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2019 WNBA 정규리그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향한 긴장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포스트시즌까지 3주 정도를 남겨둔 현재 8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의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 

8월 20일 현재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8위는 미네소타 링스가 차지하고 있다. 9위 인디애나 피버와는 3.5경기 차. 팀당 6~7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고, 9위 이하 4팀의 전력이 8위권 팀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플레이오프에 초대받는 팀들은 사실상 확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9위 인디애나를 비롯해, 댈러스 윙스, 뉴욕 리버티, 애틀랜다 드림은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할 상황이고 나머지 8팀이 정규리그 이후를 내다 볼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것은 플레이오프에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8팀들의 자리싸움이다.

꾸준히 지켜온 3강
큰 변수가 없는 한 워싱턴 미스틱스가 정규리그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와 코네티컷 선의 2위 싸움이 끝까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2위 팀이 플레이오프 3라운드인 준결승까지 자동 진출하는 WNBA의 플레이오프 시스템 상 2위와 3위의 차이는 분명하다. 따라서 1위는 못해도 최소 2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마지막까지 이어질 것이다.

워싱턴 미스틱스 (20승 7패, 1위)
팀의 주전가드 크리스티 톨리버(Kristy Toliver)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지난 11일 미네소타 전 부터 결장하고 있지만 그 자리를 에이리얼 파워스(Arial Powers)가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워싱턴은 강력한 MVP 후보인 엘레나 델레던(Elena Delle Donne)을 필두로 주전 멤버들과 백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리그 내 최강의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다. 

확실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워싱턴은 2점슛(46.9%, 1위), 3점슛(36.6%, 2위), 자유투(86.9%, 1위)까지 모두 높은 성공률을 기록 중이며, 안정적인 야투율 속에 팀 득점(88.6점)은 독보적인 1위다.

3점 슛 성공률이 2위지만, 이 부문 1위인 라스베이거스가 경기 당 5.8개를 성공하며 38.1%의 성공률을 보인 반면, 워싱턴은 9.1개를 성공하고 있다. 

팀 어시스트도 21.7개로 리그 1위. 턴오버는 경기 당 11.4개로 가장 적다. 상위권 팀들도 기복이 심한 WNBA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수치로도 증명하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뒤 파이널에 올라 시애틀 스톰에게 패했던 아쉬움을 우승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잡고 있는 워싱턴이다.

코네티컷 선 (19승 8패, 2위)
빠른 트랜지션과 시원시원한 공격력이 돋보이는 코네티컷은 최근에 WKBL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는 팀이다. 엘리사 토마스(Alyssa Thomas), 존쿠엘 존스(Jonquel Jones), 쉐키나 스트릭렌(Shekinna Stricklen)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 라스베이거스와 시즌 내내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했고, 한 때는 정규리그 1위를 지켰다. 현재 2위인 코네티컷의 전체적인 전력을 볼 때, 선두 워싱턴을 추월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라스베이거스의 도전을 뿌리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수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리즈 캠베이지(Liz Cambage), 에이자 윌슨(A'ja Wilson), 데리카 햄비(Dearica Hamby) 등 좋은 기량을 갖춘 장신이 많다. 코네티컷도 존쿠엘 존스를 비롯해 좋은 빅맨진을 구성하고 있지만, 힘에서는 라스베이거스에 밀리는 모습이다. 

관건은 가드 싸움이다.

라스베이거스의 가드진은 공격적이고 득점력을 갖고 있지만 안정감이 떨어지고 경험이 적다. 가드진이 강한 워싱턴과의 맞대결에서 WNBA라는 무대가 무색할 수준의 턴오버를 연발하며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그 약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코네티컷은 라스베이거스와의 경기에서 가드진을 가둬두지 못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강력한 포스트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드 라인에서의 볼 투입을 아예 차단해 버리는 수비가 필요하다. 공격을 조금 더 가다듬기 위한 2대2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팀 디펜스를 정비하는 부분이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18승 9패, 3위)
코네티컷과 1경기 차 3위에 올라있는 라스베이거스는 플레이오프에서의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2위는 확보해야 한다. 최소한 코네티컷은 잡아야 한다는 계산.

앞서 언급했듯, 코네티컷은 공격력은 좋지만 팀 디펜스가 느슨하고 강한 수비로 압박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맞대결에서는 오히려 라스베이거스가 우세 할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는 가드가 강하고 수비가 강한 팀에 고전을 하는데, 코네티컷은 이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일정이 라스베이거스에게 반갑지는 않다.

남은 7경기 중 5경기가 원정이다. 특히 23일 펼쳐지는 코네티컷과의 맞대결이 원정인 부분은 부담이다. 코네티컷은 올 시즌 홈에서 13승 1패로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원정에서는 5할 승률에 못미치고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는 23일 코네티컷을 시작으로 25일 미네소타, 27일 인디애나로 이어지는 강행군이 예정되어 있어, 이 고비를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득점원인 윌슨이 돌아온 것은 호재다. 발목부상으로 8경기를 뛰지 못했던 윌슨은 복귀전이었던 지난 19일 시카고 스카이와의 경기에서 25분 30초를 뛰며 25점 8리바운드 4블록을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윌슨이 결장한 8경기에서 5승 3패로 어느 정도 선방을 했다.

더 치열한 4위 싸움
현재 WNBA 순위표에서 가장 치열한 순위 경쟁은 4위 자리다.

1-2위 팀이 플레이오프 3라운드에 직행하는 WNBA에서 3-4위 팀은 2라운드에 직행한다. 비록 플레이오프 1라운드 승부가 단판제이기는 하지만 2라운드 직행이라는 이점을 감안할 때 4위와 5위는 입장이 확연하게 다르다.

현재 4위는 LA스팍스.

3위 라스베이거스보다 2경기를 덜 치른 LA는 2경기차 4위다. 5위 시카고가 반 경기차로 따라붙고 있고, 6위 시애틀 스톰은 LA와 1.5경기차. 

4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는 LA는 지난 1일, 캔디스 파커(Candace Parker)의 복귀 후 4연승을 달리다가 최근 두 경기를 내리 패했다. 약체 댈러스, 4위 라이벌 시카고에게 패했다는 게 뼈아프다. 

선두권까지 넘보던 LA는 연패로 현재 주춤하고 있지만, 연패 기간 중 백전노장인 엘레나 비어드(Alana Beard)가 복귀했고, 오그미케 자매(Chiney Ogwumike, Nneka Ogwumike)등 좋은 선수들이 있어, 신구조화만 잘 이루면 리빌딩과 함께 좋은 성적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는 현재 MVP 후보로도 거론 중인 가드 코트니 밴더슬룻(Courtney Vandersloot)이 팀을 이끌고 있다. 시카고는 중위권에서 가장 공수 조직력이 좋은 팀인데,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선수들 간의 조화가 좋고, 자신들의 장점들을 잘 보여주는 팀이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2019년을 ‘부상 악몽’으로 보내고 있는 시애틀은 지난 시즌 MVP인 브리애나 스튜어트(Breanna Stewart)와 살아있는 전설 수 버드(Sue Bird)의 결장이라는 절대적인 열세를 딛고도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얼 로이드(Jewell Loyd)도 부상으로 7경기를 결장했음을 감안하면 시애틀은 지금도 충분히 강팀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세 팀 간의 4위 싸움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WKBL 예정자들의 동향
삼성생명이 지명한 리네타 카이저를 제외한 5명의 WKBL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WNBA에서 활약 중이다.

이중 BNK가 지명한 다미리스 단타스(Damiris Dantas, 미네소타)와 우리은행이 지명한 르샨다 그레이(Reshanda Gray, 뉴욕)은 데뷔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WKBL에서의 활약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부상으로 빠진 경기를 제외한 19경기를 모두 선발로 출전한 단타스는 평균 24.4분을 뛰며 8.3점 4.3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26경기에서 평균 16.8분을 뛴 그레이는 5.8점 5.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KB의 유니폼을 입게 된 카일라 쏜튼(Kayla Thornton, 댈러스)도 평균 30분 이상을 소화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30.3분 10.6점 5.4리바운드 1.8어시스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 피닉스 머큐리와의 경기에서 벌어진 브리트니 그라이너(Brittney Griner)와의 폭력 사태로 다소 억울하게 2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지만 특별한 변수는 없다.

특히 그레이와 쏜튼의 경우는 소속팀의 플레이오프 탈락이 유력해 우리은행과 KB로 빠르게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나은행의 마이샤 하인즈-알렌(Myisha Hines-Allen, 워싱턴)은 상황이 다르다.

소속팀이 파이널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하나은행 합류 시기가 자칫하면 시즌 개막 직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 엠마 메세만(Emma Meesseman)이 복귀한 후 하인즈-알렌의 활용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하나은행에게는 고민거리.

팀 합류 시기가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가 현재 출전 시간도 안정적이지 않아 하인즈-알렌의 체력 유지와 컨디션, 게임 감각 등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신한은행이 지명한 알라나 스미스(Alana Smith)는 발목 부상으로 수술 여부를 심각히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WKBL 개막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시즌 직전에 맞이한 악재가 반가울 수는 없다. 지난해에도 외국인 선수 문제로 시름이 깊었던 신한은행에게는 특히 고민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로이터/뉴스1, NBA 미디어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