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동화와는 달리 토끼가 거북이를 이겼다.
14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4-15시즌 NBA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 5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98-78로 물리치며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워리어스는 첫 세 경기에서 1승 2패로 밀렸으나, 이후 두 경기를 내리 따내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역전에 성공했다. 역사상 2-2 상황에서 5차전을 잡아낸 팀이 시리즈에 승리할 확률은 81.6%에 달한다.
시리즈 시작 전부터 두 팀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그려졌다.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하는 골든스테이트와 느린 정통 하프코트 바스켓을 구사하는 멤피스가 맞붙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 시리즈는 템포 싸움에서 누가 웃느냐로 승패가 가려지고 있다. 멤피스가 경기를 진흙탕으로 끌고 갈 경우, 점프슛 위주의 농구를 하는 골든스테이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대로 워리어스 특유의 신바람 농구가 살아나면 멤피스는 쫓아가는 경기를 하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그 경기속도를 지배하는 것은 멤피스의 백코트 수비다. 멤피스의 마이크 콘리는 안와골절 여파로 인해 1차전에서 결장했다. 당시 워리어스는 속공에서 21-13으로 앞섰고, 페인트존 득점에서 44-44로 동률을 기록하며 멤피스의 강점을 없앴다. 동시에 13방의 3점포(46.4%)를 터뜨리며 멤피스를 손쉽게 무너뜨렸다.
하지만 2차전에서 콘리가 돌아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콘리 - 코트니 리 - 토니 알렌'으로 이어지는 멤피스의 질식수비 백코트 라인업은 골든스테이트의 가드진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3차전까지 이어졌고, 멤피스는 2승 1패로 시리즈를 앞설 수 있었다.
그런데 4차전부터는 다시 경기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골든스테이트가 멤피스의 수비농구에 어느 정도 적응했기 때문이다. 워리어스는 현재 수비 리바운드 이후 빠르게 트랜지션 오펜스를 전개하고 있다. 멤피스의 수비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다.
슬슬 그리즐리스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시리즈 내내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는 토니 알렌은 3차전 도중 햄스트링에 이상 징후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알렌은 4차전에 16분을 뛰는데 그쳤고, 5차전에서는 아예 결장해야 했다.
알렌의 공백은 5차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외곽수비가 완전히 붕괴되었기 때문. 골든스테이트는 30개의 3점슛을 시도해 14개를 적중(46.7%)시켰다. 알렌의 올가미에서 벗어난 스테픈 커리(18점, 3점슛 6개)는 1쿼터에만 4방의 3점슛으로 경기 분위기를 뒤바꿔 버렸다. 클레이 탐슨(21점) 또한 한결 수월하게 득점을 올렸다.
멤피스는 두 경기 연속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다. 워리어스는 5차전에서 얼리 오펜스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또, 무려 31점을 속공 상황에서 얻어냈다. 반면, 멤피스의 속공 득점은 고작 6점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시리즈의 핵심은 인사이드가 아니라 백코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멤피스는 백코트 수비가 100% 전력이 아닐 때(1차전 콘리 결장, 4차전 알렌 출장시간 제한, 5차전 알렌 결장) 모두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 패했다. 이 세 경기에서 모두 커리가 폭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멤피스가 이 시리즈에서 승리하려면 워리어스의 백코트진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골든스테이트의 공격 템포가 죽기 때문이다. 과연 홈에서 열리는 6차전에서는 멤피스의 외곽수비가 살아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한편, 두 팀의 시리즈 6차전은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멤피스 페덱스 포럼에서 열린다. 이 경기는 아프리카 TV 파울아웃(http://afreeca.com/teamfoulout)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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