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르비아는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결승전 무대에 복귀했다
[루키] 이승기 기자 = "챔피언은 누구?"
스페인에서 펼쳐지는 2014 FIBA 농구월드컵이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미국과 세르비아가 맞붙는 결승전은 한국시간 15일 새벽 4시 스페인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다 우승국을 가리자
농구월드컵 역사상 최다 우승국은 어디일까. 당연히 미국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고슬라비아(세르비아의 전신)는 1970, 1978, 1990, 1998, 2002년 등 총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 역대 최다 우승국으로 남아 있다.
미국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1954, 1986, 1994, 2010년 챔피언십을 거머쥐며 총 4회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지난 2010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하게 될뿐만 아니라 세르비아와 함께 역대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따라서 이번에 세르비아가 우승을 차지하게 될 경우에는 미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세르비아가 챔피언에 등극한다면 통산 여섯 차례 챔피언십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미국과 세르비아의 결승전은 역대 최다 우승국을 가리는 경기가 될 것이다.

명불허전 vs 파죽지세
이번 월드컵이 시작 되기 전, 미국은 많은 우려를 샀다.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미국은 조별리그 다섯 경기부터 16, 8, 4강을 거치는 8경기 동안 평균 32.5점차로 완승을 거뒀다.
미국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하고 싶은 구석이 없다. 약체라고 평가 받았지만 '미국은 미국'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1994년 월드컵(+37.7점) 이후 가장 높은 득실마진을 내고 있다. 지역방어에 당황했던 터키와의 전반전을 제외하면 단 한 번의 위기도 없었다.
세르비아의 선전은 놀라움 그 자체다. 2013 유로바스켓에서 고작 7위에 그치며 운 좋게 2014 월드컵 막차 티켓을 따낸 세르비아였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2승 3패에 그치는 등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막상 토너먼트가 되자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했다. 16강에서 그리스를 90-72로 완파한 뒤, 8강에서 브라질마저 84-56으로 박살내버렸다.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는 접전 끝에 90-85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인사이드 대결
미국과 세르비아의 결승전은 어떤 양상으로 치러질까. 먼저 인사이드 대결을 살펴보자. 양 팀의 빅맨은 모두 양과 질이 뛰어난 편이다. 다만 미국은 운동능력과 활동량에서, 세르비아는 높이에서 앞서는 형국이다.
미국의 평균 신장은 201cm로, 세르비아보다 3cm 작다. 이는 빅맨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앤써니 데이비스(208cm)와 케네스 퍼리드(203cm)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높이가 낮은 포스트진 중 하나다.
세르비아의 주전 센터 미로슬라브 라둘리차는 213cm의 장신이다. 게다가 힘이 장사다. 미국 빅맨들이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벤치에서 출격하는 네너드 크리스티치(212cm) 또한 훌륭한 높이를 갖췄다.
미국 입장에서는 라둘리차를 견제하기 위해 벤치 빅맨 드마커스 커즌스의 출전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커즌스는 210cm로 신장이 큰 데다가 힘이 워낙 좋다. 라둘리차의 포스트업 공격을 감당하기에 최적의 자원이다.

퍼리미터 대결
세르비아의 백코트는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이번 세르비아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백코트 자원을 갖춘 팀은 없다. 스테판 마코비치-밀로스 테오도시치-네만야 비엘리차로 이어지는 1, 2, 3번 라인은 가공할 만하다. 그리스도 브라질도 프랑스도 이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유럽 최고의 포인트가드, 테오도시치는 세르비아 공격의 핵으로서 대활약하고 있다. 설령 결승전에서 무득점을 하더라도 이번 대회 '베스트 5 '로 선정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번 월드컵이 낳은 최고 스타이자 MVP 후보 중 한 명.
마코비치는 테오도시치를 도와 백코트를 이끈다. 마코비치 덕에 테오도시치가 마음 놓고 2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엘리차는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십분 발휘하며 세르비아 공수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벤치 에이스격으로 유럽 최고의 슈터 보그단 보그다노비치가 출격한다. 고비 때마다 터뜨리는 한 방은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거리와 상관없이 슛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장점.
미국은 카이리 어빙, 스테픈 커리, 제임스 하든이 주전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로 나선다. 이들은 사실 NBA에서는 리그 최악의 수비수로 악명 높던 인물들.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까지 별 탈 없이 뛰고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막강한 백코트를 상대로는 어떨까. 수비에서 다소 문제를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돌파와 슛에 모두 능한 테오도시치에게 과연 누구를 붙여야 할 것인가? 게다가 테오도시치와 라둘리차의 픽-앤-롤은 또 어떻게 막을 것인가.
미국 벤치의 외곽 자원으로는 클레이 탐슨, 더마 드로잔, 루디 게이, 데릭 로즈가 있다. 이 중에서는 탐슨의 활약이 돋보인다. 정교한 외곽포와 출중한 수비력 덕분이다. 탐슨이 테오도시치를 수비한다면 큰 재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키 매치업 - 스몰포워드
결승전의 키 매치업으로는 스몰포워드 포지션을 꼽고 싶다. 바로 미스매치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스몰포워드 비엘리차는 무려 209cm에 달한다. 미국의 선발 센터 데이비스보다 1cm가 더 크다. 미국의 주전 3번으로는 하든(195cm)이 나온다. 비엘리차와 14cm나 차이가 난다.
미국으로서는 비엘리차를 막을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벤치의 루디 게이(203cm)가 제일 낫지만, 게이는 이번 대회에서 팀 사정상 파워포워드 역할을 더 많이 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더마 드로잔(201cm)의 출전시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비엘리차는 세르비아와 타국의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선수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내외곽을 오가는 등 '매치업 나이트메어'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시야가 넓어 섣불리 더블-팀 수비를 가할 수도 없다. 세르비아 최고의 리바운더(7.4개)이기도 하다.
미국의 '코치 K'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과연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인가. 물론 미국이 패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하지만 비엘리차의 활약에 따라 경기의 양상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2014 농구월드컵의 멋진 피날레가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