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새내기 치어리더

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 새내기 고정현’은 이제 ‘치어리더 고정현’이 됐다. 친구들이나 가족들 역시 이를 아직도 신기해한다고.

“제가 여동생이 있거든요? 저보다 네 살 어려서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데, 하루는 동생이 친구들이랑 같이 야구장에 온 거예요. 그때 동생 친구들이 저를 보면서 ‘야, 너희 언니 잘한다’며 칭찬을 했대요. 동생이 그 얘기를 하면서 뿌듯했다고 하는데, 저까지 뿌듯한 거 있잖아요.”

새내기 고정현 치어리더가 느끼는 농구와 야구의 가장 큰 차이는 농구는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대구가 유난히 더운 거 아시죠? 하루는 야구장에 출근했는데, 그날이 정말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유난히 더운 날이었어요. 그런데 또 하필이면 그날 저희 응원 복장이 반 팔이 아니라 긴 팔로 내려오는 정복이었던 거예요. 정말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쓰러질 뻔했어요. 나이는 팀에서 제일 어린 편인데, 체력은 제일 부족해요... 체력도 그렇고, 더위도 워낙 많이 타서 여름을 힘들어하는데, 농구는 겨울에 해서 더울 일도 없고 실내에서 하니까 좋아요.(웃음)” 

그렇다면 고정현 치어리더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일까?

고치 : 여름이요.

루키 : ??? 아니, 뭐예요. 여름이 제일 힘들다면서?

고치 : 그래도 여름이 좋은 걸 어떻게 해요...(웃음) 제가 워낙 물놀이를 좋아해요. 그래서 워터파크나 바닷가도 많이 가는데 올해는 치어리더 일을 하면서 여름에 너무 바빠 물놀이를 많이 못 가서 좀 슬펐어요.

안 물어봤으면 여름한테 미안했을 뻔했네. 그렇다면 물놀이를 못 가는 것과 체력적인 부분 외에 또 힘든 점은 없었을까?

“제가 고소공포증이 엄~청 심해요. 야구장 같은 경우에 잠실구장 원정 단상은 되게 좁으면서 또 높거든요. 처음 원정을 갔는데 그날 너무 무서워서 그 뒤로 잠실 원정은 한 번도 못 따라갔어요. 그거 말고도 놀이터에 높은 미끄럼틀도 못 올라가고, 워터파크도 좋아하긴 하지만 워터슬라이드는 못 타요. 타러 올라가는 길이 너무 무섭거든요. 하하!”

고정현 치어리더의 특징 1,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많이 한다. 특징 2, 자기가 말에 혼자 잘 웃는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계속 웃음이 나냐고 물으니 고정현 치어리더가 답했다.

“원래 잘 웃어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말이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예요. 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고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팬들은 외우시길.

 

정현맘

치어리더와 일반 직장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일과다. 평일 사무실로 출퇴근했다가 주말에 쉬는 일반 회사와 달리 치어리더는 일정은 물론 출근 시간 또한 날마다 달라진다. 때문에 중간중간 주어지는 휴식일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 고정현 치어리더는 자신을 “집순이, 진짜 집순이”라고 말한다. 

“쉬는 날이 붙어 있으면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기도 하는데, 하루 쉬는 날이면 그냥 집에서 푹 쉬어요. TV를 많이 보는데 드라마를 많이 봐요. 요새는 ‘동백꽃 필 무렵’에 푹 빠져 있어요. 요새 난리인 황용식 씨 알죠? 집에서는 야구나 농구를 잘 안 보는 편이에요. 어차피 경기장에서 많이 볼 수 있으니까!(웃음)”

본인은 집순이라는데 듣기만 해도 뭔가 집에서도 가만히 쉴 것 같진 않은 느낌. 그래도 믿는 척 하고 다음 질문. 그렇다면 친구들을 만날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중·고등학교 때부터 만난 친구들이 있어요. 6명 정도. 친구들 만나서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먹고, 초밥도 먹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게 행복이에요. 친구들도 다 대구 사람이다 보니까 제가 야구장에서 일할 때 많이 찾아와 줬어요. 단상에서 관중석의 친구들이 보이면 힘이 엄청 나요.(웃음) 제가 응원을 해야 하는 치어리더인데, 오히려 친구들한테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 초밥 등의 한식이라고 한다. 그럼 싫어하거나 못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전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본 질문에 꽤 중요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저 커피를 못 마셔요.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를 마시면 술 마신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려요. 그런데 웃긴 건 술도 못 마셔요. 스무 살 되고 나서 ‘*슬톡톡’이라고 도수 엄청 낮은 탄산주를 처음 마셔봤는데 먹고 너무 어지러워서 그 뒤로 술은 안 마셔요.”

술도 못 먹고, 커피도 못 먹고... 집 안에 다른 관심사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고정현 치어리더는 어떻게 알았느냐면서 강아지 ‘뽀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제 한 살 됐어요. 작은 포메라니안인데 대학교 때 자취를 하는데, 친구가 못 키우겠다고 완전 애기 같은 강아지를 데려온 거예요. 그때부터 제가 키웠는데, 이름은 뽀시래기를 줄여서 뽀기입니다. 제가 산책을 많이 시켜서 가족 중에 저를 제일 좋아해요. 정현맘의 첫째 아들이에요. 저랑 많이 닮았다고 회사에서 언니들이 저보고 맨날 뽀기라 놀려요.”

뽀기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가 정말 강아지라면 분명히 엄마와 닮았을 수밖에 없다. 뽀기가 사람 상이어서가 아니고 엄마가 워낙 강아지 상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참 뽀기 자랑을 늘어놓던 뽀기 엄마는 다음 질문에 다시 고정현 치어리더로 돌아왔다.   

루키 : 아직 나이가 많이 어려요. 미래에 어떤 치어리더가 되고 싶으세요?

고치 : 사실 지금도 학원에 다니면서 치어리더와 연기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요. 경력을 더 쌓아서 우리 팀을 이끌고 있는 (이)수진 언니처럼 멋진 치어리더가 되는 것도 꿈인데,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연기도 아직 욕심이 많아서요. 1년 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재밌게 일했던 것 같아요. 많이 서툴고 어리숙한데, 이런 모습들도 예쁘게 봐주신 팬들께 너무 감사하죠. 그만큼 더 열심히, 지치지 않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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