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우리 대표팀은 17일, 도쿄 올림픽 프리 퀄리파잉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홈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예상은 했지만 상대의 강한 홈 콜과 선수들의 부상, 체력 저하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 65-69로 패했다.

그러나 골 득실차에 앞서며 뉴질랜드를 밀어내고 중국에 이어 조 2위로 2월에 열리는 올림픽 최종 예선에 올랐다. 

첫 경기에서 중국을 잡는 등 선전을 펼친 대표팀은 소기의 성과를 이뤘고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는 2월에 열리는 최종 예선에 집중해야한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 전을 통해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여러 가지 악재도 있었지만 상대인 뉴질랜드는 강한 압박 수비와 잘 준비 된 팀 디펜스, 그리고 선수들의 좋은 집중력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상대적으로 우리 대표팀은 전술적인 준비가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초반부터 끌려 다니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 자칫하다가는 중국을 잡아놓고도 최종 예선에 탈락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12점차 이상으로 지면 탈락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12점차 이상의 리드를 내주기도 했다. 마지막 4쿼터, 선수들의 투지가 4점차 패배라는 경기를 만들어 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마냥 심판의 홈 콜만을 탓 할 수는 없었다. 
 

김한별의 부상, 그러나 전술적인 움직임은...
초반 김한별의 부상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경기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가 됐다. 하지만 김한별의 부상 전부터, 우리는 공격에서 상대의 수비에 대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뉴질랜드는 강한 압박 맨투맨 수비와 함께 박지수에 대한 수비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 일단 박지수가 볼을 잡으면 힘이 좋은 센터 수비는 강하게 밀어내고, 헬프 사이드 수비들은 바로 도움 준비를 단단히 하는 새깅 디펜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외곽 수비는 아주 타이트한 압박부터 비슷한 선수들이 모두 스위치 수비를 하면서 밀어 내기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 전에서 보여줬던 3점이나 선수들의 1:1 에 의한 공격은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격 방법이 이전 두 경기와 달랐어야 한다.

박지수 또한 초반 상대의 강한 수비와 헬프 수비에 로우 포스트에서 1:1을 시도 할 때 어려움이 있었고, 어지간해서는 파울을 불리지도 않았다.  

김한별의 부상 아웃으로 배혜윤이 들어 왔는데, 박지수가 로우 포스트에서 볼을 잡으려고 할 때 하이 포스트나 탑으로 리프트 하는 타이밍이 늦었고, 또 리프트를 했다가 박지수가 볼을 잡고 공격 시도를 할 때 빠르게 골밑으로 빠지는 동작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외곽 선수들의 움직임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박지수에게 ‘볼 투입 후 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는 ‘3 Out 2 In’ 의 선수 구성이나, ‘4 Out 1 In’ 의 선수 구성일 때도 같았다. 

뉴질랜드는 무조건 트랩을 하지는 않았고 그에 앞 서 힘과 뚝심 좋은 수비로 먼저 페인트 존 공격을 차단했다. 초반에는 트랩이나 로테이션을 최소화 하면서 강한 포스트와 이번 대회 정말 좋은 3점 확률을 보여주던 외곽 공격수들도 철저히 차단했다. 

2:2 수비도 강한 스위치 디펜스를 하면서도 박지수에 대한 미스매치 상황까지 철저하게 준비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한별은 늘 그렇듯 발목을 툭툭 털며 다시 코트에 복귀했지만, 이 경기는 김한별의 복귀만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었다. 
 

공격의 문제
그렇다면 먼저 공격은 어떻게 풀었어야 할까. 

이 경기는 싱글 포스트나 아예 박지수가 없는 스몰 볼의 형태도 여러 차례 나왔다. 물론 박지수와 김정은의 체력저하도 눈에 띄게 보여 졌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도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두 선수의 ‘세 번째 경기 체력저하’는 당연한 상황이다. 이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팬들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상대도 당연히 이들에 대한 집중견제를 펼쳤고, 이들의 체력소진은 다른 경기보다 더 빨랐을 것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 둘에게 너무 ‘혼자해결’ 이라는 과제를 계속 안겨준 부분이다. 

뉴질랜드 전에서는 박지수의 해결이나 김정은의 3점슛과 같은 1:1이나 단순히 기브 앤드 고 로 해결 할 수 없는 상대의 기세와 집중력이 있었다. 

이 경기에서는 다른 어떤 선수보다 김단비의 초반 공격력이 좋았다. 뉴질랜드는 앞 두 게임 상대적으로 득점이 저조했던 김단비에게 가장 작은 선수를 매치시켰는데, 우리가 상대 스위치 수비를 활용하기에는 박지수와 김단비의 2:2가 가장 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했던 미스매치 상황에서도 강한 몸싸움을 하고 있는 박지수만 바라보는 경향이 너무 강했다. 신장이 큰 선수들은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보다, 하체 쪽을 공략하는 작고 힘 센 선수들의 몸싸움이 더 힘들고 부담이 된다. 이럴 때는 당연히 반대쪽 4번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 타이밍에 하이 포스트에서 연결을 하면서 봐주는 하이-로우 파워 게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고, 무조건 로우 포스트의 박지수만 고집했다. 볼을 잡기 전부터 전투적인 몸싸움으로 힘을 뺀 박지수가 이후 볼을 잡고 시작하는 포스트업에 제 힘을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김한별이나 배혜윤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와의 경기는 선수들 하나하나의 역할 분담이 정말 중요했기 때문에, 4번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부여 해줘야 했다.  

앞 선도 누구와 2:2를 해야 할지에 대한 역할을 정확히 정해주고, 김정은, 박혜진, 그리고 슛 감이 좋았던 강이슬의 위크 사이드 역할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 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조직적인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많이 아쉽다. 
 

수비의 문제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 지역방어로 여러 차례 재미를 봤다. 

이번 경기도 2-3, 3-2, 드롭 존 또는 앞 선 매치 업 로테이션으로 상대를 혼란시키기도 했지만, 상대는 존 수비에 대한 준비를 잘 했다. 포스트로 투입되는 엔트리 패스도 좋았고, 외곽 슛 지원도 괜찮았다. 거기다가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공격 리바운드에 우리 선수들은 세컨 찬스를 계속 허용하며.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을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지역방어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모습인데, 단순한 백코트 수비로는 상대의 공격력을 막아 낼 수는 없다. 한 번 무너진 수비는 맨투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모험이라도, 비교적 체력 부담이 적은 선수로 상대의 볼 핸들러나 주 공격수를 풀 코트에서 압박 하며 내려오면서 상대의 스코어링 에어리어의 샷클락 공격 시간을 최소로 줄였어야 하지 않을까? 

박지수가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스몰 라인업에서도 같은 존 수비를 서면서 볼맨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쉽게 포스트로의 볼 투입으로 공격을 허용했고, 리바운드에 대한 부분은 속수무책이었다.

상대의 홈 콜
뉴질랜드의 집중력이나 경기 운영이 좋았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지만, 심판의 판정이 상대에게 유리 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판정도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안고 가야 하는 부분 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따라 가는 상황에서 불렸어야 하는 파울이 불리지 않았고, 또 우리에게 공격권이 넘어오는 상황에서 불린 파울과 상대 자유투 득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선수들의 투지
지금까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나타난 아쉬운 부분들을 짚어봤다. 힘겹게 최종 예선에 나선 우리 대표팀에 대해 너무 쓴소리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미흡한 부분을 분명히 파악하고 개선해야만 더 나은 결과를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에, 패인에 대해 냉정히 짚어보고자 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팀’이라고 대회 전부터 목표를 잡았던 상대에게 패했다는 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투지는 꼭 칭찬해주고 싶다. ‘눈물겨웠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김한별의 초반 부상과 코트 복귀, 지친 김정은의 고군분투, 그리고 골반 부상으로 경기 복귀가 힘들어 보던 박지수의 활약. 

박지수는 전반에 막혔던 공격을 4쿼터 들어와서는 좋은 위치에서 최소의 드리블로 정확하게 마무리 하면서, 역시 영리한 선수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했다. 이전에는 등을 진 상태에서 공격을 시도하던 박지수가 볼을 잡고 안쪽으로 도는 피봇 스텝의 변화를 준 것 만으로도 이 부분이 잘 나타난다.

그 외 박혜진, 강이슬, 김단비 등 선수들의 집중력이 만들어 낸 3점 성공 등으로 2차 예선 진출이 가능한 점수 차를 만들어 냈다. 

‘졌지만 잘 싸웠다’ 는 정말 우리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칭찬이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의 계속된 선전을 응원한다.
 

사진 = 대한민국 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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