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플레이오프에는 단골손님이었으나,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진출 경험이 없었던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그러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8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3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며 대우증권 시절을 포함해 22년 만에 첫 챔프전 진출이라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승리의 ‘맛’을 알게 된 전자랜드의 시선은 이제 챔프전을 넘어 첫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전자랜드는 그 이상의 경기를 선보일 것이다.

 

■ 2018-19 REVIEW 

머피 할로웨이와 기디 팟츠로 이어지는 외인 원투펀치의 활약은 듬직했고, 박찬희-강상재-차바위-정효근-김낙현으로 이어지는 국내선수 라인업은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았다. 시즌 중반, 할로웨이의 부상 이탈로 잠시 가라앉은 적도 있었지만, 베테랑 찰스 로드를 긴급 수혈하며 결국 정규리그 2위 자리를 사수해 ‘서(서장훈)-태(문태종)-힐(허버트 힐)’ 시대 이후 8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전자랜드의 기세는 대단했다. 4강에서 LG를 상대로 무려 3승으로 스윕승을 거두며 마침내 첫 챔프전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뤄냈다. 챔프전에서 기디 팟츠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그토록 바랐던 우승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전자랜드의 지난 시즌은 분명 ‘감동랜드’였다.

 

■ 2019-20 POINT
① 머피 & 쇼리

이번 여름, 전자랜드의 외국선수 선택은 파격에 가까웠다. 2m 신장 제한이 철폐됐음에도 2m 신장 제한이 있었던 지난 시즌 리그에서 활약했던 머피 할로웨이(198cm)와 섀넌 쇼터 (186cm)를 비교적 일찌감치 낙점했기 때문. 이미 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자원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그 검증이 신장 제한 시절의 그것이라는 점은 어딘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과연 언더사이즈 빅맨인 머피와 쇼리(섀넌 쇼터의 애칭)가 2m가 훌쩍 넘는 바이런 멀린스(KT)이나 버논 맥클린(LG), 크리스 맥컬러(KGC인삼공사) 같은 장대들을 상대로 지난 시즌과 같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② 에이스를 찾아라

지난 시즌, 전자랜드에는 기디 팟츠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다. 단신 외인 팟츠는 경기당 27분 23초라는 길지 않은 출전 시간 속에서 경기당 18.9득점을 올리며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올 시즌 전자랜드에 팟츠는 없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 국내선수 중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강상재로 11.8득점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 중 12위에 그치는 수치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구단의 간판이라 부르기에는 확실히 부족한 임팩트였다. 게다가 팀 내 평균 득점 2위를 기록했던 정효근(10.6점)까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

③ 차바위 레너드
구단은 팟츠와 정효근의 득점 공백을 차바위가 나서서 메워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올여름 FA가 된 차바위에게 보수 총액 4억 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는 방증.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된 차바위는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매번 에이스 역할을 자처하며 맹활약 중이다. 차바위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기록은 6.6점이었다.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은 3.9점으로 그보다 더 낮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출 쇼터와 머피가 모두 이타적인 외국선수라는 점. 쇼터와 머피는 지난 시즌 각각 4.0개와 3.0개의 평균 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17경기 이상을 뛴 외국선수 중 무려 4위와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도약을 위한 무대 장치는 모두 준비됐다. 날아오르는 것은 그의 몫이다.

 

■ 2019-20 예상

선수 이동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타 구단에 비해 변동 폭이 매우 적은 여름을 보낸 전자랜드다. 바꿔 말하면, 전자랜드는 타 구단과 달리 어느 정도 전력의 계산이 서는 팀이다. 이대헌(발바닥 부상)이 개막전에서 뛰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외 추가 이탈 없이 주축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해 준다면 지난 시즌처럼 초반부터 중·상위권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꽤 크다.

팀 컬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35.3%, 2위)과 3점슛 성공 개수(8.9개, 3위)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3점슛이 가능한 빅맨인 강상재와 이대헌은 코트를 넓게 만들어줄 귀중한 자원들이다.

머피는 3점슛은 없지만, 달릴 수 있는 센터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머피와 함께한 12월 22일까지, 26경기에서 경기당 15.3점의 속공 득점을 올리며 이 부문 2위를 기록했다. 반면 머피가 떠난 뒤 치른 28경기에서는 속공 득점이 10.0점으로 확연히 줄어들면서 이 기간 9위에 그쳤다. 현대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스패이싱과 속공. 전자랜드는 이 두 가지 무기를 모두 손에 쥐고 있는 팀이다.

 

■ Comments

유도훈 감독 : 부상에서 돌아온 머피 할로웨이는 연습경기를 통해 체력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과 경기 체력은 다르다.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고, 경기 운영 면에서 맞춰가는 중이다. 섀넌 쇼터는 작전 수행 능력이 있고,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다. 신장이 낮아졌을 때의 수비를 전체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외국선수들이 작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신장과 인사이드 장악력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신장으로만 봐서는 안 되고 더 디테일하게 봐야 한다.

국내 쪽에서는 김상규와 정효근 등 포워드 2명이 나갔다. 때문에 오는 시즌은 포워드보다는 가드들의 공격력이 극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김낙현, 차바위, 정영삼, 전현우 같은 선수들이 얼마나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목표는 6강이다. 지난 시즌에 6강 떨어진 팀들이 다 전력 보강이 되어서 올 시즌은 재밌을 것 같다. DB는 김종규가 왔고, SK는 부상자들이 돌아왔다. 다들 강해졌다. 올해는 또 변수가 있는 것이 1월에 군 입대 선수들이 돌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시즌 중 복귀 선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농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