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벌금왕
"눈을 왜 그렇게 떠?" 마크 큐반 구단주는 항상 이 각도와 자세로 셀카를 찍는다 = ⓒ 마크 큐반 페이스북


[루키] 이승기 기자 = NBA 역사상 가장 많은 벌금을 낸 사람은 누구일까? 악동 데니스 로드맨? 거침없는 언변의 찰스 바클리? '언론 플레이'의 달인 필 잭슨 감독? 아니면 망나니 메타 월드피스?

모두 아니다. 정답은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큐반(56)이다. 큐반의 벌금 누적액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무려 194만 달러에 달한다. 감이 안 온다고? 우리 돈으로 치면 약 21억 4,544만 6,000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심판들이 가장 싫어하는 구단주

큐반이 벌금을 물었던 대다수의 사유는 심판 모독.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심판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격하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것도 여러 차례였다. 그것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그랬으니, 심판들에게 큐반은 공공의 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통 심판 판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 하면 10,000 ~ 25,000달러 선의 벌금형이 내려지는데, 큐반은 워낙 상습범(?)이다 보니 이제 한 번에 50,000달러 ~ 100,000달러씩 벌금을 무는 등 막대한 가중처벌을 받곤 했다.

지난 3월 29일(이하 한국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댈러스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경기에서 76-94로 완패한 뒤, 큐반은 본인의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며 심판들을 공개 비난했다.

"몬테 엘리스가 반칙 콜을 얻지 못하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일이다. 밀치고 얼굴을 때리거나 팔을 쳐도 휘슬이 불리지 않는다. 눈 감아주는 판정에 진절머리가 난다. (눈 감아주다 잠든) NBA를 깨우기 위해서는 팬들이 해당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줄 필요가 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인터뷰에서도 이어졌다. 큐반은 "엘리스는 리그에서 가장 돌파를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인데 자유투 라인에 한 번도 못 서는 게 말이나 되느냐. 이건 마치 '오, 그럴 수 있어. 얼굴을 맞았다고? 오, 그럴 수 있어.' 이런 식이나 다름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과연 이번에는 큐반이 얼마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NBA 사무국은 큐반에게 벌금형을 내리지 않았다. 못본 것일까, 아니면 한 번 봐주는 것일까. 어쩌면 어떤 징계를 내릴 것인지 아직 고민 중일 수도 있겠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NBA 벌금 백분율

1. 구단 39%
2. 선수 34%
3. 마크 큐반 10%
4. 구단주(큐반 제외) 9%
5. 코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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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큐반은 리그를 대표하는 대중친화적 구단주다 = ⓒ 마크 큐반 페이스북


선수와 팬이 가장 사랑하는 구단주

큐반은 지난 2000년 이후 13년간 다른 모든 구단주가 낸 벌금의 합보다 더 많은 벌금을 물었다. 심지어 2000-01시즌에는 경기장 출입금지 징계(총 3경기)를 받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겪었다. 그렇다면 대체 큐반은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벌금과 징계를 수집(?)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큐반은 벌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리그 사무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하고 사는 화통한 성격의 소유자다. 게다가 오히려 그 벌금을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영리함도 지녔다. 무시무시한 벌금을 물어가면서까지 의도적으로 이슈를 만들었던 것이었다.

큐반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본인을 희생, 댈러스를 키웠다. 언제나 심판에게 폭언을 일삼고 화끈하게 벌금을 냈다. 잘못된 것을 보면 사무국을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하면 스스로를 희화화하거나,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엘리스에게 콜이 인색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던 SNS 내용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엘리스는 당시 23분만 뛰고 부상을 입었다. 큐반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는 동시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상 당한 엘리스를 위로한 것이었다. 즉, 큐반의 해당 트윗은 '구단주가 벌금을 불사하고 보낸 응원의 메시지'라고 해석하면 된다.

한편, 큐반의 이러한 꾸준한 노력(?) 덕분에 비인기구단이었던 댈러스는 순식간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훗날 매버릭스가 챔피언십에 오르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큐반 덕분이다. 분명, 큐반 이전에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댈러스를 향한 투자라면 돈을 '전혀' 아끼지 않았다. 마케팅 비용 역시 펑펑 쓰고 다녔다. 선수들에게 언제나 특급 대우를 해줬고, 팀에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데려왔다. 덕분에 댈러스는 수차례나 올스타 라인업을 꾸리기도 했다.

댈러스 선수들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선수들이 이동 시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낄까봐 전용 비행기를 마련하고, 구단 시설 또한 모두 최신식으로 교체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위해 그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나 응원하기도 한다.

큐반은 선수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오프시즌 동안 같이 식사를 하는 등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그 결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댈러스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덕 노비츠키와는 거의 가족과도 같은 사이가 됐다.

또, 항상 팬들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팀이 100점 이상 거두고 승리할 경우 팬들에게 먹거리와 음료를 제공한다. 그런가하면 2005-06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는 2만 여 홈 팬들에게 왕복 항공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구단주지만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매 경기 댈러스의 경기에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대부분 팬들과 같은 일반석에 앉는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경기를 관람한다. 멀찌감치 떨어진 스카이박스에 앉아 조용히 경기를 보다 가는 다른 구단주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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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큐반 구단주는 2010-11시즌 우승 트로피를 화장실에 갈 때에도 들고 다녔다. 이유는 "너무 소중해서"였다고 = ⓒ 마크 큐반 트위터


세계 제일의 벌금왕

큐반은 원래부터 댈러스의 팬이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중반, 매버릭스의 시즌 티켓을 처음 구매하게 된 계기는 "제이슨 키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훗날 본인이 운영하던 '브로드캐스트닷컴(스포츠 경기를 인터넷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만든 사이트로, 현 리그패스 등의 원형을 만든 사업체라고 보면 된다)'을 야후에 57억 달러(한화 약 6조 3,036억 3,000만원)에 매각한 큐반은 2억 8,500만 달러(한화 약 3,151억 8,150만원)를 들여 아예 매버릭스 구단을 매입해버렸다.

이후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던 댈러스는 결국 챔피언이 됐고,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단 중 하나가 됐다. 큐반이 낸 벌금은 곧 댈러스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이쯤 되면 큐반을 이 시대의 진정한 '벌금왕'으로 칭할 만하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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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처 = 마크 큐반 페이스북(facebook.com/markcuban), 트위터(twitter.com/mcu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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