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1승 5패"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이번 시즌 연장전 성적이다. 4쿼터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여섯 경기에서 단 한 번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승부처에서의 집중력 부족이 부른 결과다. 자유투를 흘리고 황당한 실책을 저지르는 등 스퍼스의 막판 경기력이 미덥지 못하다. 스퍼스의 이번 시즌 연장전 잔혹사를 짚어보았다.
2014년 12월 4일(이하 한국시간)
샌안토니오 스퍼스 93 @ 95 브루클린 네츠 (연장)
당시 스퍼스는 파죽지세 8연승 중이었다. 이날 역시 무난한 승리를 따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접전으로 펼쳐졌다.
브루클린은 3쿼터 파상공세를 펼치며 10점차 리드를 안은 채 4쿼터에 돌입했다. 샌안토니오는 팀 던컨, 마누 지노빌리 등의 노련미를 앞세워 추격전을 개시했다. 4쿼터 종료 2초 전에는 대니 그린이 천금 같은 동점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스퍼스 선수들은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다. 시도했던 거의 모든 슛이 불발되며 고작 5점에 그친 것. 또, 마지막 순간 지노빌리가 시도한 회심의 3점슛이 안 들어가며 8연승 행진이 끊기고 말았다.

2014년 12월 13일
LA 레이커스 112 @ 110 샌안토니오 스퍼스 (연장)
샌안토니오는 이날도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4쿼터가 시작할 때, 11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처가 되자 베테랑 선수들이 힘을 냈다. 특히 지노빌리는 4쿼터에만 13점을 몰아 넣으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샌안토니오였다.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레이커스를 요리했다. 막판 연거푸 터진 지노빌리와 던컨의 픽-앤-롤은 백미. 연장 종료 1분여 전, 스퍼스는 110-109로 앞섰다.
이후 레이커스는 스퍼스의 수비 벽에 막혀 고전했다. 경기 종료 7초 전, 레이커스의 닉 영은 24초 공격제한시간에 쫓긴 나머지 9미터 가까운 거리에서 말도 안 되는 슛을 던졌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레이커스의 손을 들어줬다. 공이 그대로 림을 통과하면서 레이커스가 역전에 성공한 것. 이 놀라운 3점슛은 그대로 위닝샷이 됐다.
4쿼터와 연장전 내내 스퍼스를 이끌었던 지노빌리는 연장 종료 30초 전 결정적인 패스 미스와 마지막 3점슛 실패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다.

2014년 12월 18일
멤피스 그리즐리스 117 @ 116 샌안토니오 스퍼스 (3차 연장)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 막판 마이크 콘리와 대니 그린이 한 차례씩 클러치 3점슛을 주고 받았다. 스퍼스의 3점차 리드. 그런데 마크 가솔이 지노빌리를 속인 뒤 말도 안 되는 동점 3점슛을 터뜨리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양 팀은 연장전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2차 연장 종료 2초 전, 멤피스는 코트니 리의 3점슛으로 2점차 리드를 잡았다. 샌안토니오는 물러서지 않았다. 던컨이 극적인 동점 버저비터 페이드어웨이 슛을 작렬시킨 것.
3차 연장전에서는 잭 랜돌프의 활약이 빛났다. 멤피스는 랜돌프의 연속 6점에 힘입어 117-113으로 앞섰다. 이후 샌안토니오는 대니 그린의 3점슛으로 1점차까지 점수를 좁혔다. 하지만 최후의 공격에서 지노빌리가 성급하게 3점슛을 노리다 에어볼을 던지며 그대로 패배하고 말았다.

2014년 12월 20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129 @ 119 샌안토니오 스퍼스 (3차 연장)
샌안토니오가 두 경기 연속 3차 연장을 치른 것은 프랜차이즈 3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데미지를 입게 됐다.
스퍼스는 4쿼터 막판 그린의 3점슛이 터지며 2점차로 앞섰다. 하지만 포틀랜드의 데미안 릴라드의 돌파를 막지 못해 연장전을 허용했다. 연장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던컨의 활약을 앞세워 3점차 리드를 잡았지만 릴라드에게 클러치 동점 3점슛을 얻어 맞아 2차 연장을 밟게 됐다.
던컨의 활약은 2차 연장에서도 빛났다. 스퍼스는 2차 연장 종료 2분여를 남기고 110-104로 앞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런데 또 다시 릴라드가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코트를 휘젓기 시작했다. 결국 샌안토니오는 두 경기 연속 3차 연장전을 치르게 됐다.
3차 연장은 릴라드의 독무대였다. 샌안토니오 선수들은 계속된 연장전에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다. 포틀랜드는 3차 연장을 17-7로 압도하며 승리를 챙겼다.
릴라드는 이날 총 43점을 퍼부으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4쿼터와 연장전을 통틀어 26점(야투 11/18)을 퍼붓는 등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반면, 스퍼스의 던컨은 이날 32점, 10리바운드, 4블록을 올렸지만 3차 연장에서 체력 고갈을 호소,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지노빌리는 17개의 야투 중 12개를 실패하는 등 11점, 6실책에 그쳤다.
연장은 힘들어!
일주일간 7회의 연장전 동안 던컨과 지노빌리의 기록
던컨 지노빌리
출장시간 32분 37초 24분 12초
야투 8/19 1/12

2015년 3월 13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128 @ 125 샌안토니오 스퍼스
카이리 어빙을 위한 경기였다. 어빙이 원맨쇼를 펼치며 디펜딩 챔피언을 때려 잡았다.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도저히 질 경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빙의 초인적인 활약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어빙은 4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긴 시점부터 신들린 퍼포먼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샌안토니오는 108-101로 앞서 무난하게 승리를 따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빙이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낸데 이어 3점슛을 터뜨려 순식간에 3점차까지 따라 붙었다.
4쿼터 종료 4초 전, 카와이 레너드는 천금 같은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이제 클리블랜드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중 하나만 성공시켜도 사실상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레너드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두 개의 자유투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캐벌리어스의 마지막 공격. 어빙은 믿을 수 없는 동점 3점슛을 꽂아 넣었다. 패색 짙던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것이었다. 어빙의 활약은 연장전에서도 계속 됐다. 연장에서만 10점을 올리며 총 57점을 쏟아낸 것.
기세가 오르자 르브론 제임스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르브론은 연속 3점슛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클리블랜드가 샌안토니오와의 명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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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처 = ESPN 동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