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도요타 센터에서 열린 휴스턴 로케츠와 새크라멘토 킹스의 경기는 극적으로 끝났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종료 1.0초를 남기고 터트린 돌파 득점으로 휴스턴이 118-116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작전타임 후 이어진 마지막 공격에서 네만야 비엘리차가 버저비터 역전 3점슛을 터트렸고, 결국 경기는 새크라멘토의 신승으로 마무리됐다.

비엘리차의 버저비터는 그 자체로 충분히 짜릿했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전술적인 과정 역시 무척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지금부터 비엘리차의 버저비터 3점을 이끌어낸 새크라멘토의 ATO(After TimeOut) 작전을 그림과 함께 되돌아보도록 하자. 영상을 볼 수 있는 여건이라면 영상을 함께 보며 글을 읽기를 추천한다.

 

매치업 상황, 그리고 텅 빈 오른쪽 사이드

새크라멘토의 마지막 작전을 되돌아보기 전에 그 순간에 코트에 섰던 양 팀의 선수들과 매치업 상황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위는 인바운드 패스가 시작되기 직전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양 팀이 코트에 세운 10명의 선수는 다음과 같았다.

- 새크라멘토: 코리 조셉-버디 힐드-보그단 보그다노비치-해리슨 반즈-네만야 비엘리차
- 휴스턴: 러셀 웨스트브룩-제임스 하든-대뉴얼 하우스-P.J. 터커-클린트 카펠라

새크라멘토는 코리 조셉에게 인바운드 패서 역할을 맡겼고, 휴스턴은 신장이 큰 카펠라를 교체 투입해 조셉 앞에서 패스 길목을 차단하도록 만들었다. 신장이 크고 팔이 긴 선수를 인바운드 패서 앞에 세우는 것은 많은 팀들이 쓰는 방법이다.

버디 힐드에게는 제임스 하든이 붙었고 보그단 보그다노바치에게는 대뉴얼 하우스 주니어가 붙었다. 해리슨 반즈의 마크맨은 러셀 웨스트브룩이었다. 카펠라를 제외한 4명 중 가장 힘이 좋고 도움 수비에 능한 P.J. 터커는 상대적으로 빅맨이며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네만야 비엘리차를 마크했다.

위 그림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새크라멘토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오른쪽 사이드를 완전히 비운 채 대형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새크라멘토는 왜 오른쪽 사이드를 비워두고 공격을 시작했을까? 그 이유가 그 다음 장면부터 확인된다. 

 

엘리베이터 스크린과 보그다노비치의 컬 동작

인바운드 패스를 시작한다는 심판의 수신호가 나왔고, 왼쪽 코너 부근에 있던 보그다노비치가 먼저 탑 지역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때 엘보우 근처에 서 있던 해리슨 반즈는 보그다노비치를 위해 스크린을 걸어준다. 핀다운 스크린(pin down screen)이다.

 

보그다노비치를 위한 스크린 세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탑 지역 3점슛 라인 앞에 나란히 서 있던 힐드와 비엘리차가 약간의 공간을 둔 채 역시 스크린을 선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스크린(elevator screen)이다.

이 스크린은 두 명의 스크리너가 마치 엘리베이터 문처럼 가운데에 좁은 공간을 두고 나란히 서서 스크린을 세팅한다고 해서 ‘엘리베이터 스크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엘리베이터 스크린이 활용된 패턴은 아예 ‘엘리베이터 셋(elevator set)’이나 ‘엘리베이터 액션(elevator acti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스크린은 KGC인삼공사, 삼성 등 국내 팀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스크린이다.

그림을 보면 비엘리차는 엘리베이터 스크린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보그다노비치의 마크맨인 대뉴얼 하우스는 반즈의 스크린에서 빠져 나와 일단 보그다노비치를 쫓아간다.

만약 하우스가 보그다노비치를 쫓아가는 게 늦어진다면 휴스턴은 곧바로 스위치 수비로 보그다노비치를 견제할 것이다. 휴스턴 자체가 스위치 수비 빈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팀일뿐더러, 선수에게 조금의 슈팅 공간도 주지 않아야 하는 경기 마지막 순간에는 스위치 수비가 더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보그다노비치가 엘리베이터 스크린을 받아 밖으로 빠져 나왔고 대뉴얼 하우스는 다행히 보그다노비치를 잘 쫓아가고 있다.

여기서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 하나 나온다. 엘리베이터 스크린을 받은 보그다노바치는 공을 받기 위해 정면 3점슛 라인 바깥으로 더 멀리 빠져나오지 않고, 오른쪽 사이드로 갑자기 방향을 바꿔 말아들어가는 컬(curl) 동작을 가져간다.

앞서 새크라멘토가 오른쪽 사이드를 의도적으로 비운 대형으로 패턴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보그다노비치는 비워져 있는 오른쪽 사이드 공간으로 돌아서 움직였고, 이는 비엘리차의 마크맨이자 휴스턴 최고의 도움 수비수인 P.J. 터커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바로 다음 순간을 나타낸 그림이다. 보그다노비치가 오른쪽 사이드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을 본 P.J. 터커는 자신의 마크맨인 비엘리차와 잠시 거리를 두고 자유투 라인 쪽까지 두 발짝가량 내려간다.

터커가 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보그다노비치가 컬 동작 후에 갑자기 림으로 컷인해 골밑 득점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브루클린 네츠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로, 멤피스에서 비디오 분석가와 서머리그 감독으로 일했던 스티브 존스 주니어는 이 상황에 대해 “보그다노비치가 림으로 갑자기 돌진할 경우 코리 조셉이 곧바로 보그다노비치에게 앨리웁 패스를 올려줄 수 있었고 터커는 림을 보호하기 위해 잠깐 아래로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턴을 시작할 때 오른쪽 사이드와 페인트존이 비워져 있지 않았다면 비엘리차의 마크맨인 터커가 굳이 자유투 라인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도움 수비를 가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상황에서 완전히 비워져 있는 페인트존을 보호할 수 있는 선수는 터커뿐이었다. 때문에 잠시 자유투 라인으로 내려온 터커의 선택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오히려 터커의 지능적이고 뛰어난 도움 수비 센스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새크라멘토의 디테일

그리고 여기서 새크라멘토의 절묘한 움직임이 하나 더 목격된다.

앞서 보그다노비치에게 핀다운 스크린을 걸었던 해리슨 반즈가 이번엔 3점슛 라인까지 올라가 제임스 하든의 등 뒤에서 백 스크린(back screen)을 건다.

이때 하든은 위협적인 클러치 슈터인 힐드를 따라다니는 것이 신경이 집중돼 있다. 또한 반즈의 마크맨인 웨스트브룩은 혹시나 하든이 반즈의 스크린에 걸려 힐드를 놓치면 곧바로 스위치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역시 다른 쪽을 볼 여유가 없다.

한편 카펠라는 아예 코트를 등지고 인바운드 패서인 코리 조셉 앞에 서 있다. 따라서 역시 코트 안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자,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됐다.

①웨스트브룩과 하든은 반즈의 백스크린을 받는 힐드에 집중하고 있다. ②대뉴얼 하우스는 자신이 마크하고 있는 보그다노비치를 쫓아가느라 바쁘다. ③P.J. 터커는 보그다노비치의 컷인에 대비해 자유투 라인까지 잠시 내려왔다. ④카펠라는 코트 안 상황을 전혀 볼 수 없다.  ⑤심지어 카펠라도 림 혹은 코너로 향하는 패스를 견제하기 위해 베이스라인 쪽으로 처져서 서 있다.

누구도 비엘리차에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음 장면에서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든에게 백 스크린을 걸었던 해리슨 반즈는 페인트존으로 컷인한다. 버디 힐드는 왼쪽 코너로 이동한다. 이때 스위치 수비를 통해 웨스트브룩은 힐드를 따라가고 하든은 반즈를 따라간다. 그리고 비엘리차는 3점슛 라인 바로 앞에서 3점슛 라인 약 2미터 뒤까지 달려와 볼을 받으려 한다.

반즈가 페인트존으로 컷인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제임스 하든이 임기응변으로 비엘리차에게 달려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하든의 역할은 림으로 컷인하는 반즈를 일단 쫓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즈에게 손쉬운 골밑 득점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반즈와 비엘리차의 거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든은 비엘리차에게 결코 도움 수비를 갈 수가 없다. 반즈가 컷인하는 움직임 하나가 이 장면에서 무척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페인트존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투 라인까지 내려갔던 P.J. 터커는 비엘리차와의 거리가 어느새 많이 벌어졌다. 인바운드 패서인 코리 조셉이 이를 놓치지 않고 비엘리차에게 패스한다. 

이때 카펠라는 자신의 뒤를 지나 코너로 향하는 힐드 때문에 비엘리차 쪽을 가로막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비엘리차가 공을 잡았다. 터커가 뒤늦게 쫓아오고 있지만 아직 그의 위치는 자유투 라인 서클 근처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아무튼 와이드오픈 상태가 만들어졌다. 이후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다.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새크라멘토의 ATO 작전을 통해 우리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이 크게 두 가지 있다.

① 공격 패턴을 실행할 때에는 어떤 공간을 비우고 어떤 공간에 선수를 밀집시킬지가 무척 중요하다.

새크라멘토는 오른쪽 사이드와 페인트존을 의도적으로 비워뒀고, 이것이 터커의 도움 수비 본능을 이끌어냈다. 이 장면에서 휴스턴의 수비는 터커의 뛰어난 도움 수비 본능 때문에 역설적으로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② 공격에서 볼을 받고 슛을 던져야 하는 타깃(target)이 있을 경우, 그 타깃에게 다른 수비수들이 도움 수비를 갈 수 없도록 타깃 외의 선수들이 긴밀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엘리차가 인바운드 패스를 받기 직전에 코너로 계속 이동한 버디 힐드의 움직임, 하든에게 스크린을 건 뒤 페인트존으로 컷인한 해리슨 반즈의 움직임 때문에 휴스턴의 어떤 수비수도 비엘리차에게 도움 수비를 갈 수가 없었다.

 

종합하면 네만야 비엘리차의 버저비터 3점슛은 ①엘리베이터 스크린을 빠져나와 오른쪽 사이드로 컬 동작을 가져가 P.J. 터커를 유인한 보그다노비치의 움직임, ②왼쪽 코너로 이동해 카펠라와 러셀 웨스트브룩의 시선을 끈 버디 힐드의 움직임, ③두 차례의 스크린 후 골밑으로 달려간 해리슨 반즈의 움직임, ④그리고 이를 놓치지 않고 3점슛 라인 뒤로 더 멀리 빠져나온 비엘리차의 움직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휴스턴전 승리는 새크라멘토의 디테일과 전술 이행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승리는 결코 운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이미지 제작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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