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속근육과 버거셀
이 밖에도 전자랜드와 함께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셀 수도 없이 많단다. 기자도 전자랜드가 담당 취재 구단이라고 하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쉴 새 없이 전자랜드 얘기를 꺼낸다.

“강상재 선수를 뽑았을 때도 생생해요. 우리 팀이 워낙 드래프트 잔혹사로 유명한 팀이잖아요? 2016년에 강상재 선수를 지명했을 땐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기사를 보니 유도훈 감독님께서 처음 온 강상재 선수한테 자꾸 속근육이나 역도 훈련 같은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갸우뚱하면서 ‘아니 슛 연습이나 시키지, 웬 역도?’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여러분, 보세요! 지금은 누가 최고인가요? 이게 우리 전자랜드입니다. 하하.”

강상재를 통해 드래프트의 ‘참맛’을 알게 된 그녀는 2018년 드래프트 땐 시간을 내서 직접 드래프트장을 찾았다고 한다. 

“불러서 간 건 당연히 아니고요. 그냥 팬으로 가서 앉아서 봤어요. 전현우 선수가 더 앞에서 뽑힐 줄 알았는데 우리 팀이 뽑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체육관을 나왔던 게 생각나네요. 지금도 6순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하고 있지 않나요?”

 

이쯤 듣고 나니 누가 누구를 서포트하는지 헷갈린다. 오히려 전자랜드가 앞장서서 그녀를 모셔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드래프트도 드래프트지만, 외국선수 관련해서도 할 말 많죠.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 여럿 있어요. 먼저 버튼 거르고 셀비 뽑았을 땐 정말 속상했죠. 일명 ‘버거셀’이라고 하죠? 감독님께서 버튼이 프로 경험이 없어서 걸렀다고 들었는데, 버튼이 동부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참 가슴이 아팠어요. 또 아넷 몰트리도 기억나요. 이름처럼 정말 식물(tree) 같더라고요. 몰트리가 1대1 찬스를 놓칠 때마다 발을 동동 굴렀는데, 그게 또 마침 중계에 잡혀서 연락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면 국내선수 중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우리 영삼이 형, 정영삼 선수요.(웃음) 저나 경기장을 찾는 팬들한테 정말 따뜻하게 잘 대해주세요. 제가 1기 때 처음 왔을 땐, 주전으로 많이 뛰었는데 이제는 나이 탓에 점점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세월이 참 야속하더라고요. 이대헌 선수는 활약을 보고 있으면 뿌듯해지는 선수예요. 역시 제가 처음 왔을 때, 그러니까 그땐 게토레이 서포터즈도 아니고 게토레이 걸로 불렸던 시절, 벤치에서 수건을 개던 막내였거든요?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제가 군대를 보낸 것처럼 뿌듯하고 행복한 거 있죠?”

그렇게 전자랜드와 4년간 동고동락한 그녀는 이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중계는 물론, 중계를 보지 못할 땐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을 수시로 본다고 한다.

“이 어플 아시죠? ‘라이*스코어’라고. 경기를 못 볼 땐 계속 켜놓고 있어요. 홈 경기면 제가 경기장에서 다 볼 수 있는데, 원정 경기라 경기를 못 볼 때면 점수가 너무 궁금해요. 주위에서 어플을 보고 있으면, ‘혹시 토토하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저 토토 안 합니다.(웃음)”

 

일반인 김유정
전자랜드의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게토레이 서포터즈가 되어 팬들과 함께 하지만, 전자랜드 경기가 없을 땐 그녀도 평범한 회사원이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무역 플랫폼 채널에서 아나운서로 활동 중이에요. 지역 방송 리포터도 겸하고 있고요. 서포터즈는 일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하는 활동이에요. 일터마다 호칭이 달라지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러시아어를 전공했으나,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전공과 사뭇 다른 길.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너무 사랑했던 그녀는 머리보단 마음이 가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스포츠가 정말 좋아요. 이렇게 여러 활동을 병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스포츠 미디어 쪽에서 일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1기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게토레이 서포터즈 역시 상황이 된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아울러 전자랜드 팬들에게도 한마디 전했다.

“21살 대학생 때 시작해서 이제는 졸업도 하고, 취업도 했어요. 이십대 초반의 청춘을 바치며 꼴찌였던 전자랜드가 준우승 팀이 될 때까지 함께 커 온 거죠. 올 시즌에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경기장에서나 밖에서나 꼭 함께 응원했으면 좋겠어요! 아, 한마디만 더 할게요. 제가 삼산체육관에서만 3년 동안 일하면서 근처에 안 가 본 밥집, 술집이 없어요. 경기장에 처음 오셔서 끝나고 뭘 드실지 모르는 팬들은 언제든 저한테 오셔서 물어보세요. 취향에 따라 골라드려요. 그러니까 다 같이 전자랜드 응원합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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