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지난 여름에 이어 올 여름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WKBL이 주관하는 비시즌 행사인 3X3 트리플 잼에서 김지영과 김민경을 앞세워 두 차례 우승을 거뒀고, 지난 8월 속초에서 열린 박신자컵도 제패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이런 모습은 팬들에게 낯선 광경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매년 비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가 막상 정규리그가 시작하면 고꾸라진 탓에 '비시즌 강자'라는 듣기 좋을 리 없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과연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이훈재 감독은 ‘비시즌 강자’라는 꼬리표를 ‘비시즌도 강자’라는 타이틀로 바꿔낼 수 있을까?

■ 2018-19 REVIEW 

원투 펀치는 나쁘지 않았다. 

골밑에서 활약한 샤이엔 파커의 평균 득점은 19.3점으로 KB스타즈 카일라 쏜튼(20.7득점)이나 OK저축은행 다미리스 단타스(19.3점)보다 높진 않았지만, 30경기 이상을 뛴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50% 야투율(51.8%)을 자랑했다. 한 시즌 전 경기 두 자리 수 득점도 기록했다. 블록슛 또한 경기당 1.2개로 수비에서도 좋았다. 

외곽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은 13.9득점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 득점 3위에 올랐다. 부상에서 돌아온 신지현 역시 가드 자리 고민을 말끔히 지웠다. 

그러나 국내 선수 높이의 약점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170cm대 포워드 백지은, 김단비, 이수연이 번갈아가며 분전했으나, 물리적인 높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12승 23패. 하나은행은 끝내 한계를 넘지 못하고 2년 연속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 2019-20 POINT 

① 대변화
선수단 변화는 크지 않다. 김이슬(FA)과 서수빈(임의탈퇴)이 팀을 떠났고, 장유영은 은퇴 후 팀의 매니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새로운 영입은 김이슬의 보상 선수로 강계리가 새로 유니폼을 입은 정도다. 

그러나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코치진의 변화다. 이환우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그 바통을 이훈재 감독이 잡았다. 

이훈재 감독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군체육부대 상무에서 15년간 군인 선수들을 이끌었으나, 여자농구팀 나아가 프로팀 감독은 처음이다.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3월부터 팀을 이끌어 어느덧 개막을 앞둔 현재, 선수단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② 외국인선수 마이샤 하인즈 알렌
하나은행은 이번 여름 WKBL 6개 구단 중 가장 전력 누수 없이 팀 훈련을 치른 팀 중 하나다. 강이슬과 신지현이 FIBA 아시아컵에 차출되며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무엇보다 국내 선수들의 부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 선수다. 지난 6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하나은행이 3순위로 지명한 하인즈 알렌은 개막 하루 전인 10월 18일에 입국했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소속팀인 워싱턴 미스틱스가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에서의 일정이 밀린 탓이다. 하마트면 개막일을 넘겨 팀에 합류할 뻔 했다.

차라리 워싱턴에서 경기를 뛰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아닌 벤치에 앉아 있어 하나은행의 속은 더욱더 타들어 갔다. 

그래도 하나은행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능력은 해마다 나쁘지 않았다. 하나은행 코치진은 하인스 알렌에 대해서도 역시 “확실히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③ 하나은행의 키 플레이어 고아라
비록 끝내 호명되진 않았지만, 고아라 역시 이번 아시아컵 출국 직전까지 최종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선수 중 하나였다. 트랜지션 공격만큼은 리그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178cm 신장으로 2번부터 4번까지 어느 포지션에서나 활약이 가능하다.

이훈재 감독 역시 “(강)이슬이와 (신)지현이는 이제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선수들이다. (고)아라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이제 꽃을 피울 때가 됐다. 또 코트 위 리더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아닌가. 코트에서 리더가 잘하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올라온다. 이번 비시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공격 스킬을 많이 익혔다”면서 고아라를 올시즌 하나은행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강이슬과 고아라, 신지현으로 이어지는 강-아-지 라인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 2019-20 예상
코칭스태프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지만, 선수단의 큰 변화는 없었다. 하인즈 알렌 역시 리그를 씹어 삼킬 정도의 기대치를 가진 선수는 아니다. 즉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의 큰 리바운딩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목표 순위는 3위다. 

단, 올 여름 지난 시즌과 달리 국내 선수 라인업에서 높이를 책임져 줄 이하은(185cm)과 김민경(186cm)을 발굴한 것은 성과다. 이하은과 김민경은 각각 이번 비시즌 박신자컵과 3X3 트리플잼 대회를 통해 준주전급 선수로 급부상했다. 특히 신장 질환으로 인해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이하은은 이번 여름 연습경기에서 신한은행 김연희나 BNK 진안 등 상대 주전급 빅맨과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이하은이 이런 활약을 정규리스에서도 이어간다면, 지난 시즌 하나은행의 가장 골칫거리였던 2쿼터 국내 선수 높이 고민 또한 단번에 해결될 수 있다. 이하은의 리바운드가 늘어날수록, 하나은행의 승수 또한 늘어날 것이다.   

■ Comments
이훈재 감독 : 선발 라인업은 신지현, 고아라, 강이슬, 외국인 선수 그리고 나머지 한 명으로 간다. 앞서 말한 넷은 부상이 없는 한 제 몫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다. 남은 한 명은 지켜보고 있다. 상대 매치업에 따라갈 수도 있고, 남은 시간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차지할 수도 있다.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농구를 지향한다. 센터도 골밑 밖으로 나오고, 2번이나 3번 선수들도 미스매치가 나면 언제든 포스트업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시즌보다 페이스를 끌어 올려 전체적인 팀 득점을 올리려고 한다. 그리고 그 올라가는 득점은 국내선수들의 몫이었으면 좋겠다. 

여자농구 선수들은 세트 오펜스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더라. 그런데 우리 팀에는 속공 때 치고 나갈 수 있는 빠른 선수들이 많다. 속공을 늘려 공격 횟수를 더 많이 가져가고 싶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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