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거물? 거품?"
호주의 신성, 단테 엑섬(19, 198cm)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엑섬은 지난 6월 말 열린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유타 재즈에 지명된 바 있다. 올해 드래프트는 역대급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평. 이러한 상황에서 엑섬의 이름이 다섯 번째로 불린 것을 보면 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엑섬은 지난 몇 년 간 U18, U19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 최정상의 유망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NBA 팬들 역시 엑섬에 대한 환상을 잔뜩 키웠다.
2014 섬머 리그는 엑섬이 처음으로 미국 팬들 앞에서 뛴 대회였다. 엑섬은 다섯 경기에 출전, 평균 7.2점, 2.6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남겼다. 야투 성공률은 30.8%, 3점슛 성공률은 고작 16.7%에 불과했다. 처참한 수준이었다.
가끔씩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주기는 했다. 속공 상황에서 절묘한 패스를 찌르거나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이는 등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아직 성인무대에서 뛸 준비가 안 된 선수처럼 보였다. 형편없는 슛 감각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잦은 실책, 떨어지는 판단력 등도 문제였다.
엑섬은 2014 농구 월드컵에 호주 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했다. 아직 물론 호주의 주요 전력은 아니다. 얼마전 갓 만 19세가 지난 만큼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
D조 호주는 슬로베니아와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렀다. 슬로베니아는 21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올린 고란 드라기치를 앞세워 90-80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엑섬은 아무것도 못했다. 11분 동안 0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실책을 기록했다. 2점슛과 3점슛을 하나씩 던졌으나 모두 실패했다. 성인무대의 벽을 실감한 경기였다.
호주의 두 번째 경기는 한국. 애초에 한국은 호주의 상대가 아니었다. 호주는 시종일관 리드한 끝에 89-55로 완승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엑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전반에는 역시나 별 볼 일 없었다. 엑섬은 긴장한 듯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밀리며 위치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2쿼터 막판 레이업을 시도하다 김종규에게 블록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4쿼터에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등장했다. 마치 U19 대회에서처럼 펄펄 날았다. 교체투입된지 2분이 지나기도 전에 속공상황에서 멋진 투핸드 덩크를 작렬시키며 이번 대회 첫 득점을 올렸다.
이후에는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자신감을 찾은 엑섬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코트를 누비기 시작했다. 코트 위의 다른 모든 선수들이 느려보일 정도였다. 비하인드 노룩패스 등으로 순식간에 어시스트 3개를 해냈다. 김선형을 위에서 찍어누르며 공을 가로채 한 수 위의 운동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엑섬의 최종 성적은 13분 간 4점, 3어시스트, 1스틸. 한 개의 실책과 2개의 반칙을 저질렀다. 눈에 띄는 수치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와의 경기, 한국과의 전반전과는 완전히 다른 활약이었다.
물론 엑섬이 투입된 4쿼터 종료 7분여 전에는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이기는 했다. 그래서 더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엑섬의 잠재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서 잠시, 198cm 이상의 장신 포인트가드로 데뷔했던 선수들을 살펴보자. 타이릭 에반스는 결국 슈팅가드로 전향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cm의 숀 리빙스턴은 오랜 암흑기를 지나 괜찮은 롤 플레이어로 정착했다.
저들의 공통점은? 장점은 다재다능하다는 것, 단점은 슈팅력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이다. 엑섬 역시 이러한 유형의 선수다. 앞으로 엑섬은 과연 어떻게 성장할까. 2014-15시즌 개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