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전방십자인대 부상과 아킬레스건 부상은 최근 농구 팬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부상이다.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가 이 부상을 당했고 최근에는 드마커스 커즌스가 이킬레스건 부상에 이어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전방십자인대 부상과 아킬레스건 부상이 잦아진 만큼 이 부상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터. 계명대학교 병원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질문 및 정리: 이동환 기자
*답변 및 관련 자료 제공: 김두한 교수

 

● 이동환 기자(이하 이동환)>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두한 교수(이하 김두한)> 안녕하세요. 저는 계명대병원에서 정형외과 임상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김두한이라고 합니다. 정형외과 중에서도 스포츠의학과 관절경 수술을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보스턴 Harvard university의 MGH에 머물면서 MLS(북미 축구 리그) 메디컬 팀도 경험했었고, 이후 건국대학교병원 스포츠센터에서 수련 받으면서 KBL 포함 다양한 국내 선수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었습니다. 올해부터 계명대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였으며, 저 역시 평소에 농구를 정말 많이 하고 경기도 챙겨보는 팬입니다.

 

● 이동환>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최근 드마커스 커즌스의 부상 소식이 화제였습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이었는데요, 정확하게 전방십자인대가 해부학적으로 어떤 부위이고, 이곳을 다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 김두한> 십자인대는 허벅지 뼈와 종아리뼈 사이에서 무릎관절에 안정감을 주는 구조물입니다. 우리 몸의 무릎관절에 대표적인 큰 인대는 4가지가 있는데, 전방십자인대, 후방십자인대, 내측측부인대, 외측측부인대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포츠관련 손상이 많은 인대는 전방십자인대와 내측측부인대인데, 전방십자인대가 후방십자인대에 비해 많은 이유는 후방십자인대보다 치유력이 떨어지고 인대자체의 강도도 낮기 때문입니다. 십자인대의 기능이 소실되면 순간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특정한 동작에서 무릎이 순간적으로 빠지게 되어(탈구) 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전방십자인대의 역할은 무릎의 안정성 중에 특히 종아리뼈가 앞으로 밀려가거나 내회전(안쪽으로 돌아가는)하지 않게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전방십자인대가 다치게 되면 축구나 농구와 같이 순간 가속 및 정지, 방향 전환이 많은 스포츠에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대부분 필요합니다.

 

● 이동환> 전방십자인대 부상도 심각한 정도에 따라 등급(Grade) 같은 것이 존재하나요?

○ 김두한> 부분 파열과 완전 파열로 나뉩니다. 그러나 농구와 같이 격한 운동을 하다가 다치면 대부분 완전 파열로 진단됩니다. 그리고 전방십자인대 부상 정도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이 무릎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관절 연골 및 반달 연골판의 동반 손상입니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이 뒤틀리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무릎 사이에 있는 연골 손상의 정도에 따라서도 결과가 많이 달라집니다. 그러나 오늘은 단순 전방십자인대 손상에 대해서만 설명드리겠습니다.

 

● 이동환> 레이커스 동료인 카일 쿠즈마가 커즌스의 부상에 대해 “정말 불운한 일이다”라며 안타까워하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그 인터뷰를 보다가 궁금해졌습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은 정말 운이 없어서 당하는 부상이라고 봐야 할까요? 예를 들어 무릎에 피로가 많이 쌓이거나 혹은 다리의 다른 부위를 먼저 다치는 것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김두한> 두 가지 다 해당이 될 것 같습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약 70~80%는 비접촉손상, 즉 방향전환이나 점프 후 착지 시 발생하게 되며, 20~30%는 물리적인 충돌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두 예측하고 방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운’도 분명히 작용을 합니다. 

그러나 근육의 피로도도 전방십자인대 부상의 확률을 높이는데 연관이 있습니다. 무릎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구조는 인대이지만, 두 번째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근육이기 때문입니다. 방향전환을 할 때 무릎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전방십자인대에 부하가 걸리기 전, 흔들리는 방향의 반대쪽 근육이 작용하여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무릎이 앞으로 빠지려 할 때 무릎 뒤쪽에 있는 햄스트링 근육이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연구에서도 선수의 피로도가 쌓이게 되면 무릎이 전후, 좌우로 흔들리는 각도가 커지고 횟수도 잦아진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러한 불안정성이 결국 인대에 부담으로 이어져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이동환> 지난해 2월에 커즌스가 당한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이 이번 전방십자인대 부상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두한> 아킬레스건 부상과 전방십자인대 부상과의 관련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뒤쪽에서 발목과 무릎 관절에 큰 영향을 주는 조직인데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방향 전환이나 점프 착지 등 하지의 밸런스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대와 힘줄, 근육과 같은 근골격계 부상을 당하기 쉬운 체질적인 특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유전자 연구 등을 포함하여 현재 다양한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 이동환>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재건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커즌스 같은 전문 운동선수와 일반인은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의 방식이나 매커니즘이 다른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 김두한> 운동선수와 일반인들의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방법에 정해진 “원칙”은 없습니다. 수술이라는 것이 항상 재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운동선수인지 아닌지를 떠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하는 의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재건술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은 이식건의 선택, 고정 방법, 고정 위치 등 조합에 따라 수술 방법이 수십 가지가 있기 때문에 의사의 치료철학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농구선수 중에서도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레벨의 선수가 있듯이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의 실력 역시 농구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 수련환경 등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환자라도 접근하는 방식이나 선호하는 수술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이동환>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이후 일반인의 재활과 전문 운동선수의 재활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리고 이후의 회복 속도도 다를 수 있을까요?

○ 김두한> 재활도 수술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철학에 따라 다르지만, 재활에서는 일반인과 선수들 간의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운동을 생업으로 하고 사는 선수들은 복귀를 위한 준비를 아주 철저히 단계적으로 진행합니다. 클레이 탐슨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클레이 탐슨은 전방십자인대 부상 직후 본인의 SNS를 통해 근황을 알렸는데, 수술을 받지 않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보여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으셨을 겁니다. 전방십자인대를 다치면 보통 무릎에 피가 차면서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무릎을 편하게 움직일 수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다친 직후 응급으로 수술하게 되면 통증 및 출혈이 더 증가하게 되어 재활 운동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보통의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은 통증과 무릎 내 출혈이 어느 정도 흡수가 되어 움직이기 편해질 때 시행하게 됩니다. 그 시기가 다친 후 3주 전후가 됩니다.

이 시기도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근력 소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쉼 없이 하체 근육들에 자극을 주고, 무릎에 안전한 운동을 하면서 수술 전 재활 운동을 시작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 운동선수들은 다친 직후부터 바로 이러한 재활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합니다. 수술 전까지의 재활, 수술 후 2주, 6주, 3개월, 6개월 등 일정한 시기를 정해두고 차별화된 재활 프로그램을 선수에 맞게 개개인별로 구성하여 잘 따라오고 있는지 퍼포먼스를 수시로 체크를 합니다.

일반인들의 재활에서는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요즘 생활체육인들도 적극적으로 복귀를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분들에게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 시키지만, 운동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인대가 손상된 분들에게는 이러한 힘든 재활 프로그램보다는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쉬우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적용 시킵니다.

 

● 이동환> 대학 시절에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뉴욕 닉스)가 수술 후에 오히려 점프력이 더 좋아졌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전방십자인대 수술도 야구의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처럼 수술 후 인대가 더 강해지고 이것이 운동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술인지 궁금합니다.

○ 김두한> 점프력이 좋아지거나 운동능력이 좋아질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때문에 가능하다고 연결지어 설명하긴 힘듭니다. 다만 재활 과정을 생각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부상당하기 전 선수들은 기능적인 훈련(functional performance training) 보다는 농구에 대한 스킬이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실전 연습에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하고 나면 평소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했던 기능적인 훈련인 근력 및 밸런스 운동을 초기 3-4개월 간 집중적으로 하게 되고, 복귀 이후에도 재부상을 방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능적 훈련에 투자하게 됩니다. 이런 개인의 운동프로그램 변화가 점프력과 운동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이동환> 보통 농구 팬들은 전방십자인대를 다치면 1년을 날리는 부상으로 인지합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복귀 소요 기간을 짧게는 8개월에서 10개월 정도까지 줄여서 이야기하더라고요. 실제로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탐슨도 6월에 부상을 당했는데 내년 2월 복귀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은 수술 후 완전한 회복까지 일반적으로 얼마나 걸린다고 봐야 할까요?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정말 8-10개월 사이에 복귀가 가능한 부상인가요?

○ 김두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복귀’는’ 가능합니다. 보통 순조로운 재활을 거치면 수술 후 3개월 전후에 개인 훈련을 시작하고, 5-6개월 사이에 팀 훈련에 부분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10개월 전후에 실전 경기에 복귀하는 것이 물리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저는 운동으로의 복귀가 완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근력이나 속도 등 수치화하여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정상적인 무릎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뇌와 무릎관절 사이에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근육으로 피드백하는 기능인 근신경계 고유 감각 기능(neuromuscular and proprioceptive function) 등과 같은 것들은 아직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복 시기를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기능까지 모두 회복하는 데에 8-10개월은 짧다는 것에 다른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 이동환> 요즘 농구 팬들은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에 대한 우려를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부상 후에도 건강하게 뛰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전방십자인대 수술의 예후가 좋아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 김두한> 결과가 좋아진 이유는 아무래도 수술 기법과 재활 방법이 발달하고 부상에 관한 지식의 공유가 이뤄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NBA에서도 스테픈 커리가 나타나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듯이, 여기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수술 기법 및 재활 방법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십수 년마다 치료법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도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 중인데 5년 안에 기존의 수술법을 완전히 뒤엎는 방법이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의 발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20-30년 전만 해도 수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호주, 유럽의 유명한 병원에 직접 찾아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양질의 의학 웹사이트에서 좋은 수술 기법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학술대회 및 실습할 수 있는 워크숍 또한 많이 늘어나고 있어, 젊은 의사들이 배울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 계명대병원 정형외과 김두한 교수

 

● 이동환> 뜬금없는 질문 하나만 던지겠습니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전방십자인대 수술 후 복귀를 앞둔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에게 올여름 5년 1억 5,000만 달러가 넘는 맥시멈 계약을 안겼습니다. 만약 교수님이 구단주 혹은 단장이라면,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하고 복귀하는 올스타 선수에게 맥시멈 계약을 안길 의향이 있습니까?

○ 김두한> 흥미로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리빌딩을 위해 댈러스는 시즌 중에 재활 과정에 있는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를 트레이드 시켰고, 후반기 포르징기스의 재활 과정을 지켜보고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하였을 것입니다. (아마 트레이드 전에도 수시로 상태를 체크 했겠지만) 이러한 행보를 간접적으로 추측해 봤을 때 수술의 결과도 아주 좋고 재활의 과정도 매우 순조롭다는 것으로 알 수 있으므로 저 역시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올스타급 선수가 같은 부상을 당했다면, 또 다른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수술한 의료팀과 재활 중인 팀에서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술 당시 무릎 상태가 어땠는지, 동반된 또 다른 손상이 있었는지, 수술은 방법으로 진행을 했는지, 재활에 임하는 태도가 어떤지 등등.

 

● 이동환> 최근 NBA에는 아킬레스건 부상도 예전에 비해서 늘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커즌스와 케빈 듀란트가 잇따라 이 부상을 당하면서 더 화제가 됐던 것 같은데요. 아킬레스건은 어떤 부위인가요?

○ 김두한> 우선 용어적으로 근육과 건(힘줄), 인대를 정확히 구별하여 생각해보면 부상에 대한 이해가 쉽습니다. 인대는 뼈와 뼈를 고정하는 구조로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입니다. 근육은 뼈와 뼈 사이에서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로 근육이 뼈에 붙을 때 건(힘줄)이 되어서 붙습니다. 즉, 근육과 건(힘줄)은 주로 운동능력에 영향을 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근육이 발목에서 건(힘줄=아킬레스건)으로 바뀌어 뒤꿈치 뼈에 붙게 되고, 순간 가속이나 점프 등을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 이동환>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빨라진 NBA의 경기 속도와 선수들의 늘어난 활동량 때문에 아킬레스건 부상이 늘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통 어떤 경우에 아킬레스건을 다치게 되나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두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아킬레스가 파열될 때 주로 무릎이 펴진 상태에서 발목이 앞으로 많이 굽혀지는 자세(족배굴곡)에서 일어납니다. 돌파 시 순간 가속이나 방향 전환을 하는 자세인데, 이때 종아리 근육의 길이가 길게 늘어나면서 일을 하는 신장성 운동(Eccentric exercise)을 하게 됩니다. 이때 아킬레스건에 큰 부하가 걸려 파열이 일어납니다. 활동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아킬레스건에 미세 파열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경기 페이스의 증가는 방향 전환의 횟수와 강도가 증가함을 의미합니다. 과거 정통 빅맨 위주의 다운 템포 하프코트 오펜스 트렌드에서 최근 골든스테이트처럼 빠른 트랜지션과 스페이싱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경기 트렌드가 바뀐 것이 아킬레스 부상의 위험성을 조금은 높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이동환> 전방십자인대 부상은 갈수록 무섭지 않은 부상이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반면 아킬레스건 부상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 의학과 재활 시스템의 발달에도 아킬레스건 부상만 예후가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김두한> 실제로 부상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전방십자인대보다 아킬레스건이 더 공포스럽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안정성을 담당하는 인대보다 건(힘줄)이 더 기능적으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NBA처럼 피지컬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최상위의 리그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은 부상 전 레벨로 회복하기가 상당히 힘든 부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에 아킬레스건 파열이 있었던 NBA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평균 약 30세에 아킬레스건 파열이 일어났으며, 다음 시즌에 복귀한 선수는 약 60%, 복귀 후 2년 이상 플레이 한 선수는 50% 이하였습니다. 복귀한 선수들조차도 PER(선수 효율지수)과 출전시간이 모두 감소하였습니다. 물론 도미니크 윌킨스 같이 기록이 좋아진 경우도 있었지만, 윌킨스 역시 운동 능력은 부상 이전에 비해 감소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습니다.

스포츠 의학자들 사이에서는 케빈 듀란트도 복귀 후에 퍼포먼스나 기록의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듀란트는 운동능력과 슈팅력 모두 NBA 최상위 레벨에 올라 있기 때문에, 수술과 재활을 성공적으로 한다면 운동능력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충분히 올스타 레벨의 퍼포먼스는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여담으로 듀란트가 과거 중족골 수술을 2차례 받고 성공적으로 재활하여, 백투백 파이널 MVP를 받았는데, 이때 수술과 재활을 담당한 주치의가 오래 전부터 브루클린의 팀 닥터로 일하고 있는 Dr. Martin J. O’Malley입니다. 듀란트가 이 의사와 신뢰 관계가 두텁기로 유명한데, 아킬레스 부상 후 서부의 쟁쟁한 스포츠 병원들을 다 젖혀두고, 다음날 즉시 뉴욕으로 날아가 수술을 받고 재활도 하고 있는 이유가 이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전방십자인대의 부상은 근육이나 건의 운동능력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상태에서 무릎의 안정성을 추가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결과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 이동환> 전방십자인대나 아킬레스건처럼 치명적인 부위를 다친 전문 운동선수의 경우, 스포츠의학에서는 심리적으로 어떤 방식의 케어(care)를 권유하는지 궁금합니다. 회복과 재활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선수들이 답답해하고 괴로워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거든요.

○ 김두한> 실제로 그렇습니다. 저는 늘 부상과 스포츠 손상을 다루고 있어 이렇게 편하게 말씀드리지만, 평생 운동만 하며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에게 부상은 일생에 처음 경험하는, 앞으로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엄청나게 큰 트라우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과 재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멘탈 케어 역시 스포츠 의학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인 케어에 있어서 선수 개개인의 성격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합니다. 구단, 감독, 트레이너, 의료진 및 부상 선수 간의 지속적인 대화로 현재 부상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서로에게 신뢰가 쌓여야 편안한 마음으로 재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동환> 전방십자인대나 아킬레스건 부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혹시 없을까요?

○ 김두한> 전방십자인대 부상의 경우 100% 피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상의 확률을 낮추는 방법은 있습니다. 안전한 ‘착지 매커니즘’ 훈련과 ‘부상 예방 프로그램’ 적용이 있겠습니다. 전방십자인대는 방향전환을 하거나 점프 후 착지 시에 주로 발생합니다. 부상 장면을 비디오로 분석해본 결과, 착지 시 디디는 발에 비해 몸이 바깥으로 빠지는 경우, 한발로 착지하는 경우, 발을 디딜 때 순간적으로 무릎이 과도하게 안쪽으로 넘어가는 경우(X자 다리) 등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착지 시 이러한 습관이 있는 선수들에게 미리 주지시켜줌과 동시에 착지 매커니즘을 수정하고 훈련시키는 방법입니다.(특히 데릭 로즈의 전성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한발 착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유소년기 때부터 보수(Bosu)나 스프링보드 등과 같이 불안정한 기구를 이용한 근신경계 밸런스 운동을 루틴으로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것 또한 좋은 부상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아킬레스건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힘줄 혹은 근육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전방십자인대를 관리하는 것과는 방법이 또 다릅니다.

 

● 이동환> 국내에도 전방십자인대나 아킬레스건을 다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구단의 관리나 재활 환경이 아무래도 NBA 같은 큰 규모의 리그보다는 좋기 힘들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부상을 극복하려면 어떤 것들이 중요할까요?

○ 김두한> 지금 국내 스포츠의학을 하시는 분들의 수술 기법은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선수 관리나 재활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선수 주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자신감 있게 재활에 임할 수 있으며, 이것이 부상 복귀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쌓인 재활 과정을 거쳐 안정적으로 복귀한다면, 이러한 큰 스포츠 부상도 선수들에게 트라우마가 아니라, 조금 더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여 오히려 선수 생활을 더 길게 이어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및 이미지=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