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7년 차 치어리더

어려서부터 일을 시작한 그녀는 어느새 7년 차 치어리더다. 이제는 눈 감고도 안무를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이지만, 그녀는 아직도 치어리더가 되고 처음 무대에 섰을 때 그 떨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실수를 너~무 많이 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네비게이션>이라는 노래였어요. 농구는 쿼터 별로 자리를 이동하거든요? 제가 그때 오른쪽 맨끝에 있었는데, 헷갈려서 혼자 다른 방향을 보고 춤을 췄어요. 그때 그 사고 때문에 저희 팀 리허설 장소가 바뀌었어요. 원래는 연습실에서 맞췄는데, 저 때문에 일찍 경기장에 출근해 다 거기서 맞추게 됐죠. 나이가 어려서 많이 혼내시진 않았는데,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어린 나이에 시작한 일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보니, 적응이 좀 어려웠어요. 물론 제가 하고 싶어서 했지만, 한창 놀고 싶을 나이인데 매일 연습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 팀 언니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었죠. 팀장 언니와 그땐 아마 아홉 살, 열 살 이렇게 차이가 났거든요. 힘들 때 터놓을 수 있는 동갑내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편했을 텐데 그 부분은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응원 단상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7년이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치어리더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아요. 사람들 앞에서 단순히 춤만 추는 게 아니라, 경기를 통해 함께 웃고, 울고 감정을 공유하게 되거든요. 경기장에 찾아온 몇백, 몇천 명의 사람들과 그렇게 웃고 우는 것이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죠.”

 

총 좀 쏘는 가리 누나

풋풋한 고등학생으로 시작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치어리더가 된 송윤화. 덕분에 경기장 안팎에서 그를 알아보는 팬들도 제법 많다. 송윤화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던 중, 한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목격담을 발견하기도 했다.

‘남포에서 약속 시간이 남아 PC방에 들어갔는데, 어떤 길쭉한 여자가 시간 충전을 하는데, 보니 송윤화 치어리더네요. 롯데 치어리더라 그런지 롯데 PC에 왔는지 ㅋㅋ. 크긴 진짜 크네요.’

수많은 여신이 <월간여신>을 거쳐 갔지만, PC방에 출몰한 여신은 송윤화가 처음이다. 다음은 송윤화가 전한 이에 대한 해명.

“이런 것은 또 어떻게 찾으셔서… 사실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총 게임. 학교 다닐 때도 서*든어택을 하느라 친구들이랑 PC에 엄청 갔어요. 요새는 배*그라운드에 푹 빠져 있어요. 잘하지는 못하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쉬는 시간에 하고 싶어서 회사 컴퓨터에도 깔았다가 실장님한테 혼나기도 했어요(웃음).”

 

인터뷰 중 가장 텐션이 오른 모습.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가장 신난다. 본인은 못한다고 하지만, 역시 FPS 게임에 일가견이 있는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FPS 게임을 안 하는 여자는 있어도, FPS 게임을 하는 여자 중에 못하는 여자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게임 외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함께 사는 고양이라고.

“자취를 하고 있는데, 고양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고양이만 보고 있을 때도 많아요. 뱅갈 고양이고, 이름은 ‘가리’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어서 뜻은 없어요!”

이름을 아무 생각 없이 지었다는 말을 저렇게 해맑게 하다니, 가리가 기사를 읽으면 서운할 테니 혹시 가리를 만나는 독자들은 근처에 잡지를 두는 일이 없도록 하자. 

고양이 외에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건강을 챙기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그녀.

“어렸을 땐 회복력이 빨랐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들면 달달달(?) 떨려요. 오메가3 같은 건강식품은 필수고, 물도 몸에 좋다고 해서 하루 1리터씩 마시고 있어요. 춤을 추다가 근육통이 오면 바로 병원에 달려가 제때 치료를 받기도 하고요. 제 몸은 제가 챙겨야죠.”

 

몸을 재산으로 하는 선수들과 치어리더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달달달’ 같은 전문 용어를 인터뷰이의 입에서 듣기는 처음이다. 치어리더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단 번에 알 수 있는 단어. 그럼에도 그녀는 어렸을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도 이 일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어린 나이에 치어리더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면접 오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춤을 잘 못 추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가 떨지 않고 할 수 있을까?’하고 겁내시더라고요. 제가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어요. 치어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춤이나 외모보다도 자신감이에요. 자신감을 갖고 우선 도전하면, 나머지 부분은 금방 따라오게 되거든요. 안 되는 것에 대해 미리 겁먹지 말고! 우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시길 바라요. 팬 여러분에게도 앞으로 저 송윤화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치어리더들에게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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