안드레 이궈달라 등 볼 핸들링이 되는 선수들을 투입해 커리의 부담을 덜어줬다. 커리는 슈터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며 리듬을 찾는데 주력했다.
후반이 되자 커리가 어느덧 휴스턴의 스위치 디펜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의 스크린을 활용해 매치업 상대를 바꿔버리는 영리함도 보였다. 그때부터는 휴스턴이 무슨 수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영점을 잡은 커리는 천하무적이었다.

휴스턴이 이기려면?
휴스턴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워드의 무릎 부상이 심각할 경우 시리즈가 쉽게 기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워드를 아끼기 위해 스몰 라인업을 가동, 경기 템포를 더 끌어올려봐야 좋을 것이 없다. 화력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이길 수 있는 팀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케츠에게도 희망은 있다. 골든스테이트의 페이스에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 차이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워드가 인사이드를 장악하고, 동료들이 오픈 슛 기회에서 조금만 더 넣어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또, 하든의 아이솔레이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든은 1차전에서 2대2 상황보다 1대1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마음 먹고 1대1 공격을 시작한 4쿼터 초반, 하든이 기록한 연속 10득점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트레버 아리자-코리 브루어-하든으로 이어지는 백코트 수비 라인업을 사용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경우, 사이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 선수가 펼치는 기습적 속공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테리나 파블로 프리지오니를 세우는 것보다는 수비 효율이 무조건 더 나을 것이다.
골든스테이트가 서부 결승에서 1승을 먼저 챙겼다. 그러나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 되었을 뿐이다. 휴스턴은 2라운드에서 1승 3패를 뒤집었던 경험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농구, 아직 모른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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