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가 올림픽 예선으로 인한 1차 휴식기에 들어갔다. KB의 독주가 예상됐던 시즌이었지만, 적어도 1라운드는 절대강자가 없는 흐름이 이어졌다. 

개막전에서 삼성생명에게 패했던 우리은행은 KB를 20점차 이상으로 대파하며 선두에 올랐다. 1경기를 덜 치른 KB는 우리은행에게 패했지만 개막 3연승을 거뒀고, 우리은행을 이겼던 삼성생명은 KB와 하나은행에게 경기를 내줬다.

초반부터 강팀의 구도가 두드러졌던 예년과 다른 모습으로 시즌의 문을 연 WKBL 각 팀의 모습을 정리해봤다.

부산 BNK 썸 5패
기존의 3강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했는데, 1라운드를 전패로 마쳤다. 선수들 개개인의 성장은 분명 있었는데, 팀으로의 성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 진안과 이소희의 부상 여파가 상당하다.

BNK는 비시즌 내내 베스트 멤버를 구성해서 빠른 농구를 표방하며 시즌을 준비했고, 안혜지-구슬-이소희-진안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데 시즌 첫 경기를 아쉽게 놓쳤고, 이 경기에서 이소희와 진안이 부상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기본적으로 유영주 감독이 강조했던 ‘달리는 농구’를 맞춰줄 핵심 자원이 둘이나 이탈했다. 비시즌 내내 준비한 핵심적인 모형이 무너졌다. 상대 수비를 흔들어 줄 수 있는 선수가 없으니 공격이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다미리스 단타스에게 볼이 들어가면 다른 선수들은 밖에서 발만 맞추고 서있는 경우가 많다.

단타스마저 뛸 수 없는 2쿼터에는 포스트 역할을 해줄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진안의 자리를 김소담과 김선희가 대신하고 있지만, 안쪽에서 싸워주는 역할이 되지 않는다. 인사이드에 들어가는 선수가 없다.

BNK는 5경기에서 3점슛을 무려 134개나 던졌다. 경기당 26.8개다. WKBL 역대 최다 수치다. 팀 당 5경기만 치렀던 1999겨울리그 당시의 현대 하이페리온(26.6개)보다도 많이 던졌다. 

그런데 볼이 밖으로만 돈다.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지 않으니, 효과적인 외곽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BNK의 3점슛 성공률은 20.9%다.

창단 첫 승을 거두지 못하고 휴식기를 맞이한 만큼 분위기는 무겁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를 계속 치르는 것 보다는 재정비를 하는 것이 다행이다. 다만, 팀의 핵심인 단타스가 브라질 국가대표로 올림픽 예선을 치러야 해서 이 시기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2승 3패
시즌을 앞두고 프리뷰를 할 당시, 올 시즌 최약체로 신한은행을 꼽았었다. 그런데 개막 직전 연습 경기에서 김수연의 플레이를 보고 내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시즌이 개막하니 한채진 또한 생각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상 문제가 발생하며 시즌 출발이 어려웠던 신한은행은 정상일 감독의 평가대로 초반을 잘 넘긴 것 같다. 한채진과 김수연이 베테랑답게 중심을 잡으면서 헌신적인 경기를 펼쳤다. 두 선수 모두 전성기 시절의 퍼포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 같다.

첫 경기였던 KB전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실망스러웠지만, 김단비가 합류하며 베테랑들과 시너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BNK의 가장 큰 차이가 베테랑의 유무, 그리고 확실한 에이스 김단비의 존재감이었다. 김단비가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한채진의 움직임도 더욱 위력적이 됐고, 상대의 핼프 수비를 무너뜨리면서 파생되는 공격기회도 만들었다.

주력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만큼 체력이나 운동량에서는 다른 팀을 앞서기 힘들지만,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인 만큼 정상일 감독의 다양한 수비 전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느낌이다.

다만 1라운드 때는 김연희의 활용도가 낮았는데, 휴식기 동안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엘라나 스미스는 비키바흐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다. 스미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사이드에서 확실한 5번의 플레이를 가져가는 국내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연희의 쓰임새가 필요한 이유다.

부천 KEB하나은행 2승 2패
개인적으로 1라운드에 가장 눈에 띄었던 팀은 하나은행이었다. 공격적이고 빠른 농구를 펼치면서, 매 경기 ‘하이라이트 필름’같은 장면을 만들어줬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신나서 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6개 구단 중 팀 속공 1위다. 경기당 6개로 다른 팀의 두 배 이상이다. 속공상황이다 싶으면 외국인 선수까지 모두가 앞 뒤 안 가리고 달려 나간다. 때로는 세트 오펜스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상황인데도 속공으로 가져간다. 

체력적인 소모가 많을 수 있지만, 이번 시즌은 올스타전 브레이크까지 휴식기가 3번이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선수 중에서는 고아라의 변화가 가장 돋보인다. 고아라는 달리는 농구에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선수다. 팀 전체가 함께 뛰어주면서 고아라가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예전처럼 레이업이나 3점슛에서의 당황스러운 실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클러치 상황에서도 적중률이 높아졌다. 고아라에게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안정감’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꺼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상으로 결장이 있었지만 강이슬도 확실히 한 단계 더 도약했다. 3점슛에만 의존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키면서 장점을 더 부각시켰다. 마이샤 하인즈 알렌도 팀 적응도가 높아지면서 하나은행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어가는 것 같다.

휴식기 동안에는 수비에 대한 부분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나은행은 득점도 많지만 실점도 많다. 공격적이고 빠른 농구를 펼쳐 보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높이의 약점도 확실하기 때문에 수비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이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일 것 같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3승 2패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과 반대로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삼성생명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가 아니라 드리블 위주의 플레이가 유독 많았다. 박하나, 윤예빈, 이주연 등 가드 라인의 부상이 이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김한별이 혼자 치고 들어가는 형태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외곽 공격도 많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경기당 15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단조로운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국인 선수 리네타 카이저는 우려를 씻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삼성생명이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카이저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복이 있었던 배혜윤은 올 시즌 강화된 룰에 적응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배혜윤은 주로 로우포스트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데, 이 과정에서 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시즌에는 오펜스 파울 규정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극복해야 한다.

어쨌든 삼성생명은 앞선 자원에 복귀할 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돌아와서 외곽 공격 빈도가 늘어나면, 코트를 넓게 쓸 수 있는 만큼 배혜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질 것이다. 카이저도 골밑에만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호흡을 맞추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청주 KB스타즈 3승 1패
확실한 ‘1강’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안덕수 감독과 선수들이 말했던 것처럼, KB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경기력이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개막과 동시에 3연승을 했는데, 솔직히 상대가 아무것도 못하고 무너진 경기들이었다. 그 역시도 챔피언이 갖는 위압감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KB는 보여준 모습이 위력적이라기보다는 정돈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정도의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국내 선수들이 크게 돋보이지 않은 가운데 카일라 쏜튼이 승리를 이끌었고, 우리은행 전에서는 쏜튼이 막히자 답을 찾지 못했다. 

기존 주전들 중에서는 염윤아가 특히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이었다. 

오픈 찬스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고, 자신이 지난 시즌에 손쉽게 득점으로 연결했던 플레이에서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수비에서 상대 에이스를 여전히 막고는 있지만 길목을 막기보다는 따라다니고 있는 느낌이다.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팀의 야투율도 문제다. 

특히 3점슛은 경기당 22.8개를 던져서 18.7%라는 저조한 성공률을 보였다. KB는 꾸준히 3점슛 시도와 성공률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팀이다. 주력 선수들의 시즌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는 게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의 부상과 대표팀 소집, 그리고 WNBA 일정 소화 등으로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짧았던 만큼 휴식기 동안 보완할 부분이 많지만, 주력 선수 4명이 국가대표에 차출되어 당장의 경기력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결국 경기를 거듭하면서 KB는 기존의 강한 모습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 그리고 그때까지 KB가 어떤 성적을 유지할 지가 관건이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 4승 1패
삼성생명에게 첫 경기를 내줬던 우리은행은 이후 4연승을 달리며 1라운드를 1위로 마쳤다. 연승 과정에서 3팀을 모두 20점차 이상으로 격파했고, ‘우승 후보 0순위’인 KB마저도 24점차로 대파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은행이 궤도에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첫 경기에서 르샨다 그레이가 카이저에게 막히자, 선수들의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탄력을 잃었다. 박혜진이 14점 9어시스트, 김정은이 18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강이슬이 없는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도 전반은 고전했다. 

에이스가 빠진 상황에서 전반에 전체적인 오버페이스가 심했던 하나은행은 외국인 선수 마이샤가 팀 합류가 가장 늦으면서 팀에 적응하지 못한 약점을 확실히 드러내며 후반에 무너졌다. BNK 역시 주력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컸다.

우리은행도 최은실의 부상 여파가 있지만, 기존 전력면에서 우리은행이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는 상대들이었고, 부상으로 인한 손실 역시 우리은행이 이들보다 훨씬 가벼웠다. 

KB와의 경기에서는 초반에 16-1로 앞서나가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의지에서 KB를 압도했다. 발놀림도 달랐다. 초반부터 선수들의 뛰는 양이 KB와는 확연히 달랐다. 반면 KB는 우리은행에게 큰 점수차의 리드를 당하면서도 너무나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수비에서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박지수에게 적극적인 도움 수비를 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쏜튼을 묶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염윤아(혹은 김민정)을 버렸지만, KB는 여기에서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공격에서 김정은이 놀라운 폭발력을 보여줬다. 김정은은 공수에서 맞붙은 외국인 선수 쏜튼에게 완승을 거뒀다. 박혜진과 그레이의 2대2도 꾸준히 성과를 거뒀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KB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경기에 나섰고, KB는 작년과 똑같은 모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3연승을 거둔 우리은행은 1라운드 마지막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는 결과와 별개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을 보여줬다.

일단 우리은행은 최은실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김소니아가 잘 해주고 있지만 최은실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삼성생명은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측면 외곽 오픈 찬스의 김소니아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김소니아는 탑이나 45도 위치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측면에서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최은실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박혜진과 김정은이 대표팀에 나가 있는 만큼, 1라운드에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박지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그레이와 2대2 플레이를 많이 맞춰볼 것 같은데, 이와 별개로 수비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잃어버린 듯한 자신의 공격리듬을 빨리 회복했으면 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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