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피어스는 "요즘 애들은 우리 때보다 경쟁심이 떨어진다"며 꼰대 대열에 합류했다 = ⓒ 워싱턴 위저즈 공식 페이스북

[루키] 이승기 기자 = 1)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꼰대'의 사전적 정의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꼰대'라는 말은 조금 더 의미를 갖는다. '나이를 앞세워 훈계하는 사람' 혹은 '대화가 안 통하는 뒷방 늙은이' 정도의 사회적 맥락으로 통용된다.

이들의 날숨에는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만", "나 왕년에는" 등의 접두어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꼰대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 곳곳에 서식해왔다.

농구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꼰대어가 나오곤 한다.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재미난 꼰대 발언을 모아 정리해 보았다.


피어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워싱턴 위저즈의 폴 피어스가 꼰대 대열에 합류했다. 피어스는 28일(한국시간) 『로스엔젤레스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형제와도 같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상이 나를 슬프게 한다"며 입을 열었다. 브라이언트는 최근 오른쪽 어깨 회전근 파열로 인해 시즌-아웃 됐다.

피어스는 코비와의 '트래쉬 토크(Trash Talk,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내뱉는 험한 말을 일컫는다)'를 즐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코비와의 트래쉬 토크는) 재밌었다. 나와 코비는 우리 세대의 마지막 두 명이다. 코트 위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곤 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꼰대 언어는 여기서 나온다. 피어스는 "코비랑 얘기한 게 있다. 요즘 리그에는 트래쉬 토커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세대는 다 지나갔다. 요즘 애들은 다 '친구'다. 우리 때보다 경쟁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전한 뒤, "이게 다 컴퓨터 때문이다. 요즘 애들은 농구하러 가는 대신 NBA 2K 게임을 한다"고 덧붙였다.

자, '우리 세대는', '요즘 애들은', '우리 때보다' 등 종합꼰대세트가 다 나왔다. "요즘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트래쉬 토킹을 하는 대신 다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과 "우리 때보다 경쟁심이 떨어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왜 굳이 연관 지어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코트 위에서 웃으며 사이 좋게 지낸다고 해서 승부욕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인과성이 약하다.

지구 최고의 선수 르브론 제임스는 리그 내의 모든 선수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올스타 인기투표 1위 스테픈 커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3점슛 비수를 꽂는다. 온화한 성격의 팀 던컨은 무표정으로 18년째 팀을 우승후보로 이끌고 있다. 미소천사 카멜로 앤써니는 위닝샷의 달인이다.


불스 왕조 멤버들, "요즘 시대는"

불스 왕조 멤버들, "요즘 시대는"

코비가 81점을 넣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조던과 코비를 비교했다. 당시 스카티 피펜의 발언이 화제였다. 조던의 단짝이었던 피펜은 "요즘 리그는 우리 시대의 수비에 비해 소프트하다"며 코비와 조던의 비교를 일축한 바 있다.

피펜의 이야기는 꼰대 발언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부분도 있다. 피펜이 지적한 것이 '핸드체킹 룰의 강화'이기 때문이다. 핸드체킹 룰의 강화 때문에 반칙과 자유투를 얻어내기 더 쉬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카고 불스 첫 번째 3연패의 주역, 호레이스 그랜트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랜트는 사람들이 마이애미 히트의 3연패 가능성에 대해 논하며 불스 왕조와 비교하자 불 같이 성을 냈다. "불스 왕조와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라며 펄쩍 뛰었다.

이어 "조던이 요즘과 같은 규정 아래서 뛰었다면 훨씬 더 잘했을 것"이라며 "내가 한 쪽으로 치우친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다. 조던이 핸드체킹 룰이 강화된 요즘 시대에 뛰고 있다면 평균 40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평균 40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불스 왕조 두 번째 3연패의 주축이었던 데니스 로드맨은 한술 더 떴다. "나와 조던이 뛰던 시절에는 선수들의 몸싸움이 훨씬 심했다. 상대를 때려 눕히던 과거에 비해 요즘 선수들은 그저 반칙하고 불평만 내뱉을 뿐"이라며 '요즘 애들'을 싸잡아 질타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전형적인 꼰대 말투다. 뿐만 아니라 르브론을 향해 강력한 디스를 하기도 했다. "단언컨대 조던이 훨씬 카리스마 넘친다. 르브론은 조던만한 아우라가 없다. 만약 1980, 90년대에 뛰었다면 평범한 선수였을 것이다. 르브론은 시대를 잘 만났다"며 망발(?)을 했다.

한편, 하킴 올라주원 역시 "조던이 르브론보다 더 터프한 리그에서 뛰었다"며 과거 옹호(?)에 가담한 적이 있다. 또, 시카고 왕조 선수들은 유독 비교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자신들의 업적에 대해 자긍심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재학 감독 : (컬쳐쇼크) 90개요??? 제일 잘 넣는 선수가 80개(조성민, 김성철)고 나머지는 60~70개인데요...

신동파 "나 왕년에는"

신동파.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아시아 전역이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신동파는 한국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축구로 치면 차범근 정도의 위상이다. 그런 그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요즘 애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요즘 농구를 보면 60점대 득점이 나오거나 오픈 찬스에서도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프로답게 보이려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요새는 슛이 안 들어가도 선수들 연봉이 몇 억이다"

신동파 : (무심하게) 100개 던져서 90개 넣는 선수들이 얼마나 있나?

유재학 감독 : (컬쳐쇼크) 90개요??? 제일 잘 넣는 선수가 80개(조성민, 김성철)고 나머지는 60~70개인데요...

신동파는 선수들이 오픈 찬스에서 슛을 놓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원래 천재는 범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법. "연습 때 100를 던지면 90개는 기본이었다. 99개까지 넣은 게 기록이다. 연속으로 87개를 성공시킨 적도 있다"고 하시는 분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한국농구 슈터의 계보를 잇는 이충희와 문경은은 요즘 선수들의 정신력과 훈련 자세를 지적한다. 이충희는 "지금 선수들 훈련량은 과거에 비해 3분의 2도 안 된다"고 말했고, 문경은은 "요즘 선수들은 훈련 좀 하려고 하면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정신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설의 슈터' 3인방의 발언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냥 꼰대 발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레전드 선배들이 현 리그의 선수들에게 가하는 일침이니 잘 새겨듣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김영기 총재 "옛날에는"

KBL의 김영기 총재는 과거의 영광에 갇혀 산다. "평균 득점이 곧 팬들의 만족도"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규정설명회에서 "지난 시즌 평균 득점은 73.4점이었다. 그렇다면 만족도 역시 73.4%"라고 말했다.

또, "프로 첫 시즌 평균 득점이 95.5점이었다. 첫 네 시즌동안 90점대가 넘었다. 이 때 외국인선수가 2명이 뛰었다. 한 명은 단신, 다른 한 명은 장신이었다. 이후 외국인선수 제도가 바뀌었고 득점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은 평균 73.4점이었다. 그렇다면 만족도가 73.4%라는 얘기다. (첫 시즌에 비해) 무려 23점이나 떨어졌다.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양팀이 100점대를 올리는 경기가 자주 나왔다. 그런데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는 50점대 경기가 나왔다. 점점 줄고 있다. 우리 농구계에서는 백분률로 볼 때 50%의 만족도 밖에 주지 못하는 현상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영기 총재는 KBL 출범 당시 총재로서 큰 역할을 했다. 프로농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다시 총재가 되자 '백 투 더 과거'로 회귀시키려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농구계의 흐름은 분명 변했다. 1990년대와 달리 현재의 리그는 수비 지향적인 농구를 하고 있다. 지역방어의 발달, 수비전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고득점, 고야투율을 기록하기 어려워졌다. 단순히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동시에 뛰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 2인 동시출전 제도는 국내선수들의 입지만 좁아지게 만들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다각도에서 제도적 단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영기 총재처럼 예전과 동일한 관점에서 단순히 접근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이다.


건설적인 꼰대가 더 많아지길

보통의 경우, 꼰대들에게는 소통과 협상의 여지가 없다. 단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본 논조는 이렇다.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다행히 농구계의 꼰대들은 그 지경(?)으로 심각하지는 않다. 오히려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툭 던져주는 편이다. 그들의 발언을 보면 과거와 현 리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어 흥미롭지 않은가. 앞으로도 많은 꼰대들의 건설적인 발언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농구계의 꼰대 발언에 대해서 한 번씩 되새김질 해보길 바란다. 물론, 요즘에는 글은 안 읽고 악플부터 다는 독자들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인터넷 처음 개통할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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