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세네갈 대표팀의 기둥, 골기 젱(24, 211cm)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2014 스페인 농구 월드컵 조별리그가 한창인 가운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세네갈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 경기에서 그리스에게 패하더니 이후 푸에르토리코와 크로아티아를 꺾으며 큰 화제를 낳았다.

세네갈 대표팀 B조 조별리그 경기 결과(한국시간)
8월 31일 vs 그리스  87-64 패
9월 1일  vs 푸에르토리코 82-75 승
9월 2일  vs 크로아티아  77-75 승
 
세네갈의 최고 강점은 단연 탄탄한 빅맨 라인업이다. 젱, '스트레칭 빅맨' 무하마드 페이, '7풋(약 213cm) 센터' 하마디 은디아예로 이어지는 인사이드진은 유럽 팀도 벌벌 떨게 하고 있다.
 
그 중, 젱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국제무대 경험이 전무했던 젱이지만 첫 대회에서 긴장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평균 22.0점, 11.7리바운드, 1.7어시스트, 1.7스틸, 1,7블록에 야투 성공률 55.3%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득점은 전체 3위, 리바운드는 2위다.
 
패하기는 했지만 그리스전에서 21점, 14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스 빅맨진의 터프한 수비에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푸에르토리코전에서는 18점, 13리바운드를 올리며 세네갈의 승리를 견인했다. 세네갈은 지난 1998년 이후 16년만에 월드컵 첫승 사냥에 성공했다. 2006년 일본 월드컵 당시에는 5전 전패로 탈락한 바 있다.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는 백미였다. 세네갈은 경기 초반부터 크로아티아를 거세게 밀어붙이며 전반을 41-32로 앞섰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들어 반격에 나섰다. 4쿼터 중반에는 안테 토미치가 연속득점을 올리며 2점차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때 젱이 찬물을 끼얹었다. 젱은 점프슛과 자유투 2구를 곁들여 순식간에 4점을 올렸다. 점수는 68-62, 다시 6점차로 벌어졌다. 크로아티아는 경기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경기 종료 2분여 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했다. 크로아티아는 보잔 보그다노비치의 3점슛으로 70-69, 턱밑까지 추격했다. 세네갈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젱은 다시 한 번 골밑슛을 올리며 팀을 구해냈다. 세네갈은 사상 처음으로 2연승을 거두며 감격을 누렸다.
 
젱은 이날 27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2블록으로 전천후 활약을 했다. 14개의 야투 중 8개를 넣었고, 12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11개를 적중시키는 등 뜨거운 손끝 감각을 자랑하기도 했다.
 
젱은 큰 키와 출중한 운동능력, 넓은 활동범위, 긴 팔다리 등이 돋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수비형 센터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22.0점이나 넣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적극적인 자세 덕분이다.
 
실제로 젱은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총 32개의 자유투를 시도했다. 이는 24개국 288명의 선수를 통틀어봐도 단연 1위다. 2위 루이스 스콜라(아르헨티나)보다도 6개 많은 기록이다. 그만큼 골밑에서 투지를 발산하며 팀을 견인하고 있다.
 
세네갈 태생의 젱은 고교시절부터 미국농구를 경험했다. 2012-13시즌에는 루이빌 대학의 선발 센터로 활약하며 루이빌의 NCAA 토너먼트 챔피언 등극에 일조했다. 당시 빼어난 블록슛 능력과 뛰어난 수비력으로 인정 받았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3 NBA 드래프트에 도전, 전체 21순위로 유타 재즈에게 지명된 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트레이드 됐다.
 
데뷔 이후 첫 몇 달 동안에는 좀처럼 프로 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3월 중순, 주전 센터 니콜라 페코비치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부터였다. 젱은 주전으로 뛴 첫 경기에서 12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자신감을 찾은 젱의 발전속도는 대단히 무서웠다. 젱은 그날을 기점으로 정규리그 마지막날까지 18경기 동안 15경기에 선발로 나서 평균 12.0점, 11.3리바운드, 1.5블록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서부 컨퍼런스 3월의 신인'에 선정되고, 시즌 종료 후 올-루키 세컨드 팀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젱은 이번 월드컵을 발판 삼아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시즌 막판에 보여준 대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젱과 세네갈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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