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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의 바스켓볼 다이어리] 후반기 반등을 위해 BNK에 필요한 것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1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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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김은혜 컬럼니스트] 여자농구가 이번 시즌 두 번째 휴식기에 들어갔다. 올스타전으로 인한 6일간의 짧은 휴식이다. 

하지만 2019-20시즌의 전반기가 종료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팀당 17~18경기를 치러, 모든 팀이 반환점을 돈 상태다. 후반기에는 1위와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순위 경쟁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것 같다.

새롭게 팀을 창단한 부산 BNK 썸은 막내 팀답게(?)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쳤다. 6승 12패로 승률은 0.333. 그러나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한 자리인 3위와는 2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창단 원년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시즌 BNK가 보여주는 농구는 참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스타 한명에 의해 플레이가 좌우되는 농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볼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많은 선수들의 움직임 속에 함께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것이 여자농구가 보여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BNK는 잘될 때, 정말 재미있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최하위에 있지만 1라운드를 5전 전패로 마감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2라운드 이후에는 6승 7패로 5할에 가까운 승부를 하고 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내용도 나아지고 있고, 결과도 좋아졌다.

창단 첫 시즌이라는 부담, 첫 경기에서 좋은 내용을 보여줬음에도 상대의 엄청난 야투율에 무릎 꿇었던 충격, 핵심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진안과 이소희의 부상, 그리고 이들의 부상으로 인해 비시즌 내내 준비했던 ‘빠른 농구’가 제대로 펼쳐지지 못했던 것이 BNK의 1라운드 부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지역예선 프리-퀄리파잉 토너먼트 관계로 약 3주간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팀을 재정비할 기회를 얻었다. 

진안이 복귀하면서 높이와 스피드가 강화됐고, 공격 옵션도 더 늘었다. 지난 시즌 MIP를 수상하며 급성장한 안혜지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고, 다미리스 단타스라는 정상급 외국인 선수와 2년 연속 함께하고 있는 것도 경기를 치르면서 더욱 조직력을 높이고 완성도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차츰 발전하는 농구를 보여주고 있는 BNK가 더 높은 목표를 위해 후반기에 보여줘야 할 모습들을 생각해봤다.

안혜지의 공격 비율
앞서 언급했듯, 이번 시즌 BNK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안혜지다. 

지난 시즌 경기 당 평균 6개가 넘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안혜지는 현재까지 평균 7.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 정도 어시스트는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가 현역시절 보여준 후 WKBL에 사실상 없었던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3점슛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24.0%에 그쳤던 3점슛 성공률이 42.6%까지 치솟았다. 작은 신장과 함께 부정확한 슈팅력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안혜지가 지금은 3점슛 성공률 1위다. 

현재까지 안혜지의 기록은 평균 11.6점 3.1리바운드 7.7어시스트 1.8스틸 3점 야투율 42.6%, 2점 야투율 50.5%. 모든 부문이 커리어 하이다.

야투율이 높아지면서 득점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공격 시도도 많다는 점은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안혜지는 이번 시즌, 경기 당 평균 9번의 슛을 직접 시도하고 있다. BNK 전체 슛 시도의 13.2% 정도다. 이렇게만 보면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1번 치고는 분명 적지 않은 수치다.

특히 BNK는 안혜지의 볼 소유 시간이 상당히 길다. 전체 공격 시간의 70% 정도는 안혜지가 볼을 갖고 있다. 리그 전체에서 가장 볼을 오래 소유하는 선수가 안혜지일 것이다. 안혜지의 패스는 당연히 단타스 쪽으로 가장 많이 향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혜지가 직접 마무리하는 횟수까지 많아지면, 코트에서 함께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은 볼을 잡을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이를 두고 단순히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는 없다. 안혜지와 단타스가 중심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WKBL 주전 가드들 중, 사실상 유일한 정통 1번이라고 할 수 있는 안혜지와 확실한 빅맨인 단타스를 보유한 BNK는 분업화 된 농구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금 더 원활한 팀플레이와 위력적인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안혜지의 공격빈도와 볼 소유 시간이 어느 정도 배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

하나은행전 승리
BNK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우리은행, 삼성생명과 각각 4번의 대결을 펼쳐 5할의 승률을 올렸다. 비록 박지수가 결장했던 때였지만, KB를 쓰러뜨리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은행에게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번 싸워서 4번 모두 졌다.

상반기를 단독 3위로 마친 하나은행은 BNK가 플레이오프 진출 및 순위 싸움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순위표 가장 위에 위치한 팀을 잡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는 되지만, 3위 이하의 싸움만 놓고 볼때는 경쟁자와의 맞대결을 이기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순위싸움의 직접적인 대상인 팀에게 일방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힘든 순위싸움을 피할 수 없다.

BNK가 하나은행에게 어려움을 겪은 것은 속도 싸움에서의 열세, 그리고 팀의 가장 큰 장점인 안혜지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빠른 농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하나은행이 경기당 5.6개의 속공 성공하는 것과 달리, BNK는 3.1개에 그치고 있다. 리그 5위다.

하나은행은 속공 상황에서 모든 선수가 볼을 잡고 달려 나간다. 가드들은 물론, 고아라도 속공에 장점이 있고 마이샤 하인즈 알렌도 탄력이 붙으면 코스트 투 코스트 플레이를 시도한다. 스피드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백지은이 속공을 마무리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반면, BNK는 안혜지를 거치지 않으면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BNK는 리바운드를 잡으면 첫 패스는 무조건 안혜지에게 전달이 된다. 그리고 안혜지가 원맨으로 드리블을 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혜지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볼을 몰고 넘어가 줄 선수가 없다. 

때문에 안혜지는 기본적으로 상대방 코트 자유투라인이나 RA라인 부근까지 치고나간다. 이후 스텝을 두 세 번 길게 빼면서 공격에 가담하는 동료들을 찾는다. 어시스트 패스가 어려울 경우에는 트레일러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볼을 전달한 뒤, 다시 밖으로 나와서 볼을 잡는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안혜지가 첫 패스를 잡을 때부터 디나이를 하면서 볼 소유를 방해한다. 

안혜지는 자신보다 큰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자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신체조건 속에, 힘 좋고 터프한 수비를 펼치는 선수를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하나은행은 안혜지에게 주전 가드인 신지현보다 강계리나 김지영처럼 활동량이 많으며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선수를 붙인다. 한명을 제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 안혜지는 이런 선수들의 견제를 받으며 상대의 앞선을 마음껏 흔들지 못했다. 

상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8일 경기에서는 이번 시즌 하나은행 전 맞대결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지만 팀의 경기 내용도 나아졌다. 

이미 4번의 맞대결에서 패했기에 이번시즌 팀 간 맞대결은 열세가 확정됐다. 하지만 BNK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남은 두 번의 하나은행 전은 반드시 이겨야 할 것이다.

빛나야 할 구슬의 역할
구슬은 이번 시즌, 18경기에서 평균 9.7점을 득점 중이다. 모든 공격 지표가 지난 시즌보다 조금씩 떨어졌다. 여러 요소들을 배제하고 구슬에게는 득점에 관한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구슬은 지난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국내 선수이며, 시즌 전부터 유영주 BNK 감독이 ‘에이스’라고 직접 지명한 선수다. 그런데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득점이 많이 부족하다. 

최소한 평균 12점 정도는 가져가줘야 한다. 각 팀에서 ‘에이스’ 칭호를 받는 선수들은 모두 이 정도의 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BNK에서는 안혜지가 11.6점, 진안이 10.6점을 기록중인 반면 구슬은 국내 선수 득점 순위 10위권 밖에 있다. 

경기당 슛 시도 횟수도 평균 10회다. 공격 에이스가 주전 가드(안혜지)보다 평균 1개를 더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가져가면서, 고비 때 확실한 성공률을 보여줘야 한다. 구슬이 그런 위력을 보여줄 때, 안혜지의 선택지도 더 넓어지고, 단타스의 위력도 배가될 수 있다.

골밑에서 외국인 선수가 미스 매치를 이용하려 할 때, 외곽에서 오픈 찬스가 생기면 다른 팀들은 완벽한 기회인 외곽을 먼저 활용한다. 그러나 BNK는 골밑의 단타스가 우선이다. 오픈인 외곽보다 수비를 달고 있는 단타스의 공격 성공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 것이다. 

당연히 상대 수비가 골밑에 치중하게 되고, 단타스의 피로감도 높아진다. 구슬의 활약은 이를 분산시킬 수 있다.

구슬은 지난 시즌보다 출전 시간도 소폭 감소했다. 역할 비중이 더 커져야 하는 시즌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인 부침이 많아 보인다. 

체력이 떨어져 상대 선수를 따라다니지 못하니 수비에서 3번이 아닌 4번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4번 자리에서는 몸싸움과 리바운드 경쟁에 치중하면서 슈팅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진안을 제외하면 4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은 BNK의 사정도 있겠지만, 구슬이 3번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거나, 이적생인 김진영이 4번 역할을 했을 것이다. 

3번 포지션에서의 득점력과 위력은 구슬이 김진영보다 우위이며, 4번에서 버텨주고 궂은일을 하는 것은 김진영이 구슬보다 낫다. BNK가 굳이 이들의 역할을 바꿔서 활용하는 것은 3번에서 구슬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18경기 중 구슬은 11경기만 선발로 나섰다. 최근 5경기는 모두 벤치에서 시작했다. 출전 시간도 기복이 크다. 에이스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BNK가 더 반등하기 위해서는 구슬이 팀 내의 국내 선수 중 에이스라는 조건에 부합해야만 한다. 체력 보완이 시즌 중에 어렵다면 줄어든 만큼의 출전 시간 속에 더 집중력을 가져가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다.

cf. 김진영의 외곽 활용
번외로 김진영의 외곽 공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다. 

김진영은 BNK로 이적한 후, 이전 KB시절보다 획실히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전 시간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표가 나아졌고, 수비에서도 적극성을 보여주면서 BNK에 필요한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공격이다.

김진영은 고교 시절, 한 경기 66점을 넣었을 만큼 득점력이 있던 선수다. 하지만 슈팅 안정감이 높지는 않다. 

이번 시즌 3점슛 23개를 던져서 8개를 성공해 평균 34.8%의 야투율을 기록중이다. 확률만 보면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대부분의 3점슛이 완벽한 오픈 상황, 특히 상대가 고의적으로 버린 상황에서 나온다는 부분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 수비가 아예 따라오지도 않는 상황에서의 슛은 오히려 부담이 크다. 삼성생명 같은 팀은 야투가 약한 선수가 외곽에 있을 때 과감하게 버리는 수비를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슛의 안정감이 높지 않은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슛을 시도하는 게 마냥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선수인데 자신 있게 쏘면 된다’는 말이 일견 일리는 있지만, 결국 갖고 있는 슈팅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진영의 경우는 상대가 버리는 상황에서 오픈 찬스가 나더라도 확실하게 슛에 자신감이 있는 컨디션이 아니라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3점슛을 계속 던지는 것 보다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상대 수비가 자신을 버리고 도움 수비를 가면, 김진영이 오히려 슛이 좋은 선수 쪽의 마크맨에게 스크린을 가서, 확률 높은 선수의 오픈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승부처에서는 과감함도 중요하지만 평균과 확률, 그리고 꾸준히 보여준 기본적인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김은혜 칼럼니스트  rookiemagaz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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