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예상치 못한 전창진 감독으로부터의 연락

이렇게 휴식을 취하면서 복귀를 위한 꾸준한 준비를 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KCC의 전창진 감독이었다. 불법도박혐의가 벗겨지면서 정식으로 KCC의 신임 사령탑에 오른 전 감독은 자신을 보좌할 수석코치로 강양택 코치를 선임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고. 6월말 정도에 전창진 감독님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KCC가 현재 이런 상황인데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하시더라. 사실 깜짝 놀라면서도 너무 고마웠다. 지금 이 지면을 빌려서 다시금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전 감독님과 KCC 구단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와 전창진 감독의 인연은 의외로 깊다. 일단 둘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프로 초창기 강양택 코치가 선수단 고참일 때 전창진 감독이 코치를 지낸 바 있다.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던 때도 코치로 선임해 이미 감독-코치로서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두 사람의 나이 차가 4년 차이.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인연은 다른 데 있었다.

“아마 실업 시절인 것 같은데 내가 故 김현준 선배의 흔히 말하면 방졸이었다. 그리고 이건 기사로도 나온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시 김현준 선배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항상 소주를 마셔야 잠을 잘 수 있던 분이었다. 그때 스태프 중 한 명이던 전 감독님께서 조용히 소주 한 병을 우리 방에 넣어주곤 했는데 김현준 선배는 딱 반 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때 옆에서 안주를 만들고 준비하던 게 나였다. 전 감독님은 그때도 술을 못 드셨는데 어쨌든 이렇게 다시금 한 팀에서 감독으로 모시게 된 지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현재 KCC는 새로운 팀으로 변신하는 과정 중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하승진과 전태풍 등 고참급 선수들이 은퇴 및 이적으로 팀을 떠났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최현민, 정창영 등이 대거 가세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절반 정도의 선수들이 바뀌면서 사실상 새로운 선수 구성이 됐다. 

“내가 팀에 부임한 게 6월말이고 선수단은 5월 15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잘 아시겠지만 지금 선수 구성에 변화가 많고 우리 팀 자체가 새롭게 리빌딩을 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좋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부딪치면서 어울리는 것이다.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지금은 거의 한 팀이 된 것 같다. 코치로서 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빨리 끌어올려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만드는 게 숙제인 것 같다.” 

이런 것을 위해 그는 특히 어린 선수들과의 소통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과거에는 선수가 감독이나 코치가 시키는 것을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왜 이 훈련을 해야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이것이 하나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요즘 선수들에게는 훈련을 지도하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전 같으면 코칭스태프가 말하면 틀리든 맞든 일단 네네 했는데 지금은 수긍을 하되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럴 때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뭐가 좋은지를 설명해줘야 훈련이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충 하면 안 된다. 지금 선수들한테는 오히려 이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야 서로 이해가 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옛날 선수와 지금 선수들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년 반 동안의 간절함을 선수들에게 쏟겠다

전 감독은 그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하나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 발전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 하나는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을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체력은 담당 트레이너가 있으니 내가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대신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개인 기술 향상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또 코치로서 새로운 팀에 왔으니 선수들과 소통도 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지내라고 하셨다. 이런 것들을 잘 이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농구가 코트 위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는 무빙 오펜스다. 그리고 감독님이 하시려는 농구가 전체 5단계라면 지금은 1단계를 하는 중이다. 이 전술은 코트 위의 선수들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생각 없이 움직이면 절대 찬스가 날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던 농구라 선수들이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단계를 넘어 2,3단계로 가고 적응이 되면 오히려 경기 때 수월하게 하지 않을까 본다. 요즘 각 팀의 수비가 강한 데다 패턴이라는 것도 한번 읽혀서 차단당하면 다음이 없지 않나? 하지만 무빙 오펜스를 잘 익히면 이런 점은 해소될 것이다. 또 속공에 의한 빠른 공격도 추구하는데 현재 그와 관련된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나도 거기에 적응 중이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현장에 복귀한 후 맞는 첫 시즌에 대한 목표를 물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하던 그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2년 이상을 쉬면서 뭔가 간절한 게 있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과 구단에서 기회를 줘 다시 복귀하게 됐는데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나부터 최선을 다해서 선수들에게 내 모든 것을 쏟는 코치가 되려고 한다. 내가 알고 있고 가진 것들을 모두 선수들에게 전수해주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그래서 우리 KCC 구단이 팀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기쁨도 주고 행복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고 싶다.”

2019-2020시즌이 개막 후 KCC는 이정현, 송교창, 김국찬 등 국내선수들의 활약으로 첫 경기에서 우승후보 SK를 꺾는 등 이변을 일으키며 초반 홈 경기 3연승과 더불어 상승세를 탔다. 10월 21일 현재 4승 3패로 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소한 하위권 후보라는 시즌 전 예상은 보기좋게 깬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농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전창진 감독과 더불어 코치 경력으로는 국내 통틀어 최다인 베테랑 강양택 코치가 만들어낼 KCC의 남은 시즌이 더욱 더 기대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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