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19년은 토론토에 특별한 한 해로 남을 것이다.

1995년 창단 이후 24년 만에 NBA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창단 후 한 시즌 만에 역사에서 사라진 토론토 허스키스, 창단 6년 만에 벤쿠버를 포기하고 멤피스로 연고지를 옮겼던 벤쿠버 그리즐리스의 사례를 고려하면 캐나다에 연고를 둔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은 그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토론토의 강력한 모습을 오는 시즌에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가 LA 클리퍼스로 둥지를 옮긴 탓이다.

1년 전 프랜차이즈 스타 더마 드로잔을 보내고 레너드를 영입하며 도박을 감행했던 토론토는 이제 ‘포스트 레너드’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리고 현재 토론토가 걷고 있는 노선은 분명하다. 레너드의 공백을 무리한 움직임으로 메우기보다는, 만기 계약자들을 지켜내고 샐러리캡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1년 혹은 2년 후의 이적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토가 오는 시즌에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파스칼 시아캄이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7순위로 토론토에 입단한 시아캄은 소포모어 시즌인 2017-2018시즌에 수비수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핵심 로테이션 멤버가 됐다. 그리고 2018-2019시즌에는 사실상 토론토의 2옵션 공격수로 활약하며 기량발전상까지 수상했다. 80경기 중 79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평균 득점은 7.3점에서 16.9점으로 껑충 뛰었다. 시아캄은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도 카와이 레너드 다음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진 선수였다.

레너드가 클리퍼스행을 발표한 후 토론토는 적극적으로 로스터를 보강하지 않았다. 물론 레너드의 결정이 처음 공개된 7월 6일의 FA 시장 자체가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기도 했다.

레너드가 떠난 후 토론토는 스탠리 존슨을 2년 742만 달러에, 론데 홀리스-제퍼슨을 1년 174만 달러에 영입하며 사실상 오프시즌을 마무리했다. 둘 모두 공격에서 엄청난 활약을 기대할 수는 없는 선수들이다. 결국 오는 시즌은 파스칼 시아캄이 토론토의 에이스가 돼줘야 한다.

 

과연 시아캄은 토론토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지난 시즌 시아캄의 가장 중요한 공격 방식은 트랜지션 공격이었다. 직접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후 드리블하며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감으로써 토론토의 얼리 오펜스를 직접 이끌었다. 

지난 시즌 토론토가 발이 아주 빠른 선수가 없었음에도 트랜지션 공격 효율 리그 전체 1위(시도당 평균 1.192점)에 오른 것은 리바운드 생산력, 기동성, 드리블 기술을 겸비한 시아캄 덕분이었다. 시아캄이 적극적인 돌파로 직접 득점을 올리거나 상대 수비에 1차 균열을 만들었던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새 시즌에도 시아캄의 트랜지션 공격 빈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토론토 팀 내에 시아캄만한 트랜지션 공격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시즌 시아캄이 맞이할 과제는 분명해진다. 바로 하프코트 공격에서 카와이 레너드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지난 시즌 시아캄은 하프코트 공격 시 경기당 4.1개의 슈팅을 림 바로 근처에서 던졌다.(포스트업 공격 상황 제외) 빈도가 자신의 전체 하프코트 슈팅의 46.1%에 달할 정도였다. 그리고 16.2%는 포스트업 공격 이후에 나왔다. 즉 지난 시즌 시아캄은 전체 하프코트 슈팅의 62.3%을 포스트업 공격을 통해서 만들거나 림 바로 밑에서 시도할 정도로 페인트존 공략 의존도가 높았던 것이다.

 

관건은 레너드가 없는 오는 시즌에도 이 같은 페인트존 공략 중심의 하프코트 공격 방식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다. 

‘시너지 스포츠’에 따르면 지난 시즌 시아캄은 총 188번의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중 상대 수비가 더블 팀을 비롯한 견제를 시도한 적은 40번에 불과했다. 강한 더블 팀도 24번만 나왔다. 나머지 148번은 상대의 도움 수비를 걱정하지 않고 1대1 상황을 유지한 채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카와이 레너드와 대니 그린이 모두 떠난 오는 시즌은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비수들이 예년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시아캄의 포스트업 공격을 비롯한 페인트존 공략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시아캄은 이것을 이겨내야만 한다. 에이스 공격수라면 당연히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아캄은 공격 방향의 ‘편향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시아캄은 공격 시작 지점을 가리지 않고 오른쪽 돌파의 빈도가 유난히 높은 편이었다. 코트 좌측에서 포스트업 공격을 할 때는 60.6%의 빈도로 왼쪽 어깨를 수비수에 붙이고 코트 중앙 방향으로 밀고 들어갔다. 코트 우측에서 포스트업 공격을 할 때는 60.0%의 빈도로 왼쪽 어깨를 수비수에 붙이고 베이스라인 방향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3점슛 라인 바깥에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펼칠 때도 우측 돌파 빈도가 더 높았다.

이 같은 공격 방향의 편향성은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더블 팀을 갈 때 시아캄 기준 오른쪽 방향의 수비수가 더블 팀을 감으로써 시아캄이 다소 불편해하는 왼쪽으로 드리블을 하거나 돌파를 감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선수든 공격 방향의 편향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른손잡이인 시아캄이 오른쪽 방향 돌파를 선호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 하지만 에이스가 되는 오는 시즌에 공격 방향의 편향성이 개선되지 않은 채 새 시즌을 맞이한다면 시아캄은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 지난 시즌 파스칼 시아캄의 포스트업 공격과 아이솔레이션 공격의 시작점 비중과 각 시작점의 돌파 방향 빈도를 나타난 그래프. 화살표가 클수록 그만큼 해당 방향의 빈도가 높다는 뜻이다. 오른쪽 45도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제외한 5개 지역에서 왼쪽보다 오른쪽 방향의 화살표가 더 큰 것이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시아캄이 동료와 연계 형태의 공격을 얼마나 자주 펼칠 수 있을지다.

지난 시즌 시아캄은 픽앤롤의 롤맨(7.0%), 픽앤롤의 드리블러(5.3%)로 시도하는 공격의 빈도가 상당히 적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동료의 패스를 건네받은 뒤 공격을 곧바로 시도하는 핸드오프 공격 역시 빈도가 2.6%에 불과했다. 에이스로서 팀 전체 공격을 아우르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형태의 공격도 더 자주,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일 라우리와는 시아캄이 직접 스크리너가 되거나 혹은 본인은 드리블러가 되고 라우리는 스크리너가 되는 형태로 픽앤롤과 픽앤팝 공격을 다양하게 전개해볼 수 있다. 스크린 각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난 마크 가솔과는 핸드오프 공격을 함께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드레인저 점프슛 능력이 뛰어난 서지 이바카와는 엘보우 지역에서 픽앤팝 공격을 시도함으로써(이를 엘보우 픽앤롤이라고 부른다) 본인의 돌파와 이바카의 점프슛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시아캄 본인도 새 시즌에 대한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된 듯하다. 시아캄은 지난 6월 파이널 우승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시아캄은 “데뷔 3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10년이 지났을 때는 내가 어느 정도 선수가 돼 있을지 궁금하다. 내 다음 스텝은 그걸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겐 ‘실링(ceilings)’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과 의지가 넘치는 코멘트도 덧붙였다.

“나에겐 실링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느껴본 적이 없다. 올시즌의 성과는 내 커리어의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해낼 것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내가 사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언제든 성장할 수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나는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과연 파스칼 시아캄은 토론토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오는 시즌 시아캄이 어떤 모습으로 토론토를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표 제작 = 이동환 기자
기록 = NBA.com, Synergy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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