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WNBA 올스타 브레이크 후 상위 세 팀 워싱턴 미스틱스, 코네티컷 선,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는 모두 승리를 챙기며 상위 싸움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선두 라이벌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는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팀들과 치열한 경기를 펼친 것과 달리 라스베이거스는 리그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댈러스 윙즈를 만나 86-54로 대승을 거뒀다.

댈러스는 우리나라 팬들에게도 익숙한 카일라 쏜튼(Kayla Thornton)과 이사벨 해리슨(Isabelle Harrison)이 2득점씩 밖에 올리지 못하는 극도의 부진과 함께 팀 디펜스가 철저히 무너지며 약체로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반면 라스베이거스는 주득점원인 아이자 윌슨(A’ja Wilson)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출전 선수 전원 득점과 27개의 어시스트, 61.5%의 3점 성공률을 앞세워 쉽게 경기를 이끌었다. 

박지수는 오늘 1쿼터부터 4쿼터까지 고르게 기용 되면서 총 16분 51초간 코트에 있었으며, 특히 4쿼터 10분은 교체 없이 모든 시간을 소화했다. 4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

1쿼터에 교체 투입된 후, 리즈 캠베이지(Liz Cambage)와의 포스트 2대2 하이 로우 플레이를 펼친 박지수는 하이 포스트에서 볼을 잡아 시원하게 미들슛을 성공 시켰는데, 볼을 잡는 스텝부터 슛까지의 밸런스가 오랜만에 아주 자신 있고 좋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오늘 경기에서 몇 차례 하이 포스트에서 자신 있는 슛 시도가 있었다. 

경기 전날과 당일 오전 훈련에서 코칭스텝으로부터 볼을 잡으면 패스만 생각하지 말고, 슛 찬스를 먼저 볼 것을 주문받고, 그 부분에 대한 연습을 중점적으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연습한 부분이 성공되면, 선수 본인도 자신감이 올라가고 신이 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주문한 코칭스텝 또한 상당히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 진다.  

두 번째 득점은 3쿼터 종료 1분 53초를 남기고 투입 되면서, 리바운드 후 얼리 오펜스 과정에서 퍼스트 빅맨으로 달리다가 빈 공간을 파악하고 순간 스피드를 내어 골밑 득점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해리슨의 파울까지 얻어내며 앤드 원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박지수는 오늘 주로 4번 포지션으로 뛰며, 캐롤린 스워즈(Carolyn Swards), 혹은 캠베이지와 호흡을 맞추며 트랜지션 오펜스에서 먼저 달려 공격 위치를 잡고 찬스를 만들어 주는 퍼스트 빅맨 역할을 잘 해 주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확실한 찬스를 만들어 내게 해 준 어시스트였다.

박지수가 볼을 잡았을 때 반대쪽 다른 센터가 가드의 정확한 백스크린을 받아 골밑으로 컷 하면서 나는 찬스였는데, 이런 어시스트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공격과 수비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해야만 가능한 플레이다.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수비가 따라오거나 로테이션을 돌게 되는데, 3개의 어시스트 중 2개는 보기에도 아주 좋았고 팀의 사기가 올라가게 해 주는 완벽한 패스였다. 

어시스트로 기록되지 않은 플레이도 팀워크 면에서 긍정적인 플레이가 많았다. 박지수의 손을 떠나 연계된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장면도 많았고, 스크린을 비롯해 볼 없는 상황에서도 라스베이거스가 박지수를 활용해서 득점을 만드는 정면이 있었다.

이렇듯 팀원과의 호흡이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 적은 시간 게임을 뛰어도 소속감이 더욱 더 커지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리바운드 참여가 적었던 부분이다. 특히 수비 리바운드에서 너무 골밑으로 밀려들어가 상대에게 세컨 샷을 기회를 준 부분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핼프 수비 위치를 깊게 잡은 영향도 있지만, 조금 더 빠른 반응이 필요 하다. 

그리고 자유투 확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WKBL에서는 볼 점유율도 높고, 자유투 기회가 많아서 잘 극복하고 있다. 때로는 백보드 정 가운데를 맞추는 뱅크샷으로 성공시키기도 한다. 

국내에서보다 득점은 물론 공격 기회 자체가 현격하게 적은 WNBA에서는 단 1점의 득점이라도 국내에서보다 개인적으로 미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자유투를 실패했을 때는 본인의 실망감이 더 커지고 심리적인 부담도 더 가중될 수 있다. 조금 더 집중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아이자 윌슨의 부상 상태가 어느 정도이고, 언제 복귀 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장기적일 것이라 보여 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윌슨이 없는 상황에서는 출장의 확률은 더 높아지니 어느 정도 더 큰 기대를 하고 보게 되는데,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고, 그 기회에 코칭스텝에게 믿음을 심어 주는 것은 선수의 몫이니 오늘처럼 본인의 역할을 잘 이행 해 주면, 박지수에게는 단 1분이라도 더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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