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다루기 힘든 까칠한 선수’. 바이런 멀린스가 KT의 새로운 외국 선수로 합류한다고 했을 당시 돌았던 그에 대한 소문이다. 이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멀린스가 까칠한 반응을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멀린스는 소문과는 딴판인 선수였다. 다양한 사진을 싣기 위해 여러 포즈를 요구하는 <루키 더 바스켓>의 요청해도 환한 미소와 함께 “Everything is OK!”를 외치는 멀린스. 다소 늦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 시간에도 모든 질문에 성실한 답변을 이어가는 그에게서 ‘까칠함’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를 지도 중인 서동철 감독 역시 “소문을 듣고 걱정했는데 전혀 딴 판이라 놀랐다. 너무 말을 잘 들어서 당황스러울 정도”라 이야기하는 멀린스를 만나 그의 농구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NO.1 

고교 시절 멀린스는 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선수였다. 카날 윈체스터 고교를 졸업한 그는 주로 풋볼과 농구의 리쿠르팅을 담당하는 Rivals.com이 선정한 랭킹 1위 선수에 이름을 올렸고, 또 다른 사이트인 Scout.com에서는 3위의 랭킹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또한 그는 2008년 맥도날드 올-아메리칸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멀린스가 처음 농구공을 잡은 시기는 13살 무렵. 원래 풋볼을 하던 그는 우연히 접한 농구에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농구에 빠져들었다. 

“농구를 처음 해봤는데 내가 생각보다 농구를 잘 하더라(웃음). 그래서 풋볼을 하다가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항상 내가 우리 팀에서 키가 제일 컸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포지션은 항상 센터였다.”

남다른 신장을 바탕으로 어릴 때부터 농구 코트를 접수한 멀린스는 많은 대학의 제의를 뿌리치고 오하이오 주립대에 입학한다. 1898년에 창단해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의 농구팀은 NCAA 디비전 1에 소속된 팀. 그렇다면 그가 이 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내가 오하이오 출신이다. 따라서 오하이오 주립대는 항상 동경했던 학교다. 그 곳에 가는 것이 다른 학교에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었다. 또 내가 대학에 가기 2년 전 쯤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NBA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뀌기도 했다. 원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NBA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규정이 바뀌면서 대학에 가게 됐다.”

멀린스의 이야기대로 NBA는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을 1년 이상 다녀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로 인해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어트와 같은 고졸 출신 선수들은 더 이상 등장할 수 없게 됐고 대학을 1년만 다닌 후 곧바로 NBA 무대에 뛰어드는 ‘원 앤 던’이 성행하게 됐다. 멀린스 역시 이와 같은 케이스였던 것. 

대학에서 멀린스는 주로 식스맨으로 활약했다. 33경기 중 그가 주전으로 나선 것은 2경기. 이처럼 대부분을 벤치에서 뛰면서 그는 평균 8.8점 4.7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Big Ten’ 컨퍼런스의 올해의 식스맨 상을 수상하기도 한 멀린스는 대학에서 1년을 보낸 후 곧바로 NBA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낸다. 

Dreams Come True

꿈(Dream). 누군가에게는 삶의 원동력이 되는 단어이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농구선수로서 꿈을 키우고 있던 멀린스에게 NBA라는 무대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NBA를 향한 강한 열망을 품고 있던 멀린스. 그에게 NBA 드래프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의 소감을 묻자 “Dreams come true(꿈이 이루어졌다)”는 답변이 가장 먼저 들려왔다. 

“NBA라는 무대는 매년 400여명에 달하는 드래프트 참가자 중 60명만이 새롭게 들어갈 수 있는 무대다.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 영광스럽고 특별한 순간이었다.”

멀린스가 참가한 2009년 NBA 드래프트에는 현재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당시 1순위의 영광을 거머쥐었던 선수는 현재 디트로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블레이크 그리핀. 또한 지난 시즌 평균 36.1점을 퍼부으며 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제임스 하든(휴스턴), 3점슛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등이 멀린스의 드래프트 동기다. 

이처럼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멀린스는 1라운드 24순위로 댈러스에 의해 지명된다. 이후 그는 곧바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 트레이드되며 오클라호마시티에서 NBA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사실 15순위 이내에 지명되기를 바랐다. 그래도 드래프트 이전 오클라호마시티와 워크-아웃을 할 때 워낙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시티로 가게 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했다.”

2009-10시즌 데뷔한 멀린스는 오클라호마시티 유니폼을 입고 2시즌을 뛰었다. 당시 그와 함께 했던 선수들은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제임스 하든(휴스턴), 러셀 웨스트브룩(휴스턴) 등이다. NBA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슈퍼스타들. 

“당시에는 우리 모두 어렸다(웃음).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 듀란트가 3년차, 웨스트브룩이 2년차였고 하든과 서지 이바카도 마찬가지로 경력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실제로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슈퍼스타가 된 그들을 보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멀린스는 빛을 보지 못했다. 팀은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쟁쟁한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멀린스는 2시즌 간 26경기 출전에 그쳤다. 데뷔 시즌 13경기에서 평균 4.2분을 뛰며 1.1점 0.8리바운드를 기록한 멀린스는 2년차 시즌에도 출전 시간이 6.5분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기록 역시 1.9점 1.8리바운드에 머물렀다. 

그런 멀린스에게 기회가 찾아온 시점은 3년차 시즌이던 2011-12시즌. 당시 멀린스는 2013년 2라운드 픽과 트레이드되어 샬럿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샬럿에서 본격적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구단주인 마이클 조던이 나를 트레이드 해와서 기회를 줬다. 거기서 많이 뛰면서 내 실력을 보여주게 됐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멀린스는 샬럿의 유니폼을 입고 첫 출전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활약을 예고했다. 이후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주전 자리에 오르기도 한 멀린스는 샬럿에서의 첫 시즌 65경기에 나서 평균 22.5분을 뛰었다. 최종 기록은 9.3점 5.0리바운드. 4월 6일 열렸던 밀워키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3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쓰기도 했다. 

이처럼 샬럿의 유니폼을 입고 가능성을 내비친 멀린스는 2012-13시즌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당시 출전한 53경기 중 41경기에 주전으로 나선 멀린스는 10.6점 6.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스트레치 빅맨으로 KBL 무대를 누비고 있는 그가 본격적으로 3점슛을 던지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였다. 현재의 모습과는 다르게 멀린스는 대학 무대와 NBA 초창기 시절에는 3점슛 시도가 거의 없던 빅맨이었다. 그러나 2012-13시즌 경기 당 평균 3.9개의 3점슛을 시도하며 슛 거리를 늘린 멀린스는 이후 우리가 아는 스트레치 빅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때도 그렇고 오클라호마시티에서도 3점슛을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샬럿에서 스페이싱을 강조하는 농구를 하면서 3점슛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이후 3점슛 연습을 많이 하면서 3점슛 장착을 위해 노력했고 그 이후로는 지금처럼 3점슛을 자주 시도하게 됐다.”

그러나 멀린스의 전성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2013-14시즌 멀린스는 LA클리퍼스와 새로운 계약을 맺었지만 출전 기회는 오클라호마시티 시절로 되돌아갔고, 시즌 중반에는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 됐다. 그 시즌 45경기에서 평균 4.2점 2.0리바운드를 기록한 멀린스는 그대로 NBA에서의 커리어를 마감하게 된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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