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자거북이' 웨스트브룩이 '거북왕'으로 진화했다.
이쯤 되면 '듀얼가드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 ⓒ ESPN 동영상 캡처
[루키] 이승기 기자 = "오스카 로버트슨의 재림?"
'서부 컨퍼런스 2월의 선수'는 이미 확정이라고 봐도 된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듀얼가드, 러셀 웨스트브룩(26, 191cm)이 수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넌센스다.
웨스트브룩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한 달을 보냈다. 최근 세 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가 하면, 6경기 연속 20점-5리바운드-10어시스트를 올리기도 했다. 또, 연장을 치러도 지칠 줄 모르며, 발목이 돌아가도 끄떡 없이 뛰어 다닌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체력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2월 중순에는 올스타전에서 홀로 41점을 폭발시키는 등 MVP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41점은 윌트 체임벌린(42점)의 올스타전 최다 득점에 단 1점 모자라는 기록이었다. 물론 올스타전은 정규리그와는 관계 없지만, 이는 웨스트브룩의 기량이 얼마나 물이 올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최근의 경기력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과 공포를 안겨줄 정도. 그렇다면 웨스트브룩의 2월 퍼포먼스는 과연 얼마나 대단했던 것일까? 『루키』와 함께 차근차근 짚어보도록 하자.

웨스트브룩의 믿기지 않는 2월 경기 성적표.
40점 이상 트리플-더블이 나온 것은 2010년 르브론 제임스(43점, 13리바운드, 15어시스트) 이후 5년 만이었다
= ⓒ ESPN 동영상 캡처
웨스트브룩의 역대급 2월 퍼포먼스
12경기 9승 3패
평균 31.2점, 9.1리바운드, 10.3어시스트, 1.6스틸
FG 45.7%, 자유투 9.6/10.5(91.3%), TS 54.1%
더블-더블 9회, 트리플-더블 4회, 3경기 연속 트리플-더블
(3쿼터에 이미 트리플-더블을 완성한 경기가 세 차례나 된다)
최근 다섯 경기 평균 (듀란트 모두 결장, 3승 2패)
30.6점, 10.6리바운드, 11.8어시스트
듀란트가 결장한 2월 7경기에서의 평균 기록 (오클라호마시티 5승 2패)
평균 31,2점, 10.0리바운드, 11.3어시스트
이 기록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해당 기간 동안 오클라호마시티가 9승 3패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돌던 썬더는 최근 웨스트브룩의 특급활약에 힙입어 서부 컨퍼런스 8위로 도약했다. 지난 시즌 MVP 케빈 듀란트가 발 부상으로 결장 중인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한편, 지금까지 한 달 평균 30점-8리바운드-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던 선수는 오스카 로버트슨(무려 8회!)이 유일했다. 웨스트브룩은 역대 두 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웨스트브룩은 2009년 르브론 제임스 이후 처음으로 세 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 ⓒ ESPN 동영상 캡처
2000-01시즌 이후 한 달 동안 30점-10어시스트 이상 경기를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들
2014-15시즌 러셀 웨스트브룩 5회
2007-08시즌 르브론 제임스 5회
2006-07시즌 드웨인 웨이드 5회
2013-14시즌 제임스 하든 4회
2007-08시즌 드웨인 웨이드 4회
2006-07시즌 알렌 아이버슨 4회
현역 선수 중 20점-10어시스트 이상 연속 경기 기록
1위 2008-09시즌 크리스 폴 7경기
2위 2014-15시즌 러셀 웨스트브룩 6경기(현재진행형)
* 웨스트브룩은 게리 페이튼이 시애틀 슈퍼소닉스 시절 세운 프랜차이즈 기록과 타이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웨스트브룩의 2015년 2월 활약은 다른 역대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음은 최근 10년 간 나온 가장 뛰어난 한 달 퍼포먼스를 임의로 골라 나열한 것이다.
케빈 듀란트의 2014년 1월
17경기 13승 4패
평균 35.9점, 6.1리바운드, 6.1어시스트, 1.6스틸
FG 54.9%, 3PT 43.6%(2.8개), 자유투 9.6/10.9(89.0%)
르브론 제임스의 2013년 2월
14경기 12승 2패
평균 29.7점, 7.5리바운드, 7.8어시스트, 1.8스틸
FG 64.1%, 3PT 43.2%
연속경기 30점 & FG 60% 이상 신기록 달성 - 6경기
드웨인 웨이드의 2009년 3월
15경기 8승 7패
평균 33.7점, 5.4리바운드, 7.9어시스트, 2.9스틸, 1.1블록
FG 50.1%, 40점 이상 경기 5회
코비 브라이언트의 2006년 1월
13경기 9승 4패
평균 43.4점, 5.6리바운드, 4.1어시스트, 1.8스틸
FG 47.0%, 3PT 39.7%(3.5개), 자유투 12.0/13.4(89.7%)
40점 이상 7회, 4경기 연속 40점 이상 기록, 50점 이상 3회
2006년 1월 22일 81점 대기록 작성(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2위)
코비 브라이언트의 2006년 4월
8경기 6승 2패
평균 41.6점, 5.5리바운드, 3.6어시스트, 2.3스틸
FG 50.9%, 3PT 41.3%(3.5개), 자유투 9.4/11.4(82.4%)
전 경기 31점 이상 기록, 40점 이상 5회, 50점 이상 2회

ⓒ 자료 제공 = 루키 염용근 기자
최근 전문가들은 웨스트브룩을 MVP 후보로 올려 놓고 토론을 펼치고 있다. 물론 팀 성적이 떨어지는 탓에 실제 수상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체 승률 14위에 불과한 팀의 선수가 MVP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웨스트브룩의 위상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다.
한편, 듀란트의 복귀까지는 1~2주가 더 소요될 전망. 그때까지 웨스트브룩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웨스트브룩은 과연 이 초인적인 퍼포먼스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듀란트가 돌아오면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인가. 팬들의 시선이 오클라호마시티로 향하고 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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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처 = ESPN 동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