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2017년 여름 방영된 <JTBC2>의 어느 예능 프로그램. 무더운 여름을 날리기 위해 치어리더들이 한 데 모였다. ‘금발미녀 서현숙’, ‘슈퍼스타 강윤이’, ‘완전체 여신 류세미’, ‘승리 요정 김한나’, ‘자체발광 김진아’, ‘에너자이저 윤요안나’… 줄줄이 지나가는 그녀들의 이름을 살펴보니 가만 보자, 모두 <월간여신>을 거쳐 간 미모의 재원들 아닌가? 그런데 잠시 뒤, 이들의 뒤를 이어 낯선 이름이 스쳐 지나간다. ‘반전 매력 송윤화’. <JTBC2>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치어리더 7인 중 유일하게 <월간여신>에 출연하지 않았던 그녀, 이제 <월간여신>의 검증을 받을 시간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부산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019년 가장 더웠던 어느 여름날, 홍대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부산에서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는 그녀는 문을 열고 수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보다 더 정확한 텍스트로 옮기자면 “안↓녕↑하↓세요↑”에 가깝겠다. 첫 인사부터 느낌이 강렬하다. 마치 사투리를 서울에 전파하기 위해 다섯 시간을 달려온 경상도의 무형 문화재 같은 느낌이랄까? 초면부터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사뭇 진지한 그녀의 표정에 웃음은 잠시 넣어 두고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뷰. 그녀는 역시 부산에서 태어나 김해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도 부산에서 나온 경상도 토박이였다. 

“부산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회사랑 계약하고 치어리더가 됐어요. 고향을 사랑하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렇게 촬영이나 일로 가끔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요.”

역시 애향심이 강한 토착민이다. 그녀의 경상도 사랑만큼 또 한 가지 독특한 이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치어리더 세계에 입문했다는 것.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려고 남포동 거리를 지나고 있었어요. 그때 한 언니가 멀리서 오더니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주시는 거예요. 지금은 이제 일을 그만둔 언니인데, 언니가 명함과 함께 혹시 ‘치어리더를 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무대와 춤을 좋아했던 고등학생 송윤화는 제안에 솔깃했지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사실 처음에는 사기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친구랑 다음 날 명함에 적혀 있는 주소를 몰래 찾아가 봤죠.”

 

아찔한 습격

혼자 가기는 무서워 친구의 손을 잡고 도착한 곳에는 번듯한 사무실에 연습실까지 있었단다. 송윤화는 단숨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좀 했어요. 반에서 1등도 해보고, 반장도 했고요. 부모님께서는 착실히 공부해서 대학 가기를 원했는데, 갑자기 치어리더를 한다고 하니까 반대가 심했죠. 이런 일도 있었어요. 치어리더를 시작할 때가 한창 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때 학원 선생님한테 ‘저 정말 이게 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몰래 땡땡이를 치고 연습실에 가곤 했어요. 근데 하루는 엄마가 학원에 전화해서 ‘윤화 잘하고 있죠?’라고 물어본 거예요. 선생님은 당연히 ‘네.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런데 엄마의 감이라고 할까… 전화를 끊고 엄마가 학원에 와서 직접 교실 창문으로 저를 보러 오신 거예요. 제가 거기 있을 리가 있겠어요?(웃음) 난리가 났죠.”

송윤화가 치어리더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도, 송윤화의 어머니는 딸의 직업을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자신의 일을 인정받고 싶었던 송윤화는 어머니께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경기장의 응원석 티켓을 예매해 드렸다고.

“제가 집에서는 잘 웃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경기장에서 일을 할 땐 계속 웃고 있잖아요? 엄마가 그걸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이제 인정을 해주셨어요.”

송윤화의 첫 팀은 부산 kt 소닉붐이었다. 이후 야구, 배구, 축구 여러 곳을 누볐지만 송윤화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농구장이라고.

“사실 치어리더는 스포츠가 좋아서가 아니라 춤을 좋아해서 시작했어요. 시작할 때 스포츠는 전혀 몰랐죠. 일을 하면서 룰도 알게 되고, 여러 군데를 다녀봤는데 저는 아직도 농구가 제일 좋아요. 실내에서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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