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드래프티들의 팬이다. 2017년 드래프트는 2003년 드래프트처럼 특별한 드래프트로 남을 수도 있다”

2017년 드래프트 당시 드웨인 웨이드가 트위터를 통해 했던 이야기다. 실제로 2017년 드래프트 출신 중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유망주가 많다. 제이슨 테이텀, 디애런 팍스, 로리 마캐넌, 도노반 미첼, 존 콜린스 등이 그렇다.

그러나 반대인 선수들도 있다. 1, 2, 4순위에 지명됐던 마켈 펄츠, 론조 볼, 조쉬 잭슨이 대표적이다. 셋 모두 끔찍한 2년을 보낸 뒤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됐다. 남은 루키 계약 기간은 이제 2년. 과연 이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깨 부상이 만든 마켈 펄츠의 악몽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드래프트 당시 마켈 펄츠는 잠재력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NBA에서 실패할 확률이 무척 낮은 유망주로 분류됐다. 슈팅력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공격 기술이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브래들리 빌, 제임스 하든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던 펄츠는 운동능력에만 의존하는 가드가 아니었다. 펄츠가 NBA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펄츠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많이 달라져 있다. 안타깝게도 펄츠는 실패한 1순위의 전철을 밟아가는 중이다. 부상이 펄츠를 괴롭히고 있다. 데뷔를 앞두고 슈팅 레인지를 늘리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와 무리한 슈팅 폼 교정을 시도한 것이 악수가 됐다. 루키 시즌부터 고질적인 어깨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최대 장점이었던 슈팅력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드래프트 직후 열린 서머리그에서 점퍼를 펑펑 꽂아대며 필라델피아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던 펄츠는 불과 2년 만에 슈팅을 제대로 던질 수 없는 가드가 되고 말았다.

2년 동안 뛴 경기가 33경기에 불과했다. 어깨가 너무 아파 팔을 마음 편히 들 수 없을 정도였으니 농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공격, 수비 모두 부상 여파로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뛴 경기에서도 평균 7.7점 야투율 4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제 막 21살이 된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펄츠는 지명 순위 대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망주임이 분명하다.

 

펄츠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필라델피아는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를 앞세워 플레이오프 컨텐더가 됐다. 유망주를 마냥 기다려줄 수만은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결국 펄츠는 지난 2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올랜도로 트레이드됐다. 필라델피아가 펄츠의 대가로 받은 것은 조나단 시몬스와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 보호 지명권 1장(20순위 이내 보호), 2019년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1장이었다. 1년 반 사이 펄츠의 시장 가치가 얼마나 폭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트레이드였다.

이제 펄츠는 올랜도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요즘 올랜도 현지 언론에서는 펄츠가 최근 매우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동료 애런 고든은 “부진을 떨쳐낼 해결법만 찾아낸다면 펄츠는 괴물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펄츠 본인도 “여기 올랜도에서는 누구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모두가 나를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고 내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연 마켈 펄츠는 올랜도에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서머리그 슈퍼스타’ 론조 볼은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2017년 서머리그는 론조 볼을 위한 무대였다. 론조 볼이 뛰는 경기마다 구름 관중이 몰렸다. 서머리그 시청률도 연일 경신됐다. 론조 볼의 화려한 패스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로 라스베이거스가 들썩거렸다.

캘리포니아 태생, UCLA 출신의 최고급 포인트가드 유망주가 LA 레이커스의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버지 라바 볼의 ‘망언 세례’는 아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 키웠다. 때마침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 후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 있던 상황. 서머리그의 맹활약까지 겹치면서 론조 볼이 레이커스의 구세주가 되어줄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 있었던 론조 볼에 대한 기대는 그의 데뷔와 동시에 사실상 산산조각이 났다. 데뷔전에서 30분 동안 단 3득점에 그친 론조 볼은 데뷔 첫 11경기 중 9경기에서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형편없는 공격력을 보였다. 점프슛은 던지는 족족 림을 빗나갔고 돌파 역시 NBA 레벨에서는 평범했다. 다른 공격 기술이 너무 한계가 뚜렷하다 보니 최대 장점이었던 패스 센스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뛴 2018-2019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야투율과 3점슛 성공률 모두 소폭 상승했으나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자유투 성공률은 41.7%로 오히려 내려갔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기가 종종 있었으나 전체적인 경기력은 여전히 불안했다. 점프슛을 던질 때 기대감이 낮은 것은 루키 시즌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시즌 중반에는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후 수술을 결정하며 아예 시즌-아웃됐다. 결국 론조 볼은 2년 동안 99경기에서 평균 10.0점 6.2리바운드 6.4어시스트 야투율 38.0% 3점슛 성공률 31.5%을 기록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만 남긴 채 레이커스를 떠나야 했다. 부상과 부진을 동시에 경험한 2순위 유망주에게 시장은 냉정했다. 론조 볼은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와 함께 앤써니 데이비스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뉴올리언스 유니폼을 입었다.

론조 볼은 뉴올리언스에서 즈루 할러데이와 백코트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매력적인 조합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할러데이가 볼의 부족한 공격력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엘빈 젠트리 감독 특유의 빠르고 공격적인 팀 색깔 속에서 볼의 장점인 신속한 패스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마냥 희망적인 얘기만 하기도 힘들다. 끔찍한 점프슛 생산력은 론조 볼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마침 뉴올리언스는 브랜든 잉그램, 자이언 윌리엄슨을 데리고 있다. 이들 역시 많은 3점슛 생산을 기대하기 힘든 유망주들이다. 즈루 할러데이와 J.J. 레딕만으로 3명의 슈팅력 부족을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 론조 볼이 슈팅력을 개선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형편없는 픽앤롤 공격 생산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시너지 스포츠’에 따르면 지난 시즌 론조 볼은 픽앤롤 공격 1회당 득점 생산이 0.688점으로 리그 하위 22%에 머물렀다. 픽앤롤 공격 시 야투율이 34.8%에 불과했을 정도로 공격이 안 풀렸다. 아이솔레이션, 픽앤롤, 포스트업 등 어떤 것이든 세트 오펜스 시에 수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공격 방법을 하나라도 찾아내는 일이 론조 볼에겐 필요하다. 지금 NBA는 패스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리그가 아니다.

 

‘문제아’ 조쉬 잭슨, 초대형 유망주가 긁어보는 복권으로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실시된 NBA 단장 설문에서 조쉬 잭슨은 '5년 이내에 가장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유망주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204cm의 장신임에도 능숙한 볼 핸들링 기술과 경기를 읽는 눈을 갖춰 고교 시절부터 전미 최고 수준의 선수로 주목받았던 잭슨이었다.

피닉스가 조쉬 잭슨을 지키기 위해 카이리 어빙 트레이드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로(어빙이 클리블랜드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그때다) 잭슨에 대한 NBA 관계자들의 평가는 무척 높았다.

하지만 데뷔 2년 만에 잭슨은 피닉스의 골칫덩이가 되어 트레이드됐다. 두 시즌 동안 156경기에 출전했으니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다. 출전 시간도 평균 25.3분으로 적지 않았다. 기회를 충분히 받았던 셈이다.

하지만 데뷔 전부터 지적됐던 불안한 점프슛 능력 문제가 NBA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시즌에도 야투율은 41.3%, 3점슛 성공률은 32.4%에 머물렀다. 선수의 효율을 나타내는 기록인 PER(Player Efficiency Rating) 지수는 10.6으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오픈 코트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였음에도 지난 시즌 잭슨의 트랜지션 공격 1회당 득점 생산은 0.837점으로 리그 하위 1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트랜지션 공격에서 직접 볼을 몰고 가는 선수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낮았다. 기술적으로 미숙한 것이 무척 많았다. NBA는 재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리그가 아니었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데뷔 사흘 만인 2017년 10월 22일에 경기장의 팬에게 위협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3만 5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팬 행사에 불참해 구단 자체 징계를 받는가 하면 경범죄를 저질러 마이애미에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결국 피닉스는 코트 안에서는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고 코트 밖에서는 사고만 치던 잭슨을 2년 만에 포기했다. 베테랑 카일 코버를 받아오면서 잭슨을 멤피스로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닉스는 카일 코버를 방출하며 연봉 지출을 줄였다. 사실상 샐러리캡을 비우기 위해 잭슨을 포기한 것이다. 그 정도로 잭슨의 가치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멤피스도 복권을 긁어보는 심정으로 잭슨을 영입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 2월 마크 가솔을, 6월에 마이크 콘리를 트레이드한 멤피스는 오는 시즌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한다. 주축은 자 모란트, 자렌 잭슨 주니어, 요나스 발렌슈너스이고 잭슨 역시 출전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베테랑 윙 자원인 제이 크라우더, 카일 앤더슨이 선발 출전 기회를 얻고 잭슨이 벤치에서 나와 볼을 더 많이 만지며 공격을 이끌어보는 방식으로 로테이션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진하거나 코트 밖에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잭슨은 또 다시 트레이드될 수도 있다. 브랜든 클라크, 딜런 브룩스, 마르코 구드리치, 그레이슨 알렌 등 출전시간이 필요한 젊은 선수들이 멤피스에 잭슨 말고도 꽤 많기 때문이다.

 

SIDE STORY: 2017 드래프트 최고의 스틸픽들

1, 2, 4순위 지명자들이 부진하고 있지만 2017년 드래프트가 실패한 드래프트로 보이지는 않는다. 뒤에서 지명된 선수들 중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13순위로 유타에 지명된 도노반 미첼은 이미 모든 NBA 팬들이 아는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드래프트 당시 그의 비교 대상은 에이브리 브래들리였다. 수비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공격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학 시즌이 끝난 후 돌파 후 스텝을 밟는 방식을 개선하는 등 많은 노력을 통해 NBA에서 위협이 될 만한 공격력을 갖췄다. 미첼은 드래프트 동기 제이슨 테이텀(3순위)과 중국 농구월드컵에도 출전한다.

19순위로 애틀랜타에 입단했던 존 콜린스 역시 이 드래프트의 대표적인 스틸 픽이라 할 수 있다. 공격에서 한계가 뚜렷하고 수비도 파울 관리가 잘 안 되는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명 순위가 밀렸지만, 지난 시즌 61경기에서 평균 19.5점 9.8리바운드 야투율 56.0% 3점슛 성공률 34.8%(성공 0.9개)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20-10 빅맨으로 거듭났다. 특히 트레이 영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고 애틀랜타는 앞으로도 콜린스를 영과 더불어 리빌딩의 코어로 삼을 전망이다. 어쩌면 콜린스는 향후 활약에 따라 2017년 드래프트에서 나온 최고의 빅맨 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데릭 화이트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9순위로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은 화이트는 불과 2년 만에 샌안토니오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며 팀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디존테 머레이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가드진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던 바 있는데, 데릭 화이트가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준 덕분에 시즌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덴버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리즈에서도 평균 15.1점 3.0리바운드 3.0어시스트 야투율 54.7%를 기록하며 큰 무대의 활약도 검증된 상황. 공격 시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이용하며 플레이하는 능력이 장점인 화이트는 수비력이 뛰어난 머레이와 함께 오는 시즌 샌안토니오 가드진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재럿 알렌(22순위), 카일 쿠즈마(27순위)도 1라운드에서 지명된 스틸픽들이다. 둘 모두 데뷔와 동시에 팀의 핵심 로테이션 멤버가 됐고 특히 지난 시즌 평균 18.7점 5.5리바운드를 기록한 쿠즈마는 오는 시즌에 르브론 제임스, 앤써니 데이비스와 함께 LA 레이커스의 공격을 이끌 전망이다. 재럿 알렌은 베테랑 센터 디안드레 조던이 팀에 합류하면서 입지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준 만큼 오는 시즌에도 일정 시간의 출전 시간을 얻으며 특유의 에너지를 코트에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테렌스 퍼거슨(오클라호마시티, 21순위), OG 아누노비(토론토, 23순위), 조쉬 하트(뉴올리언스, 30순위), 토마스 브라이언트(워싱턴, 42순위), 몬테 모리스(덴버, 51순위) 역시 지명 순위 대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데미언 돗슨(뉴욕, 44순위), 딜런 브룩스(멤피스, 45순위)도 향후 주목할 필요가 있는 2017 드래프티들이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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